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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근하고 화사한 봄날 오후에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으로 알려진 '경주 최부잣집'을 찾아보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프랑스어로 '귀족의 의무'란 말..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사회지도층은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자가 3대를 넘기기 힘들다(富不三代)"란 말이 있지만 경주 최부잣집의 경우엔 예외이다. 


12대 만석지기의 시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전공을 세우고 전사한 정무공 최진립이다.

 청백리로 유명한 최진립은 지극히 검소해 300년 부의 토대를 닦았는데 

최국선을 비롯한 후손들은 최초로 관개시설을 만들어 이앙법을 도입하고 원성의 대상인 마름을 없앴다.

또 만석 이상이 수확되면 나머지를 되돌려주는 나눔의 경영 철학을 실천해

소작농들이 스스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정착시켰다.



12대 300년 이상을 만석꾼으로 일가를 이룬 경주 최부잣집의 300년 이상을 이어온 <가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아라.(큰 벼슬을 하면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재산을 모으되 만석 이상은 모으지 말아라.(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나그네에게는 후하게 대접하라.(신분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집에 온 손님은 융숭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마라.(남들이 어려울 때 재산을 모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가문의 며느리 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가난을 체험해 보아서 어려운 사람을 이해해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월성을 끼고 흐르는 남천 옆 양지바른 교동에 자리잡은 최씨 고택을 돌아본다. 

최씨 고택은 경주 최씨의 종가로 1700년 경에 건립된 집이다.  

 이 고택은 조선 시대 양반집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고 있는데  


 원래는 99칸이었던 이 집은 현재 대문채,사랑채,안채,사당,고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채와 별당은 1970년에 불타서 주춧돌만 남은 채로 오래 방치되었는데 


 근래에 옛 모습 그대로 사랑채를 복원하였다. 


 하인들이 기거하던 곳은 대문채이고 


 대문채 옆 텃밭에서 마주 보이는 곳은 안채이며 오른쪽이 유명한 최부잣집의 고방이다.


최부자집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고방... 

 소작농들에게서 거둔 볏섬을 차곡차곡 쌓아두던 고방은 크기도 크거니와 건물의 높이도 엄청 높다.


 이 고방의 열쇠는 마님 만이 가지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비어 있어 자물쇠로 잠글 필도 없다. 


 안채는 ㅁ자 모양이고 지금 관리인이 거주하고 있는 듯 하다.


 안채 앞의 절구에는 오랜 세월을 거쳐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당은 사랑채와 서당으로 이용된 별당 사이에 배치되어 공간적 깊이를 느끼게 한다. 

 사실 이 집 뿐 아니라 입구 오른 쪽에 있는 요석궁(현재 음식점)을 비롯하여

이 일대에 있는 모든 집이 다 최부자의 집이다.


 만석 지기 최부자집의 일년 소작 수입은 삼천석이었다고 하는데

그 중 일천석은  집 안에서 쓰고 일천석은 과객을 접대하는데에,

나머지 일천석은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에 썼다고 한다.

쌀 일천석이라면 당시의 경제 규모로선 엄청난 액수라고 할 수 있다.

 최부자집에 과객이 많을 때엔 일백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집 안에 다 수용을 못해 최부자집 주변의 집으로 과객을 보낼 땐

반드시 과메기와 쌀을 같이 보내 손님을 대접할 수 있게 해주었고

과객들이 떠날 때엔 과메기와 하루 양식,노잣돈까지 챙겨서 보냈다고 한다. 


 최부자집의 과객 대접이 융숭하다는 소문은 경상도,전라도 뿐 아니라

이북 지역까지 널리 퍼졌다고....


이런 만석 지기 재산은 12대에 끝나게 된다.

하지만 자녀들이 허랑방탕하여 재산을 탕진한 것이 아니다. 


1884년 경주에서 태어난 마지막 최부자인 최준은 임시정부에 평생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였다.

독립운동 사실이 왜경에게 발각되어 만석꾼 재산을 거의 날려버린 최준은

남은 전 재산과 살고 있던 경주 및 대구의 집까지 처분하여

대구대학과 계림학숙을 세웠는데 이 두 학교가 합해져서 후일 영남대학교가 되었다. 

 

최씨 고택을 방문하는 이들은 한결같은 감동을 받고 나서게 된다. 


