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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도 힘없이 비치는 오후 시간,

가는 계절이 못내 아쉬워 가을을 붙잡으러 공원으로 나가 보았다. 



소나무,참나무,느티나무 갖가지 나무들이 드리워진 드넓은 황성공원 숲은 산책하기도 좋고 자전거를 타기에도 너무나 좋다.

혼자 걸어도 좋지만 함께 거닐면 더욱 좋은 곳......이곳을 혼자 거닐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같이 서 있는 자전거만 보아도 따스함이 온 몸으로 전해지고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하는 구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는 곳,  가을 벤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내가 앉으려던 벤치 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뜨였다.
갈색 바지에 갈색 베레모, 연갈색의 점퍼 아래 살짝 나온 카키색 풀오버......공원의 낙엽들과 너무나 조화가 잘 되는 옷차림이다.
패셔니스타 같은 차림새의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난 바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얌전히 자전거를 세워 놓고 벤치에 앉으신 할아버지, 무언가를 슬그머니 꺼내셨는데..... 

조그만 손가방에서 꺼내신 것은 다름아닌 꽹과리였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꽹과리를 꺼내드신 할아버지는 이윽고 조용하게 두드리기 시작하셨는데....

그 소리는 평소에 내가 듣던 귀가 찢어질 듯한 꽹과리 소리가 아니라 간들어질 만큼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였다.
마치 꽹과리를 주무르는 듯 느리게 혹은 빨리 두드리는데.....꽹과리 소리가 이렇게 부드럽고 착착 감길 수 있다니 !
사람의 마음 속속들이 파고 들어오는 꽹과리 소리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한편의 연주곡이었다. 

 

난 잠시 망설였지만 연주하시는 할아버지께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저...할아버지....꽹과리 소리 정말 듣기 좋은데요? 꽹과리 치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도 될까요?" 하고 물으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더욱 신명나게 각가지 장단을 연주해 주셨다.

연주를 하시다 잠시 멈추는 할아버지께 이렇게 멋진 꽹과리 소리는 생전 처음 들어보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얼마 전에 MBC에서 와서 날 찍어갔지...나 테레비에 나왔어..."
"십 여년 전인가...동국 대학교에서 찾아와  학교에 와서 꽹과리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에 나 안 갔는데.....
그 때 학교에 가서 애들 가르쳤으면 나 지금 팔자 고쳤지...." 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예사 솜씨가 아니라고는 생각했긴 했지만 이렇게 우연히 꽹과리의 명인의 연주를 동네 공원에서 듣게 되다니....!
"그럼 그 때 가르치러 가셨으면 지금 교수님이 되셨겠네요...." 하고 물어보았더니
"그렇지.....그렇지......"하시며 할아버지는 씨익 웃으셨다. 

 

할아버지가 심심하지 않게 나는 또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그러면 여기서  꽹과리 치고 계시면 다른 분들이 오셔서 같이 풍물하고 노시나요...?"
"없어.....없어.....북 치던 영감은 몇 년 전에 죽었고...장구 치던 영감도 작년에 저 세상 갔지....
이제 내 차례인가벼...이젠 팔이 아파서 오래 치지도 못 하겠어....."
할아버지는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셨다.

 

꽹과리 명인의 연주를 무료로 감상하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재미있게  꽹과리도 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인사를 하였다.
"잘 가시오.....나한테 말 걸어 주어서 고마우이...."
할아버지도 손을 흔들어 주시고는 돌아서는 내 뒤에서 다시 멋진 연주로 작별 인사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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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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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해피아름드리 2009.11.20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비님~!!!
    이제 조금 힘나시죠???
    늦가을 가득 느끼고 갑니다..
    힘내셔서 즐거운 주말 만드세요~^^*

  3. BlogIcon *저녁노을* 2009.11.20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속에서 만난 할아버지였군요.
    보기 좋습니다.

  4. BlogIcon 왕비 2009.11.20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풍경이네요..가을 낙엽들 속에 할아버지도 즐거워 보이십니다..
    잘 보고가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5. BlogIcon 티런 2009.11.20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의 색감이 너무 좋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시길^^*

  6. BlogIcon skypark박상순 2009.11.20 1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쟁이 할아버지....건강하세요.^^
    깊은가을속 꽹과리 소리가 들려오는듯 합니다.^^

  7. BlogIcon 달려라꼴찌 2009.11.20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엽이 소북히 싸인 거리...자전거..할아버지...
    정말 잘 어울리는 삼박자입니다. ^^

    • BlogIcon 루비™ 2009.11.20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관광객들이 북적이지 않고 경주 시민들만이 찾는 공원인데
      지금 한창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어요.
      만추...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입니다.

  8. BlogIcon 김뽀 2009.11.20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나도 훈훈한 따뜻한사진^^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며 느낀건데 참으로 멋지고 훈훈한 사진들을 볼수있고
    이야기를 공유할수 있어 너무좋은것 같아여^-^

  9. BlogIcon pennpenn 2009.11.20 1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공원에
    할아버지의 꽹과리 소리가 흥겹게 들리는 듯 합니다.

