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달이 솟아오르는 보름날이 되면 언제나 마음에 작은 파도가 인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둥근 달, 바다 위로 부서지는 달빛이 눈 앞에 자꾸 어른거려
서둘러 일을 마치고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 바다로 향한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달 뜨는 시간이 가까워오니 조급한 마음에 속력을 높여 본다.





무속인들의 굿판이 벌어지는 대왕암을 뒤로 하고 찾는 이 없는 한적한 어촌에 이르니 
이미 보름달이 바다 위로 휘영청 떠오르고
저멀리 수평선엔 고깃배들의 불빛이 가물거린다.

아직 달빛이 바다까지 이르지 않아 달빛이 바닷물에 떨어지는 시간을 기다려본다.
알싸한 바닷바람이 귀와 볼을 세차게 스치며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아! 머리 위 달 그림자가 바다 위로 떨어져 부서진다.
검푸른 바다 물결 위로 일렁이며 춤추는 달의 은빛 부스러기.





은빛 달 부스러기들이 파도를 따라 반짝이며 내 발 밑으로 다가온다.
조각조각 부서지는 달빛 따라 바다로 한걸음 내디디고 싶다.
저 은빛 달 부스러기들을 따라가면 보름달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바다로 부서져내리던 달빛은 더욱 환하게 바다를 비춘다.
고요해진 바다 위로 수평선 너머 불빛들도 반
짝임을 더해준다.
차디찬 겨울바람에 손과 발은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데 
언제까지나 서서 바라보고 싶은...... 달빛 부서지는 동해 바다.


Copyright 2011.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글이나 사진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