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올려드린 포스트에서는 몽골의 투브 초원에서

1시간 만에 게르(Ger) 한채를 후딱 짓는 과정을 소개해 드렸다.

그러면 몽골 초원의 천막집 게르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투브(Tov)아이막의 초원에서

양과 말을 방목하고 있는 한 가정의 게르 내부를 살짝 들여다 보았다.

 

 

 

 

초원에서 살던 몽골인들은 기후 여건에 따라 자주 이사해야 하므로

이동이 간편하고 보온이 잘 되는 게르를 전통적인 주거수단으로 삼아 왔는데

영구성이나 외적  보호기능보다는 일시적인 추위와 햇빛, 그리고 비바람을 차단하는 차양이 주목적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어설퍼 보이는 이 게르도 의외로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하는데

몽골에서 제대로 된 게르 하나를 세우러면 우리 돈으로 150~2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게르 하나를 새로 만들려면 온 가족이 몇년전부터 틈틈이 재료를 다듬고 모아서 준비한다고.......

 

 

 

 

몽골의 게르에 들어가려면 문을 두드리거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라고 하면 안 된다.

가능하면 게르에서 멀리 떨어져서 주인을 불러야 하는데 무작정 집 가까이 다가가면 오해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지만 옛날에는 약탈이나 습격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르에 개를 카우지 않더라도고 손님은 멀리서 "개를 불러들이시오." 또는 "날씨가 참 좋군요."등

아무말이나 혼자 크게 지껄이면 주인이 게르 안에서 옷을 차려입고 나와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손님이 게르에 들어가게 되면 주인은 여름에는 아이락을, 그외의 계절에는 수테차를 권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왼손으로 오른손 팔목을 받쳐들어 손님에게 권한다.

차와 동시에 작은 병에 담긴 코담배(센떼노)를 권하며 다시 한번 악수를 청하는데 

"건강하세요~(에롤 벵흐 바이가라)", "여행이 편했느냐?"라고 물으며 말문을 터나간다.

하지만 절대로 손님이 어디서 왔으면 어디로 가는지는 캐묻지 않는다고 한다.

 

코담배는 담뱃잎이 아닌 향료와 약초를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대부분 옥으로 만든 향수병에 들어있다.

모양과 크기는 매니큐어통 정도인데 귀이개 모양의 도구로 가루를 꺼내 엄지 손톱에 바른 후

조심스럽게 흡입하면서 냄새를 향유하는데 강한 향료와 매콤한 냄새가 나서 매우 자극적이므로

갑자기 들이마시면 재채기와 콧물이 나와서 당황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한바퀴 씩 돌려가며 코담배 냄새를 맡으면 인사가 끝나고 병은 주인에게 돌려주면 된다.

 

 

 

 

게르는 난로를 중심으로 남성구역, 여성구역, 그리고 신성구역......이렇게  세구역으로 나뉜다.

좁은 공간에서 웬 남녀칠세부동석이냐고 의아해하시겠지만

몽골 사람들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가 어느 곳에 앉아야 하는지를 정확히 안다고 한다.

남성은 게르에 들어가면 왼쪽으로 여성들은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남성구역은 하늘이 보호하고 여성 구역은 태양이 보호하기 때문이라고.....

 

 

 

 

남쪽으로 난 게르 문의 반대쪽인 북쪽은 신성한 구역인데 

가문의 최고 연장자가 사용하는 무기와 모린호르(마두금), 말재갈 등을 놓아두는 곳이다.

옷이나 중요한 물건을 넣어두는 옷장인 밝은 오렌지색의 아브다르도 이곳에 자리잡는데

가족사진이나 정부로 받은 훈장, 불상, 라디오 등이 그 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몽골인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칭기즈칸의 초상도 신성구역에 걸려 있는데

칭기즈칸의 초상은 어느 집 어느 게르를 가더라도 빠짐없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르의 서쪽인 왼쪽은 남성구역으로 이곳에는 말안장과 고삐, 아이락 주머니 등

남자주인의 소지품들이 걸리게 되고 손님용 침대나 카페트도 이곳에 놓이게 된다.

 

 

 

 

주인 내외의 침대는 오른쪽인 여성구역의 벽에 붙어 있는데 아이들이 많으면

침대가 거의 돌아가지 않으므로 부모의 발치 바닥에 양탄자나 양가죽을 깔고 잠을 잔다고 한다.

사진에서 게르의 천막 아랫부분이 살짝 들어올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바깥의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상당히 시원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르의 동쪽인 오른쪽에는 안주인의 주방용구와 생활도구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이집의 안주인의 세심함이 드러나는 자수 장식품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주방용구가 비치되어 있는 게르의 오른쪽 문 입구에는 이렇게 고기를 줄에 널어 말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뜨였는데

 이렇게 실내에서 고기를 말리는 이유는 밖에 두면 야생짐승들이 언제 물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말린 고기는 갈거나 절구에 빻아 가루로 만드는데 우리나라 미숫가루같은 이 고깃가루를 '보르츠'라고 한다.

 휴대가 간편하고 영양도 만점인 비상식량 보르츠는 뜨거운 물에 서너 숟가락 퍼 넣고

 2~3분 기다리면 금방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영양식이 된다고.....

 

 

 

 

원형의 게르의 제일 가운데에는 이렇게 난로가 놓여 있는데 취사는 물론 게르의 난방을 책임지고 있다.

나무가 자라는 지역에서는 난로에 나무를 때지만 그 외의 지방에서는 가축의 배설물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게르의 난로에 불을 지피면 게르 내부는 금방 더워지고 그 열기는 비교적 오랫동안 간직된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난로를 신성시여기는데 난로에 물을 붓거나 쓰레기를 넣는 것, 불을 쑤시는 것과

난로를 타 넘는 것은 물론 난로에 발을 쪼이는 것도 금기시된다.

난로를 모독하는 모든 행동은 최악이며 주인을 모독하는 것으므로 조심해야 할 일......

 

 

 

 

멀리 한국에서 몽골의 초원까지 온 이방인을 위해 안주인이 몽골 전통 의상 델을 입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길이가 길고 소매가 넓어 우리나라의 두루마기와 모양새가 비슷한 델은 남녀 구분이 없는데

단추의 숫자가 많고 화려하면 여성용, 모양이 단순하면 남성용이라고 한다.

남성용 델은 장식보다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는데

일하거나 말을 탈 때에는 몸을 보호하고 밤에는 담요대용으로 보온에 한몫을 했다.

변화의 물결이 빌어닥친 요즈음 델은 오리털 파커로 바뀌었고

긴 소매의 델로 감추었던 손에는 두툼한 스키 장갑이 끼워지게 되었다.

 

 

 

 

게르를 방문한 기념으로 투브 초원의 이 가족들에게 가족사진을 한장 찍어주기로 했다.

게르의 문 앞에 서서 두 아이를 안고 선 부부의 얼굴에는 순박하고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포토 프린터를 가지고 갔더라면 즉석에서 사진을 출력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점 아쉬운 점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진을 출력해서 게르 주인의 이름을 적은 메모와 함께 투브 아이막으로 부쳐 주었다.

가축들이 먹을 풀이 다 없어지면 게르를 분해하여 또 다른 초원으로 이동하는

초원의 유목민 가족에게 이 사진은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부디 이 사진도 게르의 신성구역의 액자 안에 함께 걸리게 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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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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