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로 가는 길은 수많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스위스 국경까지 서너 시간 동안 차로 이동하는 동안
계속 창 밖으로 길 위에 지나가는 차들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간혹 가다 우리 나라 차들도 눈에 띄어서 반가움을 더해 주었다.
  
버스 위에서 아래로 보니 차 안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고
부부와 아이들 온가족이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표정으로 가고 있었다.
어디를 가고 있을까.....
로마.... 베네치아......아님 이스탄불......?
EU로 통합되어 마치 한나라와 같이 유럽 여러 나라를 패스도 없이
그냥 통과할수 있는 이 유럽 땅이 부럽기만 했다.
우리는 한 민족이 살고 있는 북한 땅도 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보는데.....
  
이런 저런 생각과 길가의 풍경에 생각을 뺏기고 있는 즈음.....
스위스에 가까이 오니 길가도 풍경이 달라지고 저멀리 보이는 산도 예사롭지가 않다.
먼 나라에서 온 여행자를 반기는 듯 비가 내리면서 이윽고 스위스 국경에 다다르게 되었다.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아주 현대적인 풍경이다.
스위스는 EU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를 거치게 된다. 
국경 통과 수속은 우리 나라 고속 도로 톨게이트 같은 국경 통과 지역에 있는
여권심사소로 가서 도장만 받으면 된다.
한 10여분 정도 기다렸더니 모든 수속이 다 되어서 출발....!
이제 스위스다!
너무나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기대로 가슴이 설레었다.
 
어둑어둑 할 때 쯤 툰(Thun)에 도착했다.
툰은 스위스 중부 베른주의 도시.....
이곳은 베른 고지의 중심지이자 관문으로, 베른 시 바로 남동쪽에 있다고 한다.

지도에서 보니 툰호수와 브린츠 호수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고
두 호수 사이를 아레강이 흐르고 있는데 도시의 중심을 아레강이 관통하고 있다.
12세기에 건설된 툰은 부르고뉴 왕국에 속하다가 1190년 체링겐 공작가에게,
1218년 키부르크 백작가에게, 1384년에는 도시국가인 베른에 넘어갔다고 한다.
 
도시의 역사만큼 시내는 고색창연한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았는데
특히 아레강의 지류 물줄기들이 마치 운하와 같이 시내 곳곳을 흐르고 있었다.
코발트빛같이 푸르른 물줄기위에 늘어뜨려진 나뭇가지와 떨어진 꽃잎들이
물 위를 떠서 흐르는 모습들이 저절로 와....하고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다. 
 
                                                                                        
호텔에 가까워질 무렵......언덕위에 아주 멋진 성이 있어서 무슨 성일까...궁금하던 중
호텔에 도착해서 로비에 꽂혀 있던 관광 안내 책자에서
그 성이 schloss thun 이라는 박물관으로 쓰이는 고성이란걸 알게 되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성조차도 이렇게 아름답다니......
 
묵게 된 호텔은 Holiday Thun ......
유럽의 호텔 답게 로비도 아주 소박하였다.
키를 받아 2층에 올라가니 어두운 2층 로비에는
오래된 유럽식 고가구와 오래 된 멋진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 옆에 오래 됐음직한 중세 기사의 갑옷.....!
너무 어두워서 사진 찍기는 생략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아주 소박한 가구와 이쁜 침대 둘.....거기에 상상을 초월하도록 작은 욕조....
모든 것이 작고 소박하였지만 오랜 연륜이 묻어져 나오는 듯 하였다.

발코니로 나가는 커튼을 젖혀보았더니 세상에나....!
발코니 바로 앞은 아주 조용하고 조그마한 호수......
그 위로 얌전히 드리워진 나뭇가지와 아주 심심한 듯 놓여진 조그마한 조각배들....
그 주위를 들러싸고 있는 그림같은 집들......
여기는 우리가 그렸던 파라다이스임에 분명하였다.
 

 
행복에 취해 잠도 잘 올 것 같지 않아 누워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펑펑......!  하는 소리가 계속 났다.
일어나 커튼을 젖혀 보니 우리가 툰에 온 것을 어찌 알고 환영이나 하려는 듯
하늘 가득히 불꽃 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너무 흥분하여 속옷 바람으로(!) '와아~!' 소리를 지르며 발코니로 뛰어나갔다.
그 날 밤 남편과 나는 손을 잡고 발코니에 서서 오랫동안 불꽃 놀이를 지켜보았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행복한 툰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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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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