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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남강이 합쳐져 용화산의 산기슭을 휘감아 돌아 천하의 절경을 이루는 곳에 정자가 둘 있으니

하나는 합강정이요. 또 하나는 반구정이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무작정 반구정을 찾아나섰다.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는 무진정과 절벽 위 아름다운 악양루를 본후 낙동강 숨은 비경으로 알려진 반구정을 찾아나섰다.

악양루 주차장에서 네비에 반구정을 입력하니 약 14km, 시간은 약 4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악양루나 반구정이나 같은 함안군 대산면인데 소요시간이 왜 이리 많이 걸리지 생각하며 출발을 했다.

대법로를 타고 가다 대산면사무소를 지나 대산치안센터앞에서 칠서쪽으로 좌회전한 후 부목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

장암농공단지를 지나 장암4길의 조그만 마을길로 들어서니 끝에 와서 네비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하고 안내를 종료한다.

 

그런데 아무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보아도 반구정 비슷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던 사진에 의하면 반구정에서는 발 아래로 낙동강이 보여야 하는데.....!





폰으로 한참 검색하여 반구정 가는 길을 알아보니 대산군 입사마을에서 용화산 임도를 따라 

산길로 무려 3km를 가야 반구정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네비의 안내는 벌써 끝났으니 하는 수 없이 인터넷에 올려진 길 안내를 머리에 넣고 무작정 좁은 임도로 들어서본다. 





처음에는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가 조금 나오더니 이내 시멘트 포장도 없는 임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피할 곳도 없이 뒤로 후진해야 하는 좁은 산길을 구비구비 숨차게 돌아가노라니

이 깊고 험한 산 속에 무슨 경치 좋은 정자가 있으랴 하는 생각마져 들었지만 이미 좁은 산길로 들어섰으니 이젠 돌아설 수도 없다.

울퉁불퉁한 길바닥에 승용차 바닥이 북북 긁히는 소리를 간간이 들으며 산구비를 한참이나 휘감아 도니

갑자기 구름 속에 태양이 불숙 나오듯 탁트인 시야가 발 아래로 펼쳐진다. 


 



..... 산속을 한참 헤매다 나왔는데 이런 광활한 경치를 보게 되다니......!

얼른 넥스-5를 꺼내어 파노라마로 주변 경치를 한컷 담아본다. (클릭하면 원본 파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산 아래로 푸르름이 가득한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남지 철교가 너무나 아름답다.

왼쪽으로는 낙동강 저편 남지쪽 너른 둔치와 체육 공원이 한눈에 들어와 푸른색과 녹색이 알맞게 조화를 이룬다.

낙동강과 넓게 펼쳐진 남지 둔치, 철교의 조화로운 풍경을 보고 있자하니 

여기까지 험한 산길을 힘들게 달려 온 수고가 헛되지 않고 여기가 좋사오니 하고 머무르고 싶은 생각마져 든다.


산구비 아래 절경에 취해있다가 아래쪽 산길을 내려다 보니 어두컴컴한 숲 사이로 좁은 길이 내리꽂히듯 펼쳐져 있다.

마치 놀이기구라도 탄 듯 꺾여서 휘어지는 가파른 산길을 몇번 돌아가니 그제서야 인가의 기척이 나타난다.





툇밭 한구석에다 차를 구겨넣고 잔디가 펼쳐진 인가 안 마당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느티나무 한그루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무 한번 크기도 하다! 나무의 수형이 마치 분재 하나를 앞마당에 놓아둔 듯 기품있게 아름답다.





나무를 향해 앞으로 몇발짝 다가서니 거기서도 탁 트인 낙동강의 풍경.

아까 산구비에서 시선을 사로잡던 푸르른 낙동강과 남지철교의 정경이 더 가깝게 눈 앞에 펼져진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남지철교는 낙동강 절경의 화룡점정이 되어준다.






낙동강과 주변 산의 싱그러움을 마주하니 신선이 따로 없고 절경의 운치에 젖어 있자니 온갖 세상사가 덧없어진다.

그러게!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니 선현들이 이 험한 곳에다 정자를 지었겠지




 

근데 반구정은 도대체 어디 있는거지?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저 육각정을 말하는건가





두리번거리며 인가 쪽을 살펴보니 마당 가운데 자리잡은 4칸짜리 기와집에 무언가 현판 하나가 붙어 있다. 

그런데 신식 기와로 새로 얹은 지붕은 산뜻하기만 하고  심지어 마루 전체를 둘러싼 유리창은 알루미늄 샛시다.





설마? 여기가 반구정? 추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처마 아래에 반구정이라는 현판이 떡하니 붙어 있다.

정자를 원형 그대로 보존을 하지 않고 지붕은 신식 기와로 이어 붙이고 마루를 빙 돌아가며 알루미늄 새시 유리창을 덧대어 놓았다

정자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였겠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실망이 잠시 밀려온다. 





마당에서 잠시 서성거리니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한분이 강아지 두마리와 함께 마당으로 나오신다.

반구정을 관리하시는 분인 것 같아 얼른 인사를 드리니 반갑게 맞아주시며 반구정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할아버지는 올해 88세 이신데도 좁고 가파른 산길을 승용차를 몰고 매일 바람같이 날아다니신다고 한다.





이곳 반구정은 마당에서 만날 수 있는 확 트인 조망으로 인해 남지 들판과 낙동강의 굽이치는 절경과 함께 

마당 끝에 있는 650년 묵은 느티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일품이라 전국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 한다.





날아가는 기러기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반구정'은 두암 조방 선생과 임진왜란이 끝난 후 의병장으로 활약한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사의 자질구레한 소리를 멀리하며 여생을 보내려고 낙동강 말바위 위에 세웠던 정자이다.

