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병원 가기를 싫어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가기 싫은 병원은 뭐니 누가 뭐래도 치과 병원이 아닐까?
필자는 십여년 전에 굳게 박힌 사랑니를 제대로 뽑지 못하고 쩔쩔 매는 의사 선생님 덕분에
30분 이상 치과 도구와 씨름하다 겨우 겨우 사랑니를 적출해내고 나니 
입가가 다 헐어버리고 피가 흘러내렸던 피가 맺혔던 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라
아직도 치과 의자에 눕기만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온몸이 경직되어 버리곤 하는데......





북촌 한옥마을을 여유있게 돌아보고 언덕을 넘어 가회로로 내려오니 
길 가에 서 있는 한 아름다운 한옥의 이름이 '이해박는 집'이다.





돌도 된 입간판을 보아 하니 치과의 다른 이름은 E - 믿음치과인데
나무로 된 간판에는 '이해박는집'이란 재미있는 상호가 붙어 있다.
 




'이를 해 박는다......!
참으로 원초적인 묘사라 생각되어 대문에 가까이 가 보니 오래 된 사진 한장과 함께 해설이 붙어있기를......




"1926년 6월 10일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1874~1926)의 인산(왕실의 장례)일에 우연히 찍힌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 간판입니다. 
1907년 순종 원년 종로에서 잇방을 개설한 최승용이라는 사람이 최초로 사진 속에 있느 이해박는집이라는 간판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라고 쓰여있다. 치과의 건물이 한옥인 것도 참 친근감이 들지만 치과 이름이 '이해박는집'이라니....
참으로 북촌 한옥마을에 딱 어울리는 치과의 이름이 아닐 수 없고
이런 멋진 이름을 붙인 의사선생님은 정말 우리 말과 한옥을 사랑하는 멋진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도 장지문을 밀고 마당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는 구조라 드르륵 문을 밀고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이해박는 집 바로 옆에는 소나무 갤러리라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는데
치과 대기실이 좁아서 바로 곁에 있는 집을 카페로 꾸며서 환자 대기실로 쓰고 있다고 한다.

소독약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치과 의자에 누우면 왠지 긴장이 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드는데
한옥으로 된 이런 멋진 치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치과 가기 싫어하는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고
윙......하는 기계음 소리도 조금은 덜 무섭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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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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