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위해 경주에 오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산에는 남산, 토함산 등이 있지만

근래에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산을 소개한다면 경주시 암곡동에 위치한 무장산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장산은 경주,포항 등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나 찾던 산이었는데

2년전 이곳에서 MBC드라마 '선덕여왕'을 촬영한 이후로 세간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해발 624m인 무장봉에 오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고 평탄하여 가벼운 차림으로도 오를 수 있는데

정상 위 너른 평원이 억새 군락지로 이루어져 있어 가을철에 특히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무장산이지만 억새가 아름다운 가을철에 이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등산객을 싣고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마을 어귀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장산이 주목을 받게 되자 몇년전에 주차장을 몇군데 급하게 조성하긴 했지만

주차할 곳이 모자라 수km 떨어진 곳에까지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 하는 일이 생겨나기도 한다.

 

갑자기 무장산을 만나고 싶어진 어느 휴일, 점심을 먹고난 오후시간에 느긋하게 무장산으로 향했다.

오후가 되면 등산객들이 하산하여 돌아가니까 주차장이 한산할거라는 계산이었는데

3시가 되어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주차장에 빈 자리가 많이 생겼다.

 

 

 

 

차를 주차장에 편안하게 주차하고 차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마을길을 한참이나 걸어간다.

카메라를 들고 걸어가고 있노라니 하산하던 많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지금 올라가서 언제 정상까지 갔다오겠노?"란 우려가 섞인 눈길이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좁은 마을길을 1.5km정도 걸어가니 경주국립공원 공원지킴이터가 나온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정상을 찍고 돌아오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무장사지까지의 계곡길 트레킹을 시작해본다.

 

 

 

 

공원 지킴이터문을 나서면 바로 이렇게 계곡물 위에 가로놓인 돌징검다리가 나온다. 

무장산 계곡 트레킹은 는 계곡 위에 여기저기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이 묘미 중의 묘미이다.

 

 

 

 

계곡을 따라 걸어가는 길은 비교적 넓고 평탄한데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소풍 가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어 좋은 길이다.

 

 

 

 

경주시민들의 식수원인 덕동댐으로 향하는 무장산 계곡은 청정함 그 자체이다.

추운 날씨에도 얕은 물에 앉아 발을 씻으시는 여자분 발견. 발이 안 시러우시나..^^

 

 

 

 

푸르른 잎을 자랑하던 나무들도 이미 그 잎을 다 떨구었다. 가버린 아름다운 계절이 아쉽기만 하구나! 

 

 

 

 

 

거울처럼 맑은 물에 어린 파란 하늘과 앙상한 나무, 등산객들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참을 가니 무장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갈림길에서 무장산 정상 억새군락지까지 완만한 계곡탐방로로 가면 5.3km,

제법 가파른 경사형 탐방로로 가면 3.1km가 걸리는 길이다.

작년에 계곡탐방로를 통해 억새군락지까지 갔다가 올때 경사형탐방로로 내려왔는데

돌아올 무렵 해가 떨어져 컴컴하고 경사진 산길을 3.1km나 더듬어 내려왔던 몹쓸 기억이 있는지라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갈림길에서 2.4km떨어진 무장사지까지만 계곡길을 따라 탐방하기로 한다.

 

 

 

 

트레킹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조건인 무장산 계곡 탐방로.

그런데 올 여름을 여러번 강타한 태풍의 후유증으로 계곡길이 온통 돌 투성이가 되었다.

 

 

 

 

 

예전에는 흙으로 완전히 덮히어 눈감고 걸어도 될만큼 평탄하던 길도 커다란 돌들이 다 드러났다.

 

 

 

 

계곡에서 좀 올라온 길은 그나마 걷기가 편했는데

 

 

 

 

계곡 바로 옆길은 계곡을 휩쓸고 간 폭우 때문에 완전 자갈길이 되었다.

자갈길을 좀 걸으니 발목에 무리가 가서 가다 멈추고 등산화 끈을 다시 묶어야했다.

 

 

 

 

 

 

 

정상을 찍기 위한 산행이 아니라 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한 트레킹인지라 

걷다가 서서 돌아보고 걷다가 사진 찍고 하다보니 곳곳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갈림길에서 계곡길을 걷기를 2.4km. 드디어 무장사지로 향하는 나무 데크가 나타났다.

 

 

 

 

나무 데크는 계곡을 가로질러 무장사지로 오르는 길목까지 놓여있다.

 

 

 

 

잘 만들어진 나무 데크 위를 편안하게 걸어서 무장사지로 향해본다.

 

 

 

 

무장사지(鍪藏寺址)는 통일신라시대 사찰 무장사(鍪藏寺)가 있던 절터이다.

무장사는 신라 원성왕의 아버지 김효양이 지은 절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전쟁에 지친 태종무열왕이

 투구와 병기 등을 묻은 골짜기에 지은 절이라서 무장사라고 불렀다 한다. 

절터라고는 하지만 산등성이 좁은 터전에 삼층석탑 한기와 비석 하나가 남아 있을 뿐 찬 바람만 휘~ 하고 부는 쓸쓸한 곳이다.

 

 

 

 

하지만 산골짜기 경사진 좁은 땅에 세워진 무장사지 삼충석탑은 쉽게 보아넘길 문화재는 아니다.

무려 보물 126호인 귀중한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석탑의 양식인 이탑은

직선을 이루다가 양 끝에서 부드럽게 살짝 들려진 모양이 불국사 석가탑을 연상케 한다.

 

 

 

 

삼층석탑을 자세히 살펴본 후 윗쪽에 위치한 보물 125호인 무장사 아미타불조상사적비를 보러 갔다.

그런데 이건 대체 뭥미? 사적비가 황당하게 변모했다. 

원래 이수와 귀부만 남아 있던 것을 가운데 사적비 부분을 새로 만들어 끼워넣은 것이다.

사실 이런 모양이 사적비의 원형이기는 하겠지만 너무 산뜻하게 새것이라 영 조화가 되지 않는다.

1915년에 여기에서 '무장사아미타사적비'라는 비석의 조각을 발견하여

이곳이 무장사의 절터였음을 알게 해주었는데 비문은 마모가 심하여 내용을 알기가 어려웠으나

소성왕의 왕비인 계화부인이 소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아미타불상을 만들어 무장사에 모신 내력을 적은 비문이라고 한다.

비석의 조각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남아 있는 것은

거북모양의 받침돌인 귀부와 용모양을 생긴 비의 머릿부분인 이수이다.

 

 

 

 

원래 발견된대로 그대로 두는 것도 좋을텐데...... 뭔가아쉬움이 남아 복원 이전의 사진을 첨부해본다.

2010년에 담은 이 사진에는 비문이 없이 귀부 위에 이수가 얹힌 상태인데 지금은 사이에 비문을 만들어 끼워넣은 것이다.

 

 

무장사지를 한참이나 돌아보고 나니 어느덧 시간이 다섯시가 가까워 아쉬운 발걸음을 돌러야했다.

산속에는 해가 빨리 지는 법, 어두워지고 있는 산길을 서둘러서 내려오니 무장봉 정상까지 가보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아쉽다.

내년 억새가 아름답게 피어날 즈음에는 아침 일찍 서둘러 무장산을 찾으리라 다짐하며 어둠이 내리는 무장산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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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에 장관을 이루는 무장산의 억새평원을 소개해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워

지난해 10월 13일에 담은 무장산 정상의 파노라마 사진을 첨부해 드립니다.

(파노라마 사진을 클릭하면 8192 * 1856의 원본 사이즈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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