왜적을 무찌른 공이 컸으나 벼슬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조방선생은 여생을 반구정에서 마감했다고 하는데

말바위에 세워졌던 반구정은 사라져 유허비만 남았고 지금의 반구정은 150년전에 청송사터로 옮겨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정자는 비록 보잘것 없지만 앞마당에 서있는 느티나무는 마치 기품있는 분재처럼 아름답다.

높이가 15m, 둘레는 5.5m 인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무려 65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반구정과 이곳의 절경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던 할아버지, 느티나무 아래에 지어진 육각정으로 여행자를 인도해주신다.





육각정은 2007년에 대산면에서 지어준 정자로 이름은 '호기정'이다. 

그런데 이 현판의 글씨는 할아버지께서 직접 쓰신 것이라고......

호기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할아버지의 인생관이 그대로 드러난 멋진 글씨이다.


 



그동안 너무나 적적하셨는지 육각정에 앉으신 할아버지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할머니와 남은 여생을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고 계시던 지난 6년전,

텃밭에서 갑자기 뒤로 쓰러지신 할머니는 할아버지 품에서 그래도 숨을 거두셨다고 한다.

 




다시 반구정으로 돌아오니 할아버지는 반구정 마루의 쪽문을 한번 열어보라고 하신다. 





'문을 열면 커피'라는 글이 적힌 쪽문을 열어보니 거기는 정수기와 커피, 커피 숟가락이 준비되어 있다.

할머니는 생전에 반구정에 오시는 손님에게는 꼭 커피를 대접해서 보내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떠나신 지금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방문하시는 분들이 드실 수 있게 항상 커피를 준비해 두신다고 한다. 

 




그동안 너무 적적하셨나 보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지만 돌아갈 길이 멀어 그만 인사를 드리고 그 자리를 떠나야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할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다음에 꼭 한번 다시 찾아뵈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직도 여전히 할아버지는 생전의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준비해두고 계실까?

할머니가 돌아가신 밭에는 '선화지허(仙花之虛)'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仙花之虛 (아픔없이 돌아간 빈 터)


세상에 사는 동안

베풀기 좋아하고

검소하며 한 없이

착했던 그 사람

마지막 최선을 다하고

돌아가던 그 순간

나는 산천이 찢어지도록

부르짖었소

- 홀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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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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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릴리밸리 2014.10.10 0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화지허...할머니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네요.ㅠ
    누가 기거를 하는 곳인가 했더니 반구정이었군요.
    느티나무와 일출...한폭의 그림같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 BlogIcon kangdante 2014.10.10 0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전해지는 풍경입니다..
    루비님!~
    오늘도 멋진 하루되세요!~ ^.^

  3. BlogIcon 풀칠아비 2014.10.10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대했던 그 반구정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할아버지 말씀들으면서 말입니다.

  4. BlogIcon skypark박상순 2014.10.10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품있는 느티나무와 할아버님 이야기가 인상적이네요~~
    덕분에 좋은곳을 알게 되었네요. 감사 합니다.^^

  5. BlogIcon 『방쌤』 2014.10.10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싯구절을 읽는데 가슴이 뭉클..하네요
    할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듯 해요
    이야기가 함께 있는 곳이라 더 의미가 커진 장소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함안에도 이런 곳이 있었군요~^^

  6. BlogIcon 명태랑 짜오기 2014.10.10 1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웬지 짠하게 와 닿네요.

  7. BlogIcon 비바리 2014.10.10 13: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노라마로 보니 정말 아름답네요.
    현장감 있어 더욱 좋습니다.
    할아부지......건강하시길 ...
    왠지 울 아부지 모습이 오버랩 되네용....

  8. BlogIcon 워크뷰 2014.10.10 1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전 아름다왔던 두분의 사랑이야기가 그려집니다!

  9. BlogIcon 무념이 2014.10.10 2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짠합니다.
    할머니 사랑이 느껴지네요~

  10. BlogIcon 천추 2014.10.11 0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시는 분이군요.
    부럽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주는군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11. BlogIcon pennpenn 2014.10.11 07: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구정의 신식모습에 다소 실망하셨을 듯~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천생연분이었구료
    화사한 가을, 토요일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12. BlogIcon 달빛천사7 2014.10.11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모습이 보기 좋네요

  13. BlogIcon 라오니스 2014.10.11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아버지께서 아주 명필이십니다...
    마지막 비석의 문구는 .. 짠하네요 ...
    생경한곳 열심히 찾아가는 루비님의 열정이 멋집니다.. ^^

  14. BlogIcon 귀여운걸 2014.10.11 1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경치가 완전 예술이네요~
    할아버지도 그 연세에 정말 대단하신것 같아요~

  15. BlogIcon 오르딘 2014.10.12 0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동강에 이런 비경이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6. BlogIcon 목단 2014.10.12 0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차운곳도 아니고 일부러 가기는 어려울텐데
    송곳 같은 깊은 열정이 대단습니다.
    아침부텀 가심이 짜안 해지네요~
    (할매들에게선 영감을 향한 이런 애잔한 모습들이 없죠~.. 여성들 성정체성을 반성해야~!ㅋㅋ)

  17. BlogIcon 토종감자 2014.10.13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장소인데, 노부부의 이야기를 깃드니 그 장소도 어딘지 살짝 슬퍼보이네요.
    그런데, 대단하세요. 이런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니시는 루비님의 열정! ^^
    저도 마음은 굴뚝같은데, 점점 하루 하루 편한 여행지로 자꾸 눈을 돌리게 되네요.

  18. BlogIcon 용작가 2014.10.13 1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마지막 글을 읽으면서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19. BlogIcon 허웅 2015.06.29 2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까운 곳에
    저런 멋진 곳이 있음을 진작 몰랐습니다
    당분간 자주 들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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