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호산춘, 서천 한산의 소곡주, 경주 교동 법주를 일러
애주가들은 대한민국 3대 명주로 꼽는다는데

오늘은 그중 하나인 경주 교동 법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술이라고는 한방울도 입에 못대는 필자가
감히 술에 대한 얘기를 펼치느냐고 물으시면 할말이 없지만

경주교동법주는 조선 숙종때 사옹원 참봉을 지낸 최국선이 
최씨 종가집 안마당 우물물에 찹쌀과 누룩을 넣어 빚기 시작한 전통 곡주이므로
경주 최부잣집을 논하면서 교동법주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교동법주는 경주 최부잣집과 담장을 경계로 이웃하고 있으며 대문도 나란히 하고 있다.





종가인 최부잣집의 가옥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마당을 전부 뒤덮고 있는 화단에는 사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산수유, 목련, 박태기, 철쭉, 꽃잔디......





봄날의 교동법주집은 울긋불긋 꽃잔치가 한창이다.





350년 동안 대대로 이어온 교동법주는 사실 아무나 접할 수 있는 술은 아니었다.
일반 사람들은 흔히 ‘경주 교동법주’와 ‘경주법주’를 같은 술로 잘못 알기도 하는데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경주 교동법주와 대량생산되는 경주법주는 그 맛과 품질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교동법주는 찹쌀과 밀로 만든 누룩 그리고 뜰 샘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뜰의 샘물 옆에는 100년이 넘는 구기자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이 구기자 뿌리가 샘에 닿아 물맛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집에서는 교동법주의 술맛을 좌우하는 구기자 나무와 샘물을 아주 소중히 다룬다고 한다. 



최부잣집을 찾는 귀한 손님들에게만 내놓던 가양주였던 교동법주는 1992년에야 일반인에게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특유의 향긋한 냄새와 혀끝에 감기는 달큰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노르스름하면서도 투명한 빛깔,

그리고 과음한 후에도 뒷탈이 없는 '법도에 맞는 술'로 인정받아 1986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86-다호로 지정되었다. 



교동법주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마당을 거닐거나 툇마루에 앉아 있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를 자주 만나실 수 있다.
이분은 바로 교동법주의 기능 보유자인 배영신 할머니.
1939년에 최씨집안에 시집왔으니 교동법주를 빚어온 세월이 어언 72년이다. 

여자들은 보통학교도 다니기 힘들던 1930년대에 여고를 졸업한 재원이었던 배영신 할머니는
시집와서 시어머니로 부터 술빚기를 배우면서 밤을 새우기가 일쑤였다고 하며
"내가 이래도 학교 다닐 때 흰 칼 차고 다녔어~
(흰칼 찼다는 표현은 교복 치마 옆선에 하얀 선이 있었던 경북여고 출신이란 뜻)
그때 내가 육상 선수도 하고.....날렸지....."라고 여고시절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며 환한 웃음을 웃으신다.

90이 훌쩍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실 뿐 아니라 고운 자태가 여전하신 배영신 할머니.
지금은 아들 최경에게 경주교동법주 보유자를 불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나셨지만
배영신 할머니의 환한 미소는 교동법주를 방문하는 분들의 마음을 언제나 환하게 밝혀준다.


Copyright 2011.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글이나 사진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