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추억의 타임머신레이스'편은 방영된지 한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방송 중 하나이다.

 

70년대에서 시간이 오롯이 멈춘 듯한 경북 예천 용궁마을은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어린 시절을 보낸 회룡포마을을 비롯해서

이 시대 마지막 주막인 삼강주막이 110년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예전에는 탄광촌을 오가는 사람들로 연일 붐비었던 역이었지만

지금은 오가는 사람 거의 없는 무배치 간이역인이 된 용궁역 또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한다.

 

용궁마을 양 옆으로 펼쳐지는 오래된 가게들과 빛바랜 간판들을 읽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져 걷다보니

어디선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풍겨나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고소한 냄새의 근원지는 동부제유소.

바로 1박2일 제작진들이 OB팀과 YB팀에게 참깨를 주며 참기름을 짜 오라고 했던 바로 그 참기름집이다.

 

 

 

 

고소한 내음이 등천을 하는 동부제유소의 문을 살며시 밀고 들어서니 주인 아주머니의 바쁜 손놀림이 먼저 눈에 뜨인다.

장날이라 집에서 수확한 참깨를 가지고 참기름을 만들러 온 손님들의 일거리가 밀린 듯 하여 돌아보기도 조심스럽다.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일 하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웃으면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다.

 

 

 

 

1박2일 방송에서 YB팀은 시장제유소에서, OB팀은 동부제유소에서 참기름을 짜게 되는데

시장통에서 가까운 시장제유소보다 동부제유소가 유달리 시청자의 기억에 남은 것은

젊었을 때는 용궁에서 한인물 했음직한 주인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가 한몫했을 뿐 아니라

현대화된 기계를 쓰지 않고 아직도 수십년전 참기름 짜는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집이었기 때문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전으로 돌아간 듯 추억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고

갓짜낸 참기름을 조르르 부어 비벼낸 나물비빔밥은 강호동을 비롯한 1박2일 멤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가게를 돌아보니 오래된 물건이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참깨나 들깨를 담아두었음직한 천 소쿠리는 도대체 그 언젯적 물건일까?

 

 

 

 

손님이 참기름을 짜달라고 맡긴 참깨 대야 옆에 놓인 성냥곽이 눈길을 끈다. 비사표 성냥이라니......!

바닥에 성냥이 놓여 있는 이유는 이 성냥이 참기름집에는 없어서는 안 될 너무나 요긴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참깨를 볶으려면 화로의 열이 충분히 달구어진 후 참깨를 넣어 볶아야 하는데

 

 

 

 

적정 온도를 알려주지 않는 수동 시스템이므로 참깨를 볶을만한 적정한 온도를 가늠하기 위해

이렇게 파이프 위에 성냥개비 하나를 살짝 올려놓는데

 

 

 

 

파이프 위에 놓인 성냥에 갑자기 확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하면 화로의 열이 충분히 달구어진 것이므로 

그때 바로 참깨를 부어 볶기 사작하면 되는 것이다.

 

 

 

 

뜨끈하게 달구어진 솥 안에서 두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 

고소한 냄새와 함께 아련한 추억도 맞물려 돌아가는 듯 하다. 

모든 것이 예전 방식 그대로의 수동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지켜보는데

 

 

 

 

 

참깨를 볶는 화덕에서 김이 뭉실뭉실 솟아오르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할 때 쯤이면

 

 

 

 

잘 볶아진 참깨를 화덕 아래 나무 상자에 내려 한김을 식히고

 

 

 

 

다시 커다란 체에다 참깨를 옮겨 붓는데 이렇게 참깨를 식힌 뒤에 참기름을 짜야 더 고소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넓다란 체에서 한김을 날려보내고 식혀진 참깨를 커다란 베보자기에 옮겨담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베보자기에 거두어진 참깨는 참기름틀에 꽁꽁 싸서 넣어지는데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강철참기름틀에 밀어넣고 스위치만 켜면 참기름이 만들어지게 된다.

 

 

 

 

압착기에 스위치를 넣고 조금 기다리니 아! 동그란 구멍 사이 사이로 노란 참기름이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 동안 참기름을 먹어 왔지만 정작 참기름이 짜지는 과정을 보는 건 처음인지라 너무 신기하게 느껴진다.

 

 

 

 

압착기에서 '진짜 참기름'이 조르르 흘러내리니 정말 고소한 내음이 천지를 진동한다.

 

 

 

 

필자도 오랜만에 정말로 고소한 '진짜 국산 참기름"을 한병 손에 넣었다.

이 참기름으로 산나물 팍팍 무쳐 저녁상에 올릴 생각을 하니 절로 신명이 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몇십년전으로 돌아간 듯 여행자의 빛바랜 추억들을 되살려 주신

예천군 용궁면 동부제유소 아주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해드리고 싶다.

 


Copyright 2012.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