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당에서 몽골인 친구가 밥을 먹다 말고 조용히 나간다.

당신이 어딜 가냐고 물었더니 그는

"말을 보러 간다."라고 말한다.

이럴 때 당신의 반응은?

 

A.  조용히 먹던 밥을 먹는다.

B.  갑자기 무슨 말을 보러 가냐며 주위 사람에게 마구 묻는다.

C.  말을 보고 싶어 같이 따라 나간다.

D.  말은 이미 많이 봐서 질렸다고 말한다.

 

(신현덕 저. '몽골'에서 인용)

 

여러분은 어떤 답을 선택했는지?

정답은 A 번이다.

몽골에서 '말을 본다'란 말의 뜻은 '화장실에 간다'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말은 대부분 게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말떼 속으로 들어가 볼 일을 보는 일이 많았기 때문.

 

 

 

 

몽골에서 화장실을 의미하는 단어는 '조르동'인데 도시에서도 이런 말은 잘 쓰지 않고

'모리 하리이(말을 보자)', 또는 '모리 하르마르 바인(말을 보고 싶다)'라고 말하면

품위있는 몽골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심지어는 현대식 호텔에서 식사하면서도 '말 좀 보고 오겠다'고 말한다고 하니

앞에 앉은 사람이 '말보러 간다'라고 말할 때 '무슨 말을 보러가냐'고 묻거나 따라나서면 낭패다.

 

중국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 중 대다수는 화장실 사용 때문에 많은 곤욕을 치른 일을 이야기하곤 한다.

필자 또한 중국 여행 중 화장실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몽골에서 겪은 황당한 화장실 경험에 대해선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사실 몽골에서는 대도시를 벗어나면 화장실이 따로 없다.

눈에 보이는 초원과 벌판이 모두 화장실이기 때문이다.

인적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멀리 떨어져 땅이 약간 움푹 들어간 곳을 찾아 거기서 일을 보던지

돗자리나 양산, 치마 같은 것으로 임시방편을 하고 볼일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유명 관광지나 유적지 같은 곳에는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본 건물에는 화장실이 아예 없고 수십 미터 멀리 떨어진 한쪽 벌판에 자리잡고 있기가 일쑤이다.

화장실의 형편도 처참하기 이를데 없는데 나무판대기로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데다 문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몽골 최고의 관광지인 테를지 국립 공원에도 길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 있던 화장실은 문이 아예 없었는데

이곳에서 맞은편 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볼일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몽골의 상류층들이 드나드는 울란바타르 골프장에도 화장실은 제일 멀리 떨어진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화장실의 참혹함은 이곳이 정말 골프장의 유일한 화장실인가 의심될 정도였다.

 

 

 

 

울란바타르의 대표적인 휴양지 만주시르 사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간혹 문이 있어도 문고리는 없는게 대부분이라 한사람은 망을 보고 한사람은 볼일을 보아야 하는데

혼자서 일을 볼 경우에는 볼일을 보다가 발자국 소리만 나도 "오지 마세요~!"라고 큰 소리를 질러야 한다.

짖궂은 남자들 중에서는 예쁜 외국인 여성이 화장실에 가면

 "안 돼~!"라는 비명 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가까이 접근하기도 한다고.......

 

 

 

 

그렇다고 몽골의 화장실이 모두 다 이렇게 끔찍한 형편은 물론 아니다.

울란바타르의 현대식 건물에서는 세련되고 청결한 화장실에서 편안하게 볼일을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새소리를 들으며 산과 초원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마음껏 감상하며

'말보러 갔던 일'은 몽골이 아니면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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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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