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가난하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과 그가 기거했던 교회를 찾아 경북 안동시 일직면으로 떠난 여행길이다.

먼저 권정생 선생의 생가를 돌아본 후 생전에 종지기로 있었던 일직교회로 향했다.


권정생 선생 살던 집 관련 포스트 : 강아지 똥, 몽실언니 작가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 살던 집'





선생이 살던 집이 있는 조탑안길에서 좌회전하여 조탑본길로 나오니 저 멀리 일직교회의 뽀족탑이 보인다.





마침 길앞으로 지나가는 안동 버스. 시골 버스는 언제 봐도 낭만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붉은 벽돌로 지은 아담한 예배당이다. 예전에는 이런 모양의 예배당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어졌다.







일직교회 문 앞에 서서 보니 왼쪽에 예배당 건물이, 오른쪽에는 문간방 건물이 있고

두 건물 사이로 요즘 보기 힘드는 철제 구조물로 된 종탑이 눈에 들어온다.





타지를 떠돌며 어려운 생활을 하던 권정생 선생은 29살이 되던 때에 고향인 일직으로 돌아와

일직교회 종지기로 일하며 교회 문간방에서 생활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아무리 추운 날 새벽이라도 권정생 선생은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종줄을 잡았다.

맨손으로 종줄을 잡아야만 종을 효과적으로 칠 수 있고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사람들이 듣는 종소리를 따듯한 손으로 칠 수 없다고 행각했기 때문이었다.





성에가 끼고 꼬장꼬장 얼어버린 종 줄을 잡은 손이 무척 시리지만 나는 장갑을 끼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으로 종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역시 맨손으로 종 줄을 잡고 쳐야만 서툴지 않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하늘에 수없이 빛나는 별들과 종소리가 한데 어울려

더없이 성스럽게 우주의 구석구것싸지 아름다운 음악으로 채워지는 순간이다.


새벽종 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며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도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어.


권정생 / 빌뱅이 언덕 中에서




종탑 옆에는 누구나 종을 쳐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종소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소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아주 조심스럽게 종을 쳐보았는데......기우였다. 

종소리가 생각보다 너무 아름답고 청아했기 때문이다. 





종탑 옆 문간방 벽에는 강아지똥, 몽실언니 집필 장소라고 조그마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아래 놓인 하얀 스티로폼 박스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과 함께 오신 분은 안에 있는 동화책을 한 권 씩 가져가라고 적혀 있다.

뜻이 있는 분은 5천원 주시면 기부단체인 월드 비젼에 기부한다고......

 




박스 안에 있는 책은 권정생 선생의 책은 아니고 일직교회 현 담임 목사이신 이창식 목사님의 동화였다.

'빌뱅이 언덕'은 옛날 고려장을 하던 시절, 무덤을 만들어 놓았던 곳인데 꽃상여가 많이 올라간다고 해서 '꽃삼만데'라고 한다.

빌뱅이 언덕 아래 상여 놓는 집이 있었는데 권정생 선생은 상여집을 수리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사셨다고 한다.

권정생 선생은 교회 문간방에 사실 때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기도 하셨는데

'빌뱅이 언덕 꽃삼만데'는 권정생 선생의 마음을 담아 이창식 목사께서 쓰신 동화이다.


일직교회에서 가져온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책의 저자 이창식 목사와 권정생 선생의 우정,

그들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전해 준다면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Copyright 2017.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