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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이라면 파아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리고 그 초원을 가로지르는 양떼와 말들이 먼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몽골의 전부가 아니니.....
몽골에도 산이 있고 호수가 있고 침엽수 우거진 아름다운 숲도 있다.

지난 번 울란바타르 인근의 나이람달 캠프장 게르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캠프장을 둘러 싸고 있는 산 중턱에 하얀 자작나무 숲이 눈에 뜨였다.
소녀 시절 읽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로 인해 오랫동안 내 가슴에 남아있던 자작나무.
무언가에 모를 향수에 이끌려 일어나자 마자 아침 햇살 머금은 자작나무 숲으로 향했다.
로버트 포로스트의 '자작나무'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아주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찬란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볕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버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래 있으면

다시 꼿꼿이 서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머리 감은 아가씨가 햇빛에 머리를 말리려고

무릎꿇고 엎드려 머리를 풀어 던지듯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얼음 사태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사실로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소를 데리러 나왔던 아이가

나무들을 휘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시골 구석에 살기 때문에 야구도 못 배우고

스스로 만들어낸 장난을 할 뿐이며

여름이나 겨울이나 혼자 노는 어떤 소년

아버지가 키우는 나무들 하나씩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휠 때까지

나무들이 모두 축 늘어질 때까지

되풀이 오르내리며 정복하는 소년

그리하여 그는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을

그래서 나무를 뿌리째 뽑지 않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무 꼭대기로 기어오를 자세를 취하고

우리가 잔을 찰찰 넘치게 채울 때 그렇듯

조심스럽게 기어오른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발이 먼저 닿도록 하면서

휙 하고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 내린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자작나무를 휘어잡던 소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도 돌아가고 싶어 한다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 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고의로 오해하여

내 소망을 반만 들어주면서 나를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 버리지는 않겠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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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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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oramirang 2009.10.21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족 냄새가 확 풍기는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숲입니다. ^^

    • BlogIcon 루비™ 2009.10.21 2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좀 더 올라가면 더 멋진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다 못 보았답니다.
      몽골에서 본 숲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2. Sun'A 2009.10.21 0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숲이네요..
    너무 이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3. BlogIcon 넷테나 2009.10.21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작나무 좋아하는데.. 글? 시?;;도 잘 봤습니다

  4. BlogIcon 블루버즈 2009.10.21 1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있네요. 몽골의 사진은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잘 보았습니다.
    하늘이 참 파랗고 멋지네요.

    • BlogIcon 루비™ 2009.10.21 22: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원의 몽골만 상상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가니 너무 신기했어요.
      몽골에도 계곡도 있고, 산도 있고, 숲도 있더군요.

  5. BlogIcon 바람꽃과 솔나리 2009.10.21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골의 파란하늘과 자작나무 숲이 너무 잘 어울립니다~
    시와 함께 즐감했습니다^^*

  6. BlogIcon pennpenn 2009.10.21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골에도 이런 숲이 있군요~

  7.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10.21 1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작나무는 필란드만 유명한줄 알았더니 .. 몰골의 자작나무 숲도 참 멋지군요~

  8. BlogIcon 달려라꼴찌 2009.10.21 1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골은 끝없이 초원과 사막으로만 퍼져있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도 잇었군요....
    저의 편견이었나 봅니다. ^^;;;

    • BlogIcon 루비™ 2009.10.21 2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초원과 사막 밖에 없겠지...생각했는데
      맑은 물이 흐르는 멋진 숲과 침엽수림이 가득한 산도 있었어요.
      너무 멋지더군요.

  9. BlogIcon 비바리 2009.10.21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는 수녀님께서 이번에 몽골로 발령받아 가셨는데
    안정이 되면 모두들 가보자 하고 있어요..
    몽골 여행기 읽으면서 참 많이 궁금했고 가고 싶어집니다.
    자작나무 숲이 있다니..
    신기하고 ..놀라워요

    • BlogIcon 루비™ 2009.10.21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게르에서 잤는데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아름다운 아름드리 나무들과 자작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었어요.
      그날 밤 엄청나게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산을 빙 돌아가며 번개가 수도 없이 번쩍거리는데
      단번에 열개 정도 번개가 치는 희귀한 구경을 했답니다.

  10. BlogIcon 백두 대간 2009.10.21 1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작나무 숲, 은근히 고급스럽고 근사한 분위기군요. ^^

  11. BlogIcon 소나기♪ 2009.10.23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우 진득하니 멋지네요.^^
    빨강머리앤은 보셨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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