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난 훈데르트바서를 일컫는 이름은 여러가지이다.
화가, 생활 디자이너, 건축가, 환경주의자, 평화주의자.......
도시 디자인을 혁신하고 생활의 미학을 높인 점에서는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와
건축에서 곡선을 살리고 자연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스페인의 가우디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훈데르트바써에게 디자인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건축은
그것이 꿈이나 목표라기보다는 꿈을 실현하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이상적인 삶을 살고 싶어 했고 발상을 뒤집으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은 예술가 훈데르트바서.
2000년 어느날 그가 '특별한 세상'이라고 말하던 뉴질랜드에서 비엔나로 오던 도중
퀸 엘리자베드호 갑판에서 세상을 떠났다.

백가지 길을 열어놓고 산 사람 훈데르트바서는 이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자취는 비엔나 곳곳에 남아 비엔나의 명물이 되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성 바바라 교회,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그리고 쿤스트하우스빈.





훈데르트바서의 미술관 쿤스트하우스빈은
그가 재건축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서 도보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쿤스트하우스빈 앞에 도착하여 사진을 담으려고 하니 마침 햇살이 환하게 건물을 비춘다.

오후 2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지는 유럽의 겨울은 낮시간에도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침침하기가 일쑤인데
쿤스트하우스빈 앞에 서니 정말 감사하게도 하늘이 파랗게 드러난다.





쿤스트하우스 앞은 좁은 도로라 건너편 벽에 바짝 붙어 서도 좀체로 건물 전체를 담을 수가 없어 이렇게 
부분 부분을 앵글에 담아 보았다.





건물을 장식한 화이트와 블랙의 체커 보드 무늬가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체커 보드 무늬이긴 하지만 하나 하나의 모양은 반듯한 직선이 아니고 모두 구불구불한 곡선 모양이다.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이 반짝거리는 모자이크 타일은 산업용 타일이 아니라 모두 수제 타일이라고 한다.




 
건물은 화이트와 블랙을 주조색으로 하여 창에는 레드, 블루, 오렌지, 엘로우, 퍼플..... 자연을 닮은 알록달록한 색을 썼는데

훈데르트바서에게 다채롭고 눈부신 색깔의 집은 행복한 집과 같은 의미였다.





바로 옆에 붙은 획일적이고 밋밋한 건물들을 보면 쿤스트하우스빈이 얼마나 개성있는 집인지 확연하게 대조가 된다.
그는 항상 자연에는 자로 잰 듯한 반듯한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디자인한 모든 건물에는 곡선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사각의 기둥은 이렇게 둥근 항아리 모양의 기둥으로 변신했고 
건물 바로 앞의 보도 블럭도 이렇게 물이 흐르듯 유연한 곡선으로 이어져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를 원했던 쿤스트하우스빈의 정원은 많은 식물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를 보호해주고 살 공간을 제공해 주는 집을 제 3의 피부라고 표현했던 훈데르트바서는

집이 세워짐으로 인해 빼앗겨버린 식물들의 생활 공간을 식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이 빼앗은 식물들의 공간을 건물에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디자인한 모든 건물에는 옥상과 마당, 계단을 가리지 않고 식물을 심었다.





식물들은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주고 인간은 식물로 인해 기쁨이 더욱 넘치게 된다.
인간은 식물을 통해 그늘을 얻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먼지와 소음에서 벗어나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된다.
훈데르트바서는 나무를 심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나무 의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식목일'이 있는데 만약 훈데르트바서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우리나라 식목일 홍보 대사를 자처하지 않았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작품의 소재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았던 훈데르트바서는 모든 작품의 원료를 자연에서 가져왔는데

이렇게 버려진 빈 병이나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건축 자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기를 추구했던
훈데르트바서는
"인간이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싶다면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도록 애써야 한다.
인간은 자연이 손님이며 그것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에 책임이 있다.
쓰레기를 분리하고 재활용하는 것은 아름답고 즐거운 행위이다"라고 주장했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Friedensreich Hundert Wasser,百水)'이라고 지은 그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평생 환경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산 작가이다.





