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종대왕님 다음으로 존경하고 애정하는 인물이 있는데요.

식민지 시절 잃어버린 민족 문화재의 수집과 보호에 전재산을 바친 '간송 전형필'선생입니다.


1906년 서울 종로의 십만석 갑부 집안의 막내아들로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전형필 선생은

12세 때 양부이신 숙부가 돌아가신 것을 시작으로 친형, 부인, 아들, 생부 등을 줄줄이 잃으면서

23세 때에 현시가 6000억 상당의 재산을 물러 받고 십만석 추수를 총괄하는 조선 최대의 지주가 됩니다.

엄청난 부를 손에 쥔 상속자로서 흥청망청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고 부귀 영화를 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민족사학자 오세창 선생의 영향으로 서화와 골동품 수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라가 힘이 없어 일본인이나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문화재를 되찾아오는데 일생을 바친 선생은

기와집 다섯채 값인 오천원에 낡은 그림을 사고 그것을 수리하는데 육천원을 들였다는 일화도 있는데요.

문화재를 구입할 때 금액을 깎는 일이 없고 그 가치를 모르는 주인에게 오히려 금액을 올려서 주곤 했다고 합니다.


간송이 수집한 겸재 정선의 그림은 200점 이상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보다 더 많구요.

미인도 등 오늘날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신윤복의 그림첩 '혜원전신첩'도 그가 일본에서 찾아온 것입니다.

영국인 개츠비가 소장하고 있던 국보급 고려 청자 수십점은 기와집 400채 값을 주고 찾아왔구요.


특히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가 담겨진 책 '훈민정음 해례본'은 소장자가 엄청난 금액인 일천원을 불렀지만

간송은 중개인에게 일천원을 주고 해례본의 가격은 부르는 가격의 열배인 일만원을 쳐주었다고 합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기와집 10채값인 거금 일만원을 주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사들인 것은 어떠한 장애가 있더라도

반드시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 오겠다는 간송 전형필의 확고한 의지가 잘 드러난 일화이지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손에 넣은 후 그는 책이 일본인들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잘 때도 베개 밑에 넣고 잤으며

피난을 갈 때도 품에 넣고 피난을 갔다고 하지요. 해방 후에는 조선어학회 간부들을 초청해 해례본의 존재를 알리고

영인본 제작, 한글 창제의 원리 연구등을 하게 해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게 됩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수집품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에서도 일년에 정해진 기간에만 전시를 하고 있는데

대구미술관에서 간송특별전 '조선회화명품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6월 16일~9월 16일 석달간 열리는 전시가 끝나기 전에 대구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시가 거의 막바지라서 그런지 미술관 앞은 조금 한산하다 싶었는데요.





저는 운 좋게도 문화가 있는 날에 방문한지라 50% 할인된 가격인 4,000원에 티켓을 받았습니다.





전시관 내부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찬찬히 해설도 읽으며 자세히 관람할 수 있었어요.

전시장을 나올 때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제가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 관람했었네요. 





전시장에는 디지털 카메라는 반입이 불가능한데요. 핸드폰으로 작품을 촬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이 되었기 때문에

백여점이 넘은 전시 작품 중에서도 제 눈을 사로잡았던 몇몇 작품을 촬영할 수 있었어요.

찍어온 작품들을 해설 없이 작가와 제목만 간단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신사임당 / 귀비호접(양귀비꽃과 호랑나비), 훤원석죽(원추리꽃과 패랭이꽃)





신사임당  / 포도





이경윤 / 계산운림(계산의 구름 낀 수풀)





이경윤 / 기우취적(소 타고 저 불고)






이징 / 추저노안, 연지백로(보물 1985호)





이명욱 / 어초문답(낚시꾼과 나무꾼이 묻고 대답하다)





이징 / 풍죽(바람에 맞선 대)





정선 / 여산초당 (보물 1953호)





정선 / 화적연 (보물 1949호)





정선 / 삼부연





정선 / 정양사





정선 / 해산정





정선 / 시화환상간(시와 그림을 서로 바꾸어 보다)(보물 1950호)





정선 / 독서여가(정선의 자화상)





정선 / 장안연우(서울 장안의 안개비)





정선 / 목멱조돈(목멱산에서 아침해가 돋아 오르다)





정선 / 서과투서(수박과 도둑쥐)





정선 / 과전전계(외밭의 참개구리)





정선 / 홍료추선(여뀌와 매미)





정선 / 추일한묘(가을날 한가로운 고양이)





조영석 / 현이도





심사정 / 포도이숙(포도가 이미 익었다)











심사정 / 촉잔도권 (58cm * 818cm) 부분





이인상 / 옥류동





김홍도 / 황묘농접(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김홍도 / 마상청앵(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김홍도 / 하화청정(연꽃과 고추잠자리)





김홍도 / 무이귀도(무이산으로 노 저어 돌아가다)





김득신 / 야묘도추(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보물 1987호)





김득신 / 성하직구9한 여름의 짚신삼기)





김득신 / 추수타작





이하응(흥선대원군) / 난이추방(난이 가을을 맞아 더욱 향기롭다)





전기 / 석림강정 (돌이 수풀을 이룬 강가 정자)





허유 / 편주척서(조각배가 더위를 씻다)





유숙 / 조산루상월(조산루에서 달과 마시다)





신윤복 / 미인도





혜원 신윤복에 대한 간송의 관심은 미인도를 만나게 된 연후에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희대의 명품이 간송에게로 입수된 경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간송은 야마나카 상회 오사카 지점에서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첩을 수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풍속화첩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혜원 신윤복의 작품 대부분이 수록되어 있는 귀한 자료였어요.

