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때가 되었으므로 호텔에서 식사를 한 후
이스탄불 중의 이스탄불, '술탄 아흐멧 지구'의 밤 풍경을 돌아보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여자들이 낯선 외국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을까...생각되시겠지만
저녁만 먹으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암흑으로 변하는 유럽의 여느 도시와는 달리
터키의 밤 거리는 늦게까지 상점들이 문을 열 뿐만 아니라 의외로 안전한 편이어서
늦은 저녁 식사에도 불구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섰다. 


술탄 아흐멧 지구는 아야 소피아, 블루 모스크, 토프카프 궁전, 지하 궁전, 그랜드 바자르...가 밀집해 있는
올드 이스탄불....그러니까 이스탄불 중의 이스탄불이다.


호텔에서 조금 걸어오니 트램 정류장이 있고 사람들은 앉거나 서서 트램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램(Tramvay)은 바크르쿄이라는 이스탄불 서부 지구부터 카바타쉬라는 베쉭타쉬 지역까지 연결하고 있다.
트램은 5~1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차내는 청결하고 에어컨 상태도 좋다. 
특히 이 트램은 우리나라 현대로템에서 생산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오래된 오스만 시대의 건물과 신식 트램,그리고 히잡을 쓴 이슬람 여인이 조화를 이루는 곳, 이스탄불이다. 
 


 너무나 화려한 가죽 제품들이 많이 걸린 가죽 전문점에 들어가 백과 구두를 구경하였다.
주인은 아주 영어가 유창하였고 이 가죽 전문점엔 한국인이 많이 온다고 하였다. 
  


 얼마 안 걸으니 아야 소피아(성 소피아 사원)이 은은한 경관 조명 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나타난다.
아야 소피아는 내일 밝을 때 돌아보기로 하고 토프카프 궁전 입구 쪽으로 가서 카펫과 기념품 가게들을 돌아보았다. 
한 기념품 가게 주인 청년은 나이가 스물 셋 밖에 안 됐는데 벌써 가게를 경영하고 있다는 등 프라이드가 대단했는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혀를 굴리는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귀를 쫑긋하느라 혼이 났다.  



 아야 소피아의 맞은 편 블루 모스크 앞 광장에 다다르니 터키 대학생 두 명이 말을 걸어 왔다.
수줍게 말을 더듬으며 말을 걸어온 이 대학생들은 "자기들의 영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대화를 하고 싶단다. 
해양대 2학년생이라고 하는 이 학생들은 배를 타고 터키의 항구 도시를 순회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순진하고 예의바른 이 학생들은 비교적 또렷한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주거니 받거니 '무지 힘들게.....' 대화를  한참 하다보니 모두가 회화의 밑천도 떨어지고...^^;;
다른 곳도 구경하고 싶은지라 좋은 여행 되라고 손을 흔들고 주고 헤어졌다.


블루모스크는 건물 전체를 비추는 조명으로 인해 밤에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요즈음은 유적지나 타워의 경관 조명이 잘 되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오래 된 유적에 비쳐진 경관 조명은 낮의 모습모다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아야 소피아는 이제는 박물관이 되었으므로 밤에는 입장할 수 없지만
블루 모스크는 이슬람 사원이기 때문에 밤에도 기도하는 사람들로 인해 문이 열려 있어 

관광객들과 기도하러 온 사람, 더위를 식히러 온 이스탄불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모스크에서  만난 터키인 가족들은 아이가 '촉 규젤'하다니까 매우 좋아하며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촉 규젤 = 매우 아름답다, 아주 예쁘다)
알고 있는 몇 마디 안 되는 터키어로 얘기를 걸었는데 너무나 좋아하며 환하게 웃어주던 터키인 가족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몇 몇 한국인인 듯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을 다른 관광지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일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반가와 하며 '어디서 오셨어요...'하면서 기분좋게 인사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스탄불에 오면 모두 마음이 너그러워 지고 행복해 지는걸까...


