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봄날,
경주 시내에서 가깝지만 마치 오지같은 산촌마을, 암곡동으로 향했다.




마을 앞 변변치 않은 논밭에는 화사하게 핀 벚꽃도 아랑곳하지 않고 못자리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그런데 바쁜 손길을 움직이는 농부의 경운기 옆에 덩치 커다란 하얀 새 한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뭐지.....? 하고 자세히 보니 튼실한 목에 짧은 다리, 거위임에 분명하다.
한참을 바라보아도 경운기 옆을 떠나지 않고 계속 서 있는 모양새로 보아 집에서 기르는 거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 거위 행동 한번 요상하다.
못자리를 손질하던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시작하자 계속 경운기 앞에서 길을 앞서가는게 아닌가?

"탈탈탈탈탈탈......"
거위가 할아버지의 경운기 진행 속도에 맞추는지.....
할아버지가 거위가 다치지 않게 천천히 경운기를 모는지.....
아슬아슬하게 치일 듯 말 듯.....거위는 간발의 차이로 뒤뚱거리며 경운기에 앞장서 걸어간다.





서 있던 언덕에서 논둑으로 내려가 경운기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이 거위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란다.
경운기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거위가 마냥 귀엽기만 한지 할아버지는 거위와 함께 잠시 포즈까지 취해 준다.






이 거위는 꼭 이렇게 주인 할아버지의 경운기 앞을 떨어지지 않으며면서 경운기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고 한다.




예전에는 개 대신 집을 지키는 동물로 거위를 사육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거위는 낯선 사람을 보면 요란하게 울어댈 뿐 아니라 밤눈이 밝아 개 보다 훨씬 훌륭한 파수꾼 노릇을 했다고 한다.
이 거위는 주인의 경운기를 자신이 사수하지 않으면 안 될 최고의 귀한 재산으로 생각한 것일까? 




얼마전에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주인 아저씨 자동차에 과도한 애착을 보이는 거위가 방송을 탔는데......
자동차에 부리를 부비며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거위 덕구는
자동차 근처에는 다른 사람은 물론 주인까지 얼씬도 못하게 하며 자동차를 지켰다고 한다.
덕구의 자동차에 대한 집착에는 슬픈 이유가 있었는데......
8개월전 덕구의 짝인 암컷 거위가 죽자 주인 아저씨가 암컷 거위를 박스에 담아 트렁크에 싣고 밖으로 나갔던 것.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덕구는 차에서 풍기는 암컷의 냄새를 맡으며 지내다
어느 순간 자동차를 암컷으로 생각한 듯 강한 집착을 보였다는 것이다.






거위 덕구가 자동차에 집착을 보인 이유는 죽은 암컷 때문이었다지만
이 거위는 무엇 때문에 경운기에 집착증을 보이는 것일까?
거위의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
항상 경운기 앞에서 뒤뚱거리며 에스코트하는 이 거위는 주인 할아버지의 가장 훌륭한 친구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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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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