    • BlogIcon 루비™ 2009.11.20 1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렇게 여생을 멋지게 즐기는 할아버지를 보니 정말 보기가 좋더군요.
      내년 가을에도 저 장소에서 저분을 뵐 수 있었으면...

  10.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11.20 1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정말 이런공원 전 사랑합니다.. ㅋ
    이렇게 낙엽이 많이 쌓여 있는공원을 찾는것도 요즘은 힘들더라구요. 다 금방금방 치워버려서..^^
    아저씨의 꾕과리소리 한번 듣고 싶어지는데요?^묘하게 저곳과 너무 잘 어울리시는것 같아요.

    • BlogIcon 루비™ 2009.11.20 1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지금껏 들어본 꽹과리 소리 중에서는 최고의 연주였어요.
      숲 속에서 두드리는데도 전혀 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도리어 온 몸을 감사는 듯 했답니다.
      자연의 한 부분인 것 처럼요.

  11. BlogIcon 타키타니 2009.11.20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성공원은 술과 떡잔치 할 때 몇 번 가보곤 거의 가 본 일이 없었던 거 같네요.
    전 또 사는데가 그쪽 부근이 아니다 보니 갈 일이 더 없더라구요.
    그래도 루비님 사진을 보다 보면 분명 아는 곳인데도 참 새롭게 보이기도 하구요.
    나중에 시간 내서라도 다시 한 번 찾아 봐야겠다 싶은 생각도 들구요.
    덕분에 경주의 좋은 곳들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더 느껴 보고 가는 것 같네요 ^^

    • BlogIcon 루비™ 2009.11.20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황성공원은 제가 저녁 운동 할 때 자주 들리는 곳인데
      도시 한가운데 이런 좋은 공원이 있다는건 경주의 축복이 아닌가 생각해요.
      별 것 없어서 더 편안히 쉴 수 있는 숲이지요..

  12. BlogIcon 뽀글 2009.11.20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저런분위기에서 할아버지가 치는 꾕과리소리 들어보고싶군요..전에는 그래도 같이 하신분들이 있어..좋았을텐데..
    지금은 조금 외롭겠어요..

    • BlogIcon 루비™ 2009.11.22 2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숲에서 치면 요란스러운 소리가 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앟고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가 나더군요.
      할아버지가 외롭지 않으셔야 할텐데...

  13. BlogIcon 옥이 2009.11.20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떨어진 낙엽속에...추운날...팔이 아프신데도..꾕과리 치시는 저 할아버지...
    이제 내차례지~~ 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해맑아보이시네요...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꾕과리 오래오래 치셔요...
    좋은 사진과 좋으신 할아버지 이야기네요...
    추운 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요...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BlogIcon 루비™ 2009.11.22 2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냥 지나치려다가 말을 건네고 사진도 찍었는데
      할아버지가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언제까지나 건강하셨으면...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옥이님~

  14. BlogIcon 김천령 2009.11.20 1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원에 낙엽이 수북하네요.
    할아버지도 참 고우십니다.

  15. BlogIcon 모과 2009.11.20 1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어울려서 자연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보는 듯합니다.
    왠지~ 단풍과 노인이 더 잘어울려요.^^

    • BlogIcon 루비™ 2009.11.22 2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참나무,상수리나무 등은 은행이나 단풍나무에 비해서
      색감이 그리 곱지는 않지만 가을색을 잘 나타내어 주지요.
      떨어져가는 낙엽과 노인...어쩐지 잘 매치되는 조합이지요.

  16. 무아지경 2009.11.20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낙엽들은 행복하겠어요.
    할아버지는 낙엽에게 꽹과리 소리를 선사하고,
    낙엽은 할아버지의 관객이 되어주고,
    루비님은 아름다움을 담고...

    • BlogIcon 루비™ 2009.11.22 2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이지만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연인들의 도란거리는 소리,
      거기다 할아버지의 괭과리 소리까지 합쳐져서
      적적하지 않은 가을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17. BlogIcon 한량이 2009.11.21 0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맨 위의 이미지가 노란색으로 변했는데요..

    겨울이라 그런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18. BlogIcon 라오니스 2009.11.21 0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북과 장구를 같이 치시던 분들이 먼저 돌아가셨다는게 안타깝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건강하게.. 멋진 연주를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 BlogIcon 루비™ 2009.11.22 2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른 어르신들도 오래 사셔서
      저렇게 멋진 연주를 다 들어볼 수 있었으면 금상첨화일텐데...
      할아버지라도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19. BlogIcon mami5 2009.11.21 1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꽹과리 할아버지를 보니 옛날 울아버지 생각이납니다.
    아버지께선 늘 앞의 상쇠노릇을 하고계셨으니..^^

    어께가 들썩여질 그 소리..
    그립습니다..

    • BlogIcon 루비™ 2009.11.22 2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버님께서 상쇠를 하셨군요.
      어떤 모습이셨을지 상상이 됩니다.
      이 할아버지를 보시고는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나셨겠어요.

  20. BlogIcon 김치군 2009.11.22 1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사진에서 꽹과리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

  21. 이화숙 2011.11.02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의 글이 맘 속 깊이 젖어드네요..
    맘 따뜻하게 설레며 지나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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