훈데르트바서는 건물이나 집을 지을 때 그 안에 자신의 이념과 꿈을 반영하고 싶어 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블루마우 리조트......처럼 훈데르트바서의 집들의 창은 하나도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단독 주택을 지을 수 없어서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사는 요즈음, 
남이 설계하고 지은 집으로 이사온 사람들은 획일화된 아파트에서 자신의 존재와 개성을 드러내기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훈데르트바서는 창문을 에워싼 공간만큼은 스스로 만들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권리를 그는 '창문권'이라고 불렀다.





쿤스트하우스빈은
1892년에 지어진 토넷 가구 공업소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것이니 무려 118년이 된 건물이다.
1991년 4월에 오픈한 이 미술관 1,2층은 훈데르트바서의 그림과 컬렉션으로 채워져 있고
3,4층은 현대 작가들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2층의 훈데르트바서 전시 관람료는 12유로, 3,4층의 기획전까지 관람하고 싶으면 16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개성 만점 매니큐어의 손은 제 손이 아니구요...큐레이터님의 손이 찬조 출연했답니다..^^)




쿤스트하우스빈 로비에는 그의 건축물에 어디든지 존재하는 실내 분수대가 중앙 벽면에 자리잡고 있다.
자연을 그대로 건축물에 들어앉히는걸 원했던 그는 인공 정원은 물론 실내 분수를 꼭 설치한다.





로비의 바닥 또한 물결 흐르는 듯한 곡선의 모자이크 타일로 뒤덮여 있는데 자연의 언덕처럼 완만한 경사가 있다.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시 반듯한 직선이 아니라 유연한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비 한쪽에 위치한 뮤지엄샵에는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이용한 다양한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다.








여러가지 기념품 중에서도 그의 작품을 담은 그림 엽서는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이용한 장난감 중에서는 돌리면 이렇게 뱅글뱅글 나선이 그려지는 신기한 팽이도 있는데   

나선이 생명의 원초적인 형태라고 생각했던 훈데르트바서의 그림에는 유난히 나선을 이용한 그림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곡선으로 처리된 계단을 따라 전시관으로 올라가 본다.





올라가는 계단에도 이렇게 빈틈없이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계단에 걸려 있는 식물 또한 거창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쿨 식물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 온다.





훈데르트바서라고 쓰인 벽 오른쪽 문을 밀면 전시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전시관은 적막할 만큼 조용해서 옮겨딛는 발소리가 느껴질 정도였는데
이렇게 가운데에는 앉아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를 놓아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전시관 안에는 훈데르트바서의 회화 작품과 테피스트리, 우표 등 콜렉션, 그의 건축 작품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매혹적이며 화려한 그의 회화는 다양한 색채를 사용했으며 재료 또한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채 자유롭게 사용되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그림처럼 자유롭고 다양한 색채가 살아 있는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은
권위적이지 않으며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암다채(暗多彩)의 색을 매우 좋아했는데 그는 암다채가 순수라고 강하고 깊은 색이라고 생각했다.





비오는 날에는 모든 사물이 비에 젖게 되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이 더 빛난나고 생각했는데

그의 그림에서는 비에 젖은 듯한 강렬한 색감이 가미되어 모두 화려하고 생동적이며 빛이 난다.





훈데르트바써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제나 자연과의 조화를 꿈꾸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추구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과 건물은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구성되며 자연의 색을 닮은 노랑, 빨강, 파랑 등 알록달록한 색을 사용했다.
그런 까닭인지 그의 작품에는 어린이 같은 천진함과 자유, 편안함이 느껴진다.

 



백가지 길을 열어놓고 산 사람 훈데르트바서는  눈에 뜨이지 않게 서서히 자라는 식물의 성장과 같이
천천히 그림을 그렸다.



그의 어떤 작품은 짧은 시간에 꽃을 피우듯이 완성되었고, 어떤 작품은 완성되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가 이루어 놓은 결과물은 아주 바쁘게 산 사람이라도 평생 흉내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훈데르트바써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로 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며 살았기에 
세상을 더 풍요롭고 더 재미있고 아름답게 만든 예술가이다.





훈데르트바써는 늘 그림을 그렸고,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었다.
그는 늘 꿈을 꾸며 살았기에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고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무한히 노력한 사람이다.
그의 남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그가 일생 동안 추구한 가치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파라다이스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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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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