  '부불 삼대(富不三代)'라고 부자가 3대를 이어가기 힘든 세상에

12대를 부를 누린 최부자집의 가훈에서 받은 교훈보다 더 나를 감동시켰던 것은

그렇게 지켜 온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시켰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300년간 묵묵히 실천해 온 최부잣집의 교훈을 본받는

재벌이나 지도자들이 이 시대에도 많이 나타나 주길 바라면서 최씨 고택의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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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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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날마다방콕 2009.03.27 1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주 최부자집..
    주변을 배려하는 그 마음 씀씀이가 그들을 계속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인것 같습니다.
    멋진 풍경 잘 봤습니다.

    • BlogIcon 루비™ 2009.03.27 2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조상에 그 자손이더군요.
      12대를 이어가며 조상이 전해주는 가훈을 그대로 지켰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지요.
      평생을 독립 운동 뒷바라지를 하고
      재산을 영남 대학에 기부한 '최염'의 경우에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3. BlogIcon Yujin Hwang 2009.03.27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부자란 말만 들었는데...
    저곳이 그 역사의 최부자집이라니~ 부자집의 여러모로 기도 죽지만
    멋진 사진땜에도 기가 죽어요...ㅋ

    • BlogIcon 루비™ 2009.03.27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최부자....
      정말 알면 알수록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가문이더군요.
      이런 분이 경주에 사셨다는 것도
      자랑스러운 일...
      사진에 대한 부분은 과찬입니다요...ㅎ

  4. 테리우스원 2009.03.27 1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의 정서에 알맞는 아름다움이군요
    즐거우시길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 BlogIcon 루비™ 2009.03.27 2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도록 본이 되는 집은
      문화재 당국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5. BlogIcon 털보아찌 2009.03.27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부터 부잣집 영감이 주로 인색한데,
    최부자는 아주 인심이 후한가봅니다.
    이시대에 본받아야 할사람 많군요

  6. BlogIcon 산해경 2009.03.27 2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밭가운데 할머니네 집에 다녀오셨군요~
    이런 티스토리까지 진출을 하셨네요
    루비님 일취월장 축하합니다.
    샬롬~

  7. BlogIcon 자연인 2009.03.27 2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티스토리 축하합니다.
    멋진 활동 기대합니다.
    응원할께요 ~ ^^*

  8. BlogIcon 김천령 2009.03.28 0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훈한 이야기에 봄기운 가득한 사진 좋습니다.

  9. may 2009.03.28 08: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비님^^
    티스토리 개설을 축하드립니다..
    여전히 멋진글을 대하니 반갑습니다.
    지난 가을의 모습을 저도 올린 적이 있지요..
    뛰어난 설명과 사진에 제가 많이 배웁니다^^*

    • BlogIcon 루비™ 2009.03.28 2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may님..반갑습니다.
      이곳에 왔다 가셨군요.
      봄,여름,가을,겨울...
      사철이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다시 한번 경주로 놀러 오세요~

  10. BlogIcon 하늬바람 2009.03.28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날의 최부자집 풍경은 이렇게 다른 풍경이네요.
    산책삼아 가까운 곳에 이런 고택이 있으면 좋겠어요.
    햇살 따스한 날 마루에 앉아 해바라기하다
    오고 싶어요~

    • BlogIcon 루비™ 2009.03.28 2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겨울도 좋지만
      봄은 산수유와 목련이 어우러져서
      최부잣집 근처가 다 아름답답니다.
      새로 지은 사랑방이 툇마루가 높은 것이
      해바라기 하기엔 아주 좋을거에요~

  11. 사라 2009.03.28 1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넘넘좋아요 저두 경주최가에요 주소좀알려주세요 애들델고가게 ㅎㅎ

  12. BlogIcon 칼스버그 2009.03.29 0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담이 아름답게 보여지는 고택입니다.
    여유와 아름다움이 가득한 한국의 정원..
    규모면에선 일반 고택보다 더 웅장함이 보여집니다.
    꼭 한번 가봐야겠네요...^^

    • BlogIcon 루비™ 2009.03.29 22: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꽃담을 시멘트로 보수한 것이 좀 맘에 걸리더군요.
      이 일대가 다 최부잣집입니다.
      한옥 여러채가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어요.
      거기서 바로 계림이며 반월성이 이어지는 명당이지요.
      꼬옥 한번 와 보세요~

