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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록도 일대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부두로 배를 타러 나가는 길목에서 폐가 같이 보이는 심상치 않은 집을 발견하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재촉하는 일행을 앞서 보내고 혼자 이 집을 돌아보려고 차에서 내려 발걸음을 옮겼다.
왼쪽은 강당 형태의 붉은 벽돌조의 건물이었고 오른쪽의 핑크색 건물은 2층이었는데
그 사이를 역시 붉은 벽돌조의 회랑으로 연결한 복합적인 건물 형태였다. 
 

 매점이라고 쓰인 간판 아래 이끼 낀 붉은 벽돌과 일본식 기와 지붕 위에 수북이 자라난 풀을 보아
 이 집이 방치된지 오래 된 집이란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아랫부분이 썩어 내려앉으려 하고 페인트가 종잇장처럼 일어난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문에 칠해진 페인트는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창들은 다 깨어지고.....도대체 성한 유리라곤 거의 없었다. 

 깨어진 유리창 너머로 무심한 덩쿨들이 안으로 들어와 자라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보는이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강당 쪽의 회랑의 모습이다. 마치 전쟁 직후의 파괴된 집을 보는 듯 바닥에는 건물에서 떨어진 잔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회랑 끝 창과 창 사이 벽에는 시커면 곰팡이가 피고 건물이 썩어가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전기 콘센트는 앙상하게 그대로 드러나 혹시나 화재라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가운데 회랑의 모습도 일부러 부수기라도 한 것처럼 창문틀은 휘고, 천정도 내려 앉아
지나가는 머리 위로 부스러기들이 쏟아질까....조심해야 했다. 

 반대편 복도도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랑 왼쪽에 위치한 강당 쪽을 먼저 살펴 보았다. 

 문을 힘주어 밀어 보니 '삐이~꺽'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강당 안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듯한 탁구대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강당의 유리창은 그나마  깨어지지 않고 보존되어 있었다.  

 으슥하여 무섭기도 한 회랑을 다시 지나 반대편 2층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계단이 있는 로비가 나타났다.
뒤꼭지를 잡아 당기는 듯한 두려움이 갑자기 밀려와 2층에는 차마 올라갈 수가 없었다. 

 저 작은 문을 갑자기 스윽 열고 "뭐 하려고 여기 왔어!"하고 소리칠 것 같아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세탁소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파란 문이 눈에 띄었다.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어 내부의 모습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옆 방의 문도 잠겨 있어서 분명히 안에 사람이 없는데
우윳빛 유리에 뭔가 불빛이 있는 듯이 비쳐서 놀라서 얼른 물러섰다. 

 2층 건물은 내부가 콘크리트라서 그런지 보존 상태가 그나마 양호하였고
노래방이라고 쓰인 문도 있는 걸로 보아 최근까지 사용했던 시설로 추정이 되었다. 

 2층 건물의 앞 부분으로 나와서 건물 전체의 모습을 담다가 현관 오른쪽 벽에 붙어 있는 표식을 발견하고 자세히 다가가 보았다. 

 

 입구 문에 붙어 있는 표식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생 복지관....등록 문화재..."
등록 제 68호
구 소록도 갱생원 사무 본관 및 강당
본관 1935년 건립
강당 1937년 건립
그 가운데에는 "이 문화재는 우리가 소중히 가꾸고 보존해야 할 문화 유산입니다."
라는 문구가 버젓이 붙어 있었다.

 그렇다...다 부서진 채로 방치되어 있는 이 건물은 바로 등록 문화재 68호였던 것이다.  

 후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이 건물의 문화재 등록 상황이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버려져 거의 무너지기 직전인 우리의 등록 문화재.
우리 나라 문화재 보존 실태를 한 눈에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우리 모두가 관심있게 지켜야할 우리의 문화 유산.
무심히 버려두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 세대 이후에 우리가 지닐 수 있는 문화 유산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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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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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스라지 2009.10.10 18: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이곳에서 음료수와 빵을 사먹었었는데 이젠 폐가로 변했다니 나름 아쉽내요...

  2. BlogIcon 이스라지 2009.10.11 2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98년이니 벌써 십년이 넘었내요. 지금은 연육교가 개통했는지 궁금하내요 그땐 소록해수욕장에 인적이 드물어 꽤 좋았어요...

    • BlogIcon 루비™ 2009.10.11 2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참 되었군요.
      소록연육교가 개통되어 이제는 차로 소록도를 갈 수가 있구요.
      제가 갈 때도 소록해수욕장에는 사람이 별로 많지가 않고 해변도 깨끗했답니다.

  3. BlogIcon 이스라지 2009.10.12 1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육교 개통 되면서 나병환자촌을 다른 곳으로 이주 시켰나 보내요....

  4. 세레스틴 2010.09.14 0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은 모르겠지만 거기 2층은 직원들을 위한 헬스시설과 노래방이 있었던걸로 ㅋㅋ

  5. ak21 2011.09.04 2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등록문화재까지 일일이 복원하다가는 나라살림 거덜납니다... 하지만 저건 좀 심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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