 '미나레(minaret,이슬람 사원의 첨탑,아랍어로 등대라는 뜻)' 에도 경관 조명이 이쁘게 비추인다.
블루 모스크는 미나레트가 여섯개 있는 터키 유일의 사원인데 미나레의 갯수에 따라 사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오일 램프가 까마득한 천정에서부터 아래로 드리워져 있었는데
오래 된 수백개의 크리스탈 오일 램프는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한다.
 엄청난 넓이의 바닥에는 실크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카페트의 무늬는 일정하게 구획이 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슬람 사원의 예배 광경을 보면 엎드려 절할 때 줄이 참 잘 맞춰진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한 사람마다 앉는 자리가 구획지어진 이 카페트의 덕이라고 보면 된다.


오래 된 블루 모스크의 축대 아래에는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시장 '아라스타 바자르'가 있다.



이 바자르는 블루 모스트의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방편으로 
오래 전에 지어졌는데


바자르 안의 많은 기념품 가게에는 주로 머리에 쓰는 히잡이나 스카프, 벨리 댄스 복장, 카펫, 도자기 등을 팔고 있다. 
 


바자르의 가게 앞에는 이렇듯 로마시대의 기둥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는데
터키에는 수천년 된 유적들이 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혹은 티 테이블로.혹은 의자로 쓰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터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놀라곤 하는데 왜 유적을 박물관에 두고 잘 보존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니...길에 널려 있는 것이 모두 다 유적인데 어떻게 다 유리 속에 넣어두나요?" 하고 이상하다는 듯 반문한단다.



바자르 안을 구경하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나타나서 갑자기 동행인 S양의 손목을 덥썩 잡더니 
"이 귀엽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낙타 몇 마리에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일순간 깜짝 놀랐지만 앞에 선 아가씨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관용적 표현'이라는걸 눈치 채고
"음...낙타 천 마리...? 아니 아니 이천으로 합시다~!! 빨리 이 아가씨 데려가고 낙타 이천 마리 주세요~"
라고 했더니 이 터키 아저씨, 함께 폭소를 터뜨리며 가게에 들어와서 차이나 한잔 하고 놀다 가라고 한다.  


 사진은 동행인 K양, 초상권 보호를 위해 면상 비공임당...^^

하도 강권하는 바람에 카펫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엄청나게 좋은 카펫도 있었고 조그마한 킬림도 있었는데
주인은 카펫 장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차이를 권하더니 
자기의 '매직 카펫쇼'를 보여주고 싶단다.
의자에 우리를 앉히곤 길이 120cm정도 되는 붉은색의 카펫을 한장 들더니
"혹시 심장이 약하지는 않으신가요? 놀라서 기절하지 말고 카펫에 눈을 떼지 말고 똑바로 지켜 보세요~"
하며 카펫을 머리 위에서 빙빙 돌리다가 가게 바닥에 휙 내던지는 것이다.

뭥미...? 뭐가 매직쇼야.... 카펫이 뭐가 달라지기나 했나...? 하고 자세히 보다가 순간 "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
분명이 붉은색 카펫을 바닥으로 던졌는데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은 하얀색 카펫이었다.
우리는 "와아~~~와아~~팬태스틱~!"하면서 박수를 쳤더니 우리의 리액션에 신이 난 이 아저씨...다시 카펫을 들더니
"이번엔 하얀 카펫을 붉은 카펫으로 바꿉니다~" 하면서 머리 위에서 빙빙 돌리다가
다시 가게 바닥으로 내동댕이쳐니 이번엔 카펫의 색상이 다시 붉은색으로 바뀌어지는 것이다. 

필자는 주인에게 "잠깐~!" 을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으로 가보았다.
반대편에 서서 보니 카펫은 요술처럼 하얀색이었는데 다시 앉아 있던 방향으로 와서 보니 붉은색이었다.
그렇다.....이 카펫은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보이도록 짜여 있는 '멋진 예술품'었던 것이다.
 '매직 카펫 쇼'라.....ㅋㅋㅋ
정말 환상적인 매직쇼를 보여준 카펫 가게 주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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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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