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를 오르내리는 역대급 날씨가 계속되니 입맛을 잃은 저는 밥, 찌개 같은 더운 음식은 쳐다보기도 싫더군요.

더위에 지쳐 그런지 매일 하루 한끼는 콩국수, 냉면, 밀면......등 시원한 음식을 먹어야 원기가 회복되곤 하는데요.

대구에서 나고 자라 학교를 다닌 필자는 어릴 적 대구에서 먹던 냉면이 자주 떠오르곤 했습니다.





평양도 아닌 대구가 왜 냉면으로 유명할까요? 대구는 6.25 전쟁 중에서도 북한군에게 점령되지 않은 도시인지라

피난 와서 정착한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어주는 냉면집이 대구에 많이 세워진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대구의 오래 된 중심가인 노보텔 앰베서더 옆골목에 위치한 부산안면옥은 대구 3대 냉면집으로 손꼽히는데요.





부산안면옥의 역사는 1905년 평양으로 거슬러 올라가더군요.

무려 113년의 역사를 지닌 냉면집이었습니다.





평양에서 개업한 안면옥은 부산을 거쳐 3대 방수영 사장님이 1969년에 대구로 이전하셨는데요. 

평양고보, 신흥대학(경희대학) 영문과를 나와 영어교사로 재직하시다가 부산안면옥을 이전 개업하셨다고 합니다.

특히 4월부터 9월까지만 영업하는 독특한 영업 방식을 도입하시고 

겨울철에는 정치 사회 역사에 대한 글을 쓰셨다고 하는데 얼마전에 타계하셨다고 합니다.





식당 입구에는 육수 달이는 솥이 걸려 있었는데요. 냉면의 진수는 뭐니뭐니 해도 육수겠지요.

부산안면옥에서는 국내산 한우 양지로 정성을 다해 달여 만든다고 합니다.


 



2014년 7월 17일에 '백년의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되었다는데요. 

여느 먹방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되었다는 것에 더 믿음이 갔어요.

어정쩡한 시각인 5시 정도에 갔더니 식당 안이 비교적 한산해서 좋았고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었어요.





2층으로 올라가 보았는데 식당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계단 등 모든 곳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2층 홀의 문도 요즈음은 찾아보기 힘든 문짝이더군요.





평양 냉면, 함흥 냉면이 다 9,000원이었는데요. 저는 평양 냉면을 주문했구요. 제육 한접시도 주문했습니다. 





돼지고기 수육인 제육은 14,000원짜리였는데 아주 얇게 저미어져 나왔더군요.





기름기는 거의 없었구요. 입에 넣었을 때 약간 빳빳(?)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산 안면옥의 메인 메뉴인 평양 냉면이 나왔습니다. 

면 위에 무, 오이, 배, 완자, 계란을 쌓아 올려 푸짐하게 보이더군요. 





냉면을 먹을 땐 위에 면 위에 올려진 계란을 먼저 먹으라고 하던데요.

메밀은 차고 까칠한 성질이 있어 계란 노른자를 먼저 먹으면 위벽을 보호해 준다고 합니다.





냉면에는 편육 대신 완자가 들어 있었습니다. 제육이나 소고기 수육이 메뉴에 있어서 그런건지......?





면의 양은 제법 많았는데요. 면발과 육수를 잘 섞어 보았습니다.





제육을 얹어서 면발과 함께 먹어 보았는데 면발은 제법 쫄깃하였습니다. 메밀면과 전분을 함께 섞어서 면을 뽑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육수는 좀 밍밍하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심한 편이었습니다. 새콤달콤한 여느 집 냉면과는 달랐어요.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하게까지 느껴지는 이런 맛이 평양 냉면의 원래 맛이라지요.





냉면에 육수가 들어있지만 저는 온육수를 좋아하는지라 온육수도 한컵 먹었습니다.


냉면을 먹고 있는 동안 바로 옆에서 냉면을 드시는 노부부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북한 신의주 부근에서 월남하셨다는 원로 목사님의 회고록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6.25 전쟁 때 월남하신 목사님 부부는 경북 청송 작은 마을에서 목회를 하셨더랍니다.

그런데 사모님께서 고향 생각이 나실 때 마다 냉면이 먹고 싶다고 그렇게 슬프게 우셨다고 해요.

목사님은 어릴 때 부터 같은 마을 같은 교회에서 자라 결혼한 사모님이 너무 안쓰러워

청송 골짜기에서 버스를 여러번 갈아 타고 몇 시간이나 걸려 대구까지 와서 여관 하나를 잡은 후

1박 2일 동안 여섯끼의 냉면을 드시고는 청송으로 돌아가곤 하셨다는 일화였습니다.

그러고 나면 몇 달 동안 냉면이 먹고 싶다고 슬프게 우시지 않으셨다고 하네요.

그 분들에게는 대구에서 먹은 그 냉면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바로 고향 그 자체였던 것이지요. 


60년대에 흙먼지 날리는 시골 버스를 타고 대구까지 와서 드셨던 그 냉면집이 혹시 이 곳이었던가요?

다정하게 마주 앉아 냉면을 드시는 노부부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올려드린 식당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모든 리뷰는 전혀 댓가를 받지 않고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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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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