  13. BlogIcon 라헬 2009.03.29 1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4월에 경주 갈 예정인데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너무 좋은 글, 사진 감사히 잘 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14. BlogIcon 악랄가츠 2009.04.26 0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경주에 20여년을 넘게 살았는데..
    별 관심이 없었네요;;;
    이제서라도 알게되어서 다행입니다~
    시간날때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

  15. BlogIcon 박씨아저씨 2009.06.02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감동적입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감상을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주 최부자댁 곡 한번 가보고 싶네요~어마어마한 거부였네요~3천석이면 지금돈으로 하면 몇십억 되는 거금인데...

    • BlogIcon 루비™ 2009.06.02 2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주에 오시는 분들이 불국사,대릉원은 들려가시지만
      최부잣집까지 오시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지만
      오시는 소수의 분들은 모두다 크나큰 교훈을 얻고 돌아가시지요.
      경주에 오시게 되면 꼬옥 아이들과 들려보세요~

  16. BlogIcon AmericaBridge 2009.06.06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비님은 최부자집 밥상이 어떻신지 아세요. 저는 오래 전 최부자집에서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 맛있게 먹었답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의 제사상 비슷한 그런 밥상이었다는 기억입니다. 그 때는 그냥 최부자집으로만 알았었지 그렇게 훌륭한 집인 줄을 몰랐었죠.

    • BlogIcon 루비™ 2009.06.06 1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 최부잣집 가정식은 '요석궁'식당이 되어 있는데
      요석궁 식당에서 맛 보셨는지...아님 최부잣집에 들려서 맛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경주에 살면서도 아직 요석궁의 음식은 맛보지 못했습니다.

    • BlogIcon AmericaBridge 2009.06.06 22: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저는 식당이 아닌 최부잣집에서 식사를 했답니다. 영광스럽게도 그 당시에는 최부잣집이 무슨 특별한 집이 아니었고 그냥 경주에 많이 있는 한옥이었으며 좀 크다는것이었는데 경주란 곳이 큰 한옥이 많은 곳이잖아요. 그래도 그 집이 최부잣집이란 건 알긴 알았었죠.

    • BlogIcon 루비™ 2009.06.07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참으로 소중한 경험을 하셨군요..부럽습니당~

  17. 미스박 2009.06.09 16: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결말이 좀 거시기 하네요..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달라서요..
    지금 영남대는 박통일가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적절한 방법으로 삼성가 이병철이 박통안테 뇌물비슷하게 바쳤다고 하던데..
    이병철은 최부자로부터 운영권을위임받은 상태에서 그래도 되는건가요?
    그것에 대한 최부자측에서 뭐라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것으로 보아...
    ...우리가 남이가....이런말이 생각나네요...역쉬 남이 아닌가봐요..

    • %% 2009.09.08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박통이 꿀꺽 집어삼킨 건 영남대만이 아니죠.
      정수장학회. 그리고 엠비씨 지분도 상당하죠, 아마?
      정수장학회 뺏긴 원주인이 그리도 원통해 했다는데.
      그걸 박끄네가 평생 자~알 울궈먹고 있죠.
      그런데도, 박통 박끄네 박수부대들은 박씨부녀가 청렴결백하대요. 푸헐~

  18. BlogIcon 악의축 2010.01.29 1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영을 전공한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최부자네군요...

    저 역시....읽어봤구요. 저 현장 역시 일찍 가서 눈여겨 봐두었죠..

    • BlogIcon 루비™ 2010.01.29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최부잣집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전 경영학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정말로 자랑하고 싶은 경주의 상징 인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9. BlogIcon tehee 2010.02.03 0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 꿈꾸는 사람 2010.04.18 1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작년인가에 아내와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부모님을 모시고 경주 구경을 갈려고 하는데, 양동마을에 들렀다거 다시 한번 들러야 겠네요
    차인표가 주연인 드라마가 방영되었지요(현재는 방영되고 있는지 자 모르겠습니다만???)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 아닌가요??
    또 다른 경주의 상징으로 삼아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21. BlogIcon 용작가 2011.06.09 1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나같이 감동을 받고 집을 나섰다는 대목에서 공감합니다 ^^
    너무 멋진 포스팅 역시 베스트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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