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의 북쪽 해안도시 네압볼리에 도착한 것은 오후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 때 즈음..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내리니 호텔 밖 풍경이 더할 나위없이 좋다.

호텔은 바다로 툭 튀어나온 자그마한 곶 위에 자리잡아 객실 어디서든 삼면으로 바다가 보이는 환상적인 장소에 있었다.

 

정말 천혜의 장소에 자리잡은 멋진 호텔..

호텔은 부페 음식도 훌륭하고 무엇보다도 수영장 시설도 멋지다. 하지만 바로 옆에 바다를 두고 수영장 물에 몸을 담글 수는 없는 일......

삼면으로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에 앉아 그리스의 풍부한 해산물로 배를 불린 후 수영복으로 갈아 입은 후 치마만 살짝 걸치고 바닷가로 나가 보았다.

 

호텔은 에게해의 톡 튀어나온 곶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호텔과 건너편 곶 사이로 쏘옥 들어간 조용한 만이 그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지.....
거기다 저녁 무렵 이 멋진 
해변에서 수영하고 노는 사람은 필자와 S양, K양 세 사람 뿐이어서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너무나 즐거운 마음에 해변에서 장난치고 소리지르며 놀다보니.......호텔 발코니에 나와서 우리를 지켜보던 외국 남자가 우리를 부르며 손을 흔든다.
아이...쪽 팔려라...ㅋㅋ

해변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군데 군데 자리잡고 있어서 작은 수조같은 공간이 여기저기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 수조에 누워 있으면 파도도 치지 않아 바닷물에 둥둥 떠서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쳐다보고 낭만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바닷물에 누워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동쪽 하늘에서 보름달(!)이 떠오르고 이내 달빛이 고고히 비쳐 바다가 은빛으로 반짝인다.  에게해에 떠오르는 보름달이라니....! 하늘에도 달이요...바다에도 달이 흩어져 있으니 에게해의 달밤은 그야말로 환상의 달밤이다.

이 날 필자의 눈 속에 들어와 박힌 하늘과 바다의 달빛은 아직도 바로 어제 일인양 기억에 생생한데......
물에서 노느라 사진은 전혀 남기지 못했으므로 월출의 인증샷은 아쉽게도 통과~!

 

아침 일찍 일어나 베란다쪽을 보니 동쪽 바다로 여명의 기운이 불그레하다.
사진에서 바로 앞 쪽의 쏘옥 들어간 바다가 바로 엊저녁에 밤드리 노닐었던 바다이고 저 멀리 건물이 많이 보이는 곳은 네압볼리 다운타운이다.

 

 

앗....해가 떠오른다.  에게해의 떠오르는 태양이다!
구름이 끼어있는데도 불구하고 구름 사이로 해가 동그렇게 떠오른다.
그토록 아름답다는 에게해의 월출과 일출을 한자리에서 보다니....정말 기억에 남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망원 렌즈가 아닌 콤팩트 디카로 찍은 사진이라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러면 어떠냐...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에게해의 일출인 것을....
아직 어두운 바다 위로 비치는 햇살이 찬란하게 나의 마음 속에 들어와 박힌다.

 

 

아침을 먹고 네압볼리 다운타운으로 나가 보았다. 

 

 

지나가는 버스에 쓰인 그리스어(헬라어)가 눈에 뜨인다.
읽기도 힘든 그리스어의 조합들은 내게는 문자라기 보단 그냥 부호같이 보이기도 한데.....
차라리 알파벳으로 되어 있어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터키어가 훨씬 쉽게 느껴진다. 

 

 

항구의 공중전화 부스에는 다 쓴 전화 카드가 나동그라져 있고 여기저기 낙서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어디나 다 똑 같은가 보다...

 

 

 

간판도 역시 뜻 모를 글자가 가득....그리스어를 전혀 모르는지라 읽기가 정말 난해하기만 하다. 

 

 

 

‘새로운 성읍’이란 뜻의 네압볼리(네아폴리스,Neapolis)는 기원전 7세기 중반에 세워진 도시인데 비잔틴 시대에는 크리스토우폴리스(Christoupolis)로 불리웠으며 터키 통치시대부터 카발라(Kavalla)로 바뀌어 지금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오늘날 카발라는 인구 10만여명 정도의 활기찬 항구도시로 현재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데살로니키(성경의 데살로니가) 다음 가는 큰 도시인데 항구도시이자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지중해의 담배 집산지로도 유명한 도시이다.

 

 

 

네압볼리는 바울이 제2차 전도여행 때 드로아에서 환상을 보고 배를 타고 사모드라게 섬을 거쳐 도착했던 곳으로 유럽 전도가 처음 시작된 항구이다.

바울은 이 항구를 통해 이곳에서 16킬로미터 떨어진 빌립보로 가서 복음을 전하였다.

 “우리가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가고 거기서 빌립보에 이르니(사도행전 16:11∼12) ”  

 

 

 

바울 당시 이곳은 동서양의 뱃길을 잇는 교통 요지였고 육로 역시 로마로 향하는 에그나티아 대로(Via Egnatia)가 이곳을 지난다.  

네압볼리에서 빌립보로 넘어가는 에그나티아 가도는 도로 건설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로마인들이 만든 로마로 통하는 길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돌을 깔아 마차가 다닐 수 있게 한 포장도로인데 그 때문인지...시내 한 복판에도 돌을 깔아 포장한 도로가 많다. 

 

 

 

이곳에는 바울의 도착을 기리는 바울기념교회가 두 곳이나 세워져 있는데 한 곳은 항구 가까이에 있고 다른 곳은 항구의 언덕 위에 있어 항구 바로 가까이에 있는 바울 기념교회를 찾아 보았다.

 

 

이 교회는 1928년에 사도 바울의 유럽 도착을 기념하여 세워진 교회이다.  

 

 

교회 벽에는 바울이 배에서 항구에 내리는 모자이크화가 있어 이 곳이 바울이 유럽 전도에 첫 발을 디딘 역사적인 곳임을 강조하고 있다.  

 

 

신축한 교회는 예전에 있던 교회 터 위에 세워져 있다.
'한번 세워진 교회는 절대 무너뜨리지 않는다.'란 동방정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 앞에는 예전 교회의 기둥의 잔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세월이 스쳐 지나간 돌기둥에 기대어 잠시 상념에 빠지며
모자이크로 새겨진 사도 행전 16장 9~12절의 바울의 사역을 회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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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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