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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대표적인 구시가지 삼덕동에 대한 나의 기억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였다.
서민들이 살았던 우리 동네에 비해서 대구 시청 근처에 있던 삼덕동은
일제 시대부터 이십여년전까지는 대구 시내 유력한 인물들이 많이 살던 대단한 동네였다.

아파트가 많은 사람들의 주거 공간이 되고
주민들이 근교의 대규모 개발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겨 가면서부터

이곳의 집들은 하나 둘 비워지고 빈 자리는 점점 저소득층으로 채워지게 되는데
IMF이후는 주민들의 삶이 급격히 기울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했다.





삼덕동이 다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담을 허물면서였는데 담장허물기는 한 사람의 아주 작은 생각에서 비롯됐다.



예쁜 정원을 정성껏 가꿨는데 혼자보기는 아까웠다는  대구 YMCA 중부지회 김경민 관장이
자기 집 담장을 먼저 허물면서부터 각 가정의 정원은 골목의 공동 정원이 되었다.

그리고 담을 허무는 데만 그치지 않고 동네 어린이들의 환경 그림을 받아 골목에 전시하고 마을 잔치를 하나 둘 열어갔다.



방치되어있던 점포는 수리해 물물교환 형식의 재활용 가게로 열고 벽화만들기, 골목주차선 지우기 등의 운동이 이어졌다.



담장을 허물고 생긴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전국에서 제일 많은 벽화이다.
담장을 허물어도 남아 있는 다른 집에 회색 집 벽만 덩그러니 있다면 뭔가 삭막한 느낌이 들수가 있어 보일 것이다.
그래서 설치작가 김정희씨의 지휘 아래 마을의 벽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삼덕동의 벽화는 동피랑처럼 페인트로 칠해져있지 않고 하나 하나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마을의 역사만큼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완성도가 높고 지속성이 있는 벽화를 만들기 위해
타일이나 병뚜껑, 항아리조각 등이 모두 동원되었고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벽화 작품을 만들었다.



이렇게 정성을 기울인 벽화는 보는 사람이나 집 주인들에게도 애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삼덕동에는 지금 20채에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200채의 집에 벽화를 그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담장허물기운동은 시작에 불과했다.
허물어진 담 위로 마을 주민들의 정이 오갔고 마을미술관, 마을문화관, 녹색가게, 어린이집이 만들어졌고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새로운 골목 문화가 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어 있던 적산 가옥인 삼덕초교 교장 관사를 교육청과 1년 넘게 교섭을 벌여 위탁받아 '빛살미술관'으로 선을 보였다.

담장을 허물어 둘레에는 나무를 심고 뒤뜰은 남새밭으로 만들었다.



경매에 넘어갈 뻔 했던 맞은편 보리밥집도 우여곡절 끝에 불하받아 개조와 신축 작업을 벌인 후에
현판 '마고재(麻姑齋)'를 달고 풍물, 국악 강습과 공연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술관과 마고재가 있는 거리가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고재 대청이나 안방에서 쉬거나 또 나무 아래 의자에서 얘기도 나누고 미술관 그림들을 일삼아 둘러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담장 허물기 사업의 출발지, 동네 미술관과 국악당, 그리고 동네 축제가 있는 곳.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라는 주제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삼덕동을 벤치마킹하려는
공무원, 시민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방문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은 조금 어려운 사정이다.



몇 발자국만 나가도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진 대도시 속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보물 같은 삼덕동에도 재개발 바람은 어김없이 불어왔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 갈등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허물어진 담장 사이로 새로운 마음의 담장이 더 높게 날카롭게 세워졌다.


10년이 넘게 마을만들기 운동이 펼쳐져 많은 성과를 거둔 이곳이 갑자기 불어 온 재개발 바람.
재개발로 높다란 아파트가 이곳에 지어지면
기껏 허물었던 담장과 마을의 벽화와 마을회관과 미술관은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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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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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5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광제(파르르)  2009.04.15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은 많이 떠났다고 하지만...
    여전히..분위기 만큼은 부자동네 같은데요...ㅎㅎ
    참 정겨워 보이는 골목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 BlogIcon 루비™ 2009.04.15 1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제시대엔 적산 가옥이
      해방 이후에는 그럴싸한 양옥들이 많이 차 있었던 엘리트 동네였지요.
      지금도 그대로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골목을 떠나 신흥 주택지로 갔지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BlogIcon pennpenn 2009.04.15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리의 미술관입니다.

  4. BlogIcon 눌산 2009.04.15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도시의 뒷골목 여행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도시의 역사이고,
    소소한 풍경들이지만 그 도시의 얼굴이기도 하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5. BlogIcon 털보아찌 2009.04.15 0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비님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전문가 기질이 돋보입니다.

