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변변한 눈 한번 오지 않던 경주.
올해는 웬일인지......폭설이 잦네요.
지난 토요일 내린 눈이 제대로 녹지도 않았는데
월요일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여니...... 또!!!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였군요.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을 보고 기뻐하기도 잠시......
차를 가지고 출근해야 하나? 차를 두고 출근해야 하나? 
고민고민하던 끝에
용감하고 무모하게 차를 몰고 출근했었지요.
아침에 좀 내리다가 그치겠지......하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 나갔는데
웬걸......! 하루 종일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네요.

온 세상이 하얗게 되었는데도 일하느라 사진 찍으러 나갈 수 없으니 마음은 '콩밭'에 있고......
언제 퇴근 시간이 되나.....시계만 보고 있는데
오후가 되니 눈발은 더욱 거세어지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앞도 잘 안 보일 지경이 되어 버리네요.

눈이 너무 많이 오니 '사진 찍어야지!' 하는 생각보단 '헐.....어떻게 집에 가지....?' 이런 걱정만 앞서더군요.
'차를 버리고 걸어서 가야 하나? 눈이 이렇게 심하게 오니 버스나 택시 타기도 수월치 않을텐데.....!'
걱정 걱정하던 끝에 '에라 모르겠다!' 용기를 내고 차 위에 쌓인 눈을 낑낑거리며 걷어내고는 도로로 나셨답니다.
이면도로를 조심조심 벗어나 차량 통행이 많은 간선도로로 나서니
눈이 질퍽하게 녹아 범벅이 되긴 했지만 한결 운전하기가 쉬워지더군요.

 
조심조심, 거북이 걸음으로 차를 몰고 가다보니 옆에 황성공원이 나타나더군요.
눈으로 뒤덮힌 공원을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
'사진 찍으면 좋겠는데......집에는 가야 하고.....ㅠㅠ
사진 찍다 집에 못 가면 어쩌지? 그치만 이럴 떄 설경 사진 안 찍으면 언제 찍겠냐!'

눈이 더 많이 와서 길이 막힐까봐 내심 걱정은 되긴 했지만 무작정 황성공원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한뼘이나 쌓인 눈 위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등산화 꺼내 신고, 왼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손으로 찍을 수 있는 가벼운 NEX-5를 들고 황성공원으로 들어갔어요.

사람의 통행이 거의 끊긴 공원으로 들어서니 쌓인 눈으로 발목이 푹푹 빠지는 곳이 많았고
세찬 눈발로 인해 우산을 써도 얼굴과 카메라에 내려앉는 눈송이를 막을 수 없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황성공원의 설경은 정말 감탄 그 자체이더군요.
거대한 기와 지붕 위로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도서관, 휘날리는 눈 속에서 칼을 들고 하늘을 찌르는 김유신 장군,
구불구불 구부러진 채로 눈 속에 파 묻혀 있는 그림같은 소나무들,
소복소복 쌓인 눈 속으로 삐죽이 모습을 드러낸 작은 가지들.....


경주에서 자주 보기 힘든 기막힌 설경인지라 오래 거닐며 눈 쌓인 공원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쌓인 눈 때문에 걷기가 힘든데다 시간도 이미 5시를 넘어가고 있는지라
공원의 전체를 돌아보진 못 했지만 부분이라도 담은 것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차로 돌아왔답니다.
그리고 다시 엉금엉금 기어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요.

얼어붙은 몸을 따스하게 한 후 저녁 준비를 마치고 나니 8시가 훌쩍 넘었네요.
창밖을 내다 보니 이미 20센티 넘게 내린 눈은 그칠 기세도 안 보이고 점점 더 많이 내려서
밤시간인데도 어둡지 않고 온 세상이 환하기만 하네요.

눈 안 오기로 소문난 경주에도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다니!
끝날 것 같지 않던 대단한 한파를 비롯해서 십여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까지......
정말 이번 겨울은 모든 이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겨울인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엔 밤새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출근해야 하나요.....?
에라...모르겠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일이고.......
오늘 밤은 황성공원 설경 사진이나 보며 기분좋게 잠들어야겠습니다.
<정말 정말 만나기 힘든 경주의 환상적인 설경>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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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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