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살기 시작한지 약 5년, 그동안 경주 곳곳을 다니며 발자국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통일전이다.

 

남산자락에 위치한 통일전 자체는 오랜 세월을 지닌 유적지도 아니고

그저 신라 통일의 업적을 이룬 무열왕, 문무왕, 김유신을 기념하는 곳일 뿐이지만

이곳을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남산을 뒤로 업고 있는 통일전의 아름다움과

통일전 바로 옆에 위치한 서출지의 편안함과 고즈녁함,

그리고 통일전을 향하여 뻗어있는 은행나무길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여느해처럼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는 은행나무를 찍기 위해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주말마다 흐리고 비가 오는 것은 웬일인지......

하는 수 없이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통일전으로 향했다.

 

 

 

 

 

 

 

 

 

통일전으로 가기전에 먼저 건너편에서 은행나무길의 전체 모습을 담아 보았다.

7번 국도에서 통일전으로 향하는 약2km의 은행나무길은 중간에 한번 살짝 꺾여 통일전으로 향한다.

 

 

 

 

통일전은 여느 사당 처럼 단청을 입히지 않은 순백색이라 은행나무길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은행나무길로 진입해서 통일전 앞으로 오니 금세 안개비가 내리며 남산이 운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파란 햇살 아래 눈부시게 반짝이는 은행나무를 찍을 수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궂은 날씨로 인해 은행나무길을 찾는 사람이 많이 없으니 호젓해서 좋은 날이다.

 

 

 

 

길가에 서 있는 나무 아래는 떨어진 은행잎이 겹겹이 쌓여 노란 카페트가 되었다.

 

 

 

 

 떨어진 은행잎을 밟을새라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한쪽 옆에 한가로이 서 있는 버스정류장은 은행잎을 한가득 머리에 이고 앉았다.

 

 

 

 

구태여 버스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앉아서 떨어지는 은행잎을 마주하며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햇살이 눈부신 날도 좋지만 이렇게 남산이 은은한 운무에 싸인 날은 더욱 분위기가 좋다.

 

  

 

 

 

전각 뒤로 펼쳐지는 은행나무길의 은은한 노란색은 마주하는 이의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은행나무길도 며칠 사이에 하나 둘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

붙들어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전경을 못내 아쉬워하며 은행나무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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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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