간송은 여러 차례 야마나카와 담판을 지었는데 간송의 기개에 탄복한 야마나카는 풍속화첩을 양도했다고 해요.

너무 귀한 자료인 이 풍속화첩은 '혜원전신첩'이라 명명되었고 국보 13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6000억 상당의 재산을 물러받은 조선 최대의 지주가 되어 호의호식할 수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언제나 여름에는 삼베 저고리, 겨울에는 흰 두루마기로 검소한 생활을 했다는 간송 전형필.  

잃어버린 문화재를 사들이는데 수많은 재산을 아낌없이 썼던 그는 한국 전쟁 이후 많은 경제적 고통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엄청난 재정 압박 등 모든 일이 건강을 해쳐가던 1962년, 56세의 젊은 나이에 그는 급성 신우염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비록 그는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었지만 그가 전 재산을 투자하여 찾아왔던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는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네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바로 민족의 문화 유산을 온 몸으로 지켜낸 간송 전형필입니다. 


 


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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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기역산 2018.08.31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구 미술관에
    많은 작품들이 있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 가 봐야 겠어요.
    덕분에 유명한 작품 잘 보고 갑니다.

  3. BlogIcon 『방쌤』 2018.08.31 14: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그림은 잘 모르지만
    여산초당이라는 그림은 한참이나 바라보게 되네요.
    직접 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장르,,,의 문화생활도 좀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ㅎㅎ

  4. BlogIcon 영도나그네 2018.08.31 14: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햐!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관송 선생의
    귀한 작품들을 감상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군요..
    더군다나 입장권 할인도 받고..
    정말 좋은 기회가 된것 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5. BlogIcon 소스킹 2018.08.31 2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양화는 언제 봐도 깊이가 있고 여운이 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좋은 그림 잘 보고 갑니다 : )

  6. BlogIcon *저녁노을* 2018.09.01 0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품 구경 잘 하고 가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7. BlogIcon *목단* 2018.09.01 0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한 자료 잘 보았습니다.
    8월.. 마무리 잘 하세요~

  8. BlogIcon 청결원 2018.09.01 0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 보고 가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9. BlogIcon kangdante 2018.09.01 0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한 전시회를 다녀오셨군요
    전시품 촬영은 조명이나 유리빛 반사로 여러모로 촬영이 쉽지 않은데
    깔끔하게 촬영하셔서 두고두고 감상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

  10. BlogIcon 큐빅스™ 2018.09.01 1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의 산수라 그림들이 참 편안하고 좋네요.
    바쁜 생활 중에서도 문화생활을 하면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11. BlogIcon 피치알리스 2018.09.01 1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화. 진짜 좋아요!
    우리 고유의 독보적인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전 동양화를 한번도 그려본 적이 없지만, 그런 느낌을 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ㅎㅎ

  12. BlogIcon 선연(善緣) 2018.09.02 0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잃어버린 문화재를 찾는데 전 생애를 바쳤는데 말년에는 아픔이 있었군요.
    편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3. BlogIcon 새얀이 2018.09.02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월요일 가야겠습니다ㅎㅎㅎ 너무 좋네요

  14. BlogIcon 라오니스 2018.09.02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우연히 방송에서 간송 선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정말 대단한 분임을 느꼈는데 .. 루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
    간송 선생에게 우리국민 모두가 감사하다 인사해야겠습니다 ..
    야묘도추 .. 이 그림이 반갑네요 .. ^^

  15. BlogIcon 애플- 2018.09.03 0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부러버라~! 저는 예전에 신윤복이 남장하고 나오는 무슨 사극 드라마 봤는데, 너무 재밌게 봐서 저런 곳 구경가고 싶어요! ㅎㅎ ^^

  16. BlogIcon 잉여토기 2018.09.03 2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과서에서 보던 작품들도 많이 보이네요.
    덕분에 저도 조선회화 그림들 잘 구경합니다.

  17. BlogIcon 운동하는직장인 에이티포 2018.09.05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몇 사진이 교과서에서 봤었던 작품도 있네여.ㅋㅋㅋ

  18. BlogIcon 슬_ 2018.09.08 0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TV에서 간송 전형필 선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마음이 찡하고 정말 감사한 마음만 들더라구요.
    나중에 꼭 미술관에 가고 싶어요.

  19. BlogIcon 멜로요우 2018.09.11 0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송 전형필선생님의 미술관이 따로 있었네요. 선생님덕분에 회화들을 지금까지 볼수 있어서 좋은거같아요.

  20. BlogIcon 강남 2018.09.12 0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21. BlogIcon 디프_ 2018.09.12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포스팅을 보고 새삼스레 요즘 전시회나 미술관을 안 다닌걸 깨닫네요..
    조만간 한번 나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