  6. BlogIcon 도꾸리 2009.04.15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의 경우 담장이 낮거나 없는 곳이 많더군요.
    사람을 의심한다는 것은 한도끝도 없는 것 같아요.
    담도 마찬가지로 점점 높아만 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다 아픕니다~

    대구 화이팅~~

    • BlogIcon 루비™ 2009.04.15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예전에 학교 근처에 있던 외국인 가옥들에 담장이 없는 것을 볼 때에
      정말 매우 부러웠답니다.
      담장이 있다고 해서 도둑을 막아주는 것도 아니니...
      담은 낮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담장 밖에 선 사람들에게 따스한 느낌을 주잖아요.

  7. white 2009.04.15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홋!! 예쁜 동네로군요!! ^^;;
    가까우면 당장 달려가고픈...^^'
    흐린 날씨이지만... '즐겁게!!' 보내세요

    • BlogIcon 루비™ 2009.04.15 1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골목 군데 군데에 사진 찍을 만한 곳이 많이 있어요.
      화이트님 오시면 작품이 나올거에요.
      오늘도 멋진 수요일 되시길...

  8. BlogIcon 하늬바람 2009.04.15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마을이 눈에 보이네요.
    이야기가 있는 마을,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마을이 될 듯 합니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곳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BlogIcon 루비™ 2009.04.15 1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YMCA관장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삼덕동을 살리려고 애쓰고 계시더군요.
      이런 마을이 전국에 귀감이 되도록 잘 살렸으면 합니다.

  9. BlogIcon 라이너스™ 2009.04.15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동네네요~
    이젠 대구까지 진출하셨나요.ㅎㅎ
    제 고향인데.^^
    역시나 멋진 루비님의 사진 색감^^

    • BlogIcon 루비™ 2009.04.15 1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구에 진출한게 아니고
      엄격히 말하면 저는 대구에서 경주로 진출한 것...
      친정이 상인동이에요.
      이십여년간 나서 자라온 곳이 대구니
      대구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지요.

      라이너스님도 고향이 대군교?
      어느 동네인지 궁금...

    • BlogIcon 라이너스™ 2009.04.15 15: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루비님도 대군교.ㅋㅋㅋ
      저는 신암동에서 태어났습니다.
      동대구역근처에 큰고개라고..
      대구 사람중 여기 모르면 간첩이라는 파티마병원에서요.^^
      지금도 외가댁은 수성구 황금동에 있다죠^^

    • BlogIcon 루비™ 2009.04.15 15: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둘 다 고향이 같네예...ㅋㅋ
      고향 까마귀를 만난 반가움..?

      신암동은 고등학교 때 단짝이 살던 동네라
      심심하면 가서 놀다오곤 햇으니
      큰고개도 심심찮게 넘어다니곤 했지요.
      아직도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은 대구에 살고 있으니
      대구는 우리 동네나 마찬가지죠...^^

      라이너스님은 대구에서 부산으로 다 옮기셨나 봐요.

  10. BlogIcon 라이프대구 2009.04.15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미술관같은 골목길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갈등이 있군요. 어찌될지...

    • BlogIcon 루비™ 2009.04.15 1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으로 더 자주 가서 살펴보고 싶어요.
      빛살 미술관에도 관심이 많구요.
      지금 당면한 갈등들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11. BlogIcon 김천령 2009.04.15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도 허물고 마음도 허물고.....
    교장 관사가 인상적이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

    • BlogIcon 루비™ 2009.04.15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삼덕초교가 오래 된 학교이다 보니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던 교장관사는 당연히 적산 가옥.
      아직도 쓸만한 건물이었어요.
      김천령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12. BlogIcon 곤이 2009.04.15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니입니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네요. 잘 보고 갑니다.

  13. BlogIcon sixtyone 2009.04.16 0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학생 때 김경민 관장님의 저 집을 공사(?)를 하실 때 거들곤 했었어요. 교회가 바로 이웃이어서 삼덕동은 제가 사랑하는 마음의 고향이랍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해요.

    • BlogIcon 루비™ 2009.04.16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그랬군요.
      삼덕동 담장 허물기 운동의 산 증인이시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언니가 신혼 살림 때에 저 삼덕동에 살았던지라
      자주 드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디
      아주 애착이 가는 동네랍니다.

      교회가 이웃이면 삼덕교회나 동부교회?

  14. BlogIcon 초유스 2009.04.18 1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학교 다닐 때 늘 저 삼덕동을 지나다녔는데.... 잘 보고 갑니다.

  15. BlogIcon fleurmari 2010.04.09 2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구를 처음으로 가려고 알아보던차에 이 글을 보고 삼덕동을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많은 집들을 찾지 못했지만 넘 재밌었어요~^^
    잘봤습니다~!

  16. 2016.12.23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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