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블로거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3년 연속 티스토리 엔터 부문 우수블로거로 선정되신바 있는

'푸른 가람님(블로그:흐르는 강물처럼)께서 여행 산문집을 내셨다고 한다.

'사람, 풍경을 그리다'란 카테고리 하에 좋은 사진과 감동적인 글을 올리는 것을 보긴 했지만

평소에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참신한 기사로 블로거들에게 더 많이 어필되셨던 분이기 때문에

야구 관련 책이 아니라 여행 산문집을 내셨다니 약간 의외라고 생각되어 블로그를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찾아보던 야구 관련글보다 '사람, 풍경을 그리다'란 카테고리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 산문집의 제목은 '풍경을 그리다'.

운무가 피어오르는 부석사의 풍경을 아래로 하고 '여행을 그리다'라는 제목이 세로로 담담히 쓰여진

서정적인 책 표지에서부터  풍경에 담겨 있는 시간과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푸른 가람님, 성함은 강기석이라 했다,

상주에서 나서 자랐고 경주에서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고 대구에서 살고 있는 경상도 남자라고 한다.

블로그를 서로 오가며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곤 했지만 성함이나 살고 있는 곳을 알게 된 것도 처음이다.

방문하고 답방하고.....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지만 실제 알고 있는건 아무 것도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는 저자가 지난 십여 년 동안 우리 땅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소소한 느낌을 기록한 글이 담겨있는데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풍경을 그리고, 그 풍경 속에 담겨있는 시간과 사람이 어우러진 추억을 그리고 있다.

 

 

 

 

세상에 알려진 화려한 여행지가 많지만 저자가 소개한 서른 다섯 곳은 대부분 깊은 산중에 아늑하게 터를 잡고 있는 고찰들이다.

부석사, 운주사, 감은사지, 봉정사, 선암사, 송광사, 불영사,천은사, 백련사, 청암사, 미황사......

그저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들을 담아보려 한 노력이 사진과 글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저자는 거듭 말하기를 자신은 그림에 재주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풍경을 그렸고

그 풍경 속에 담겨있는 시간과 사람이 어우러진 추억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 재주가 없다는 저자의 말은 너무 겸손한 생각인 것 같다.

그림의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토록 완벽한 구도와 아름다운 느낌으로 사진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붓을 들고 화폭에 그리는 것이 그림이지만 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담는 것 또한 그림 표현 방법의 하나라고 볼 때

'푸른가람'님은 그림에 무한한 재주가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글솜씨 또한 읽는 이로 하여금 어느새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화려한 미사 여구의 나열보다는 여행지의 사진 소개와 함께 만나는 풍경을 글로 담백하게 표현했다.

이미 가보았던 여행지에 대한 묘사는 마치 같이 그 길을 걸었던 것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소개는 나도 언젠가는 이곳에 가봐야지!하는 욕망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가  부질없는 욕심이라고 표현한 밑바탕엔 우리 땅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배어 있음이 책 여기저기에서 느껴진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는 느낌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만대루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진 낙동강이 손에 닿을 듯 더욱 가까워진다.

그순간 만대루는 낙동강에 띄워진 한 척의 돛단배에 다름 아니다.

마치 시간이 멈춰 서 있는 듯한 느낌.

복잡하게 흘러가는 세상 일엔 전혀 무관심한 듯 자연의 일부가 되는 기분은 병산서원이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길을 따라 병산서원에 와서 만대루에 앉아본 사람들은

글을 읽으며 풍경을 그리고 있는 푸른가람님과 함께 앉아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는 착각에 빠져 들게 되리라.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는 저자가 다닌 서른다섯 곳의 여행지마다 책 한권씩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에 어울리는 게 있다면 음악과 책이 아닐까.

어떤 여행지에 가서 그곳을 돌아보고 인증 사진을 쫓기듯 담고 다시 다른 목적지를 위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고

한 곳에 가면 그 여행지에 머무르며 사색하는 여유로운 여행길에 좋은 책이 동행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가는 곳 마다 그 곳을 훑어보듯 사진만 찍고 돌아오던 필자를 감탄하게 하는 부분이 바로 서른다섯권의 책 소개이다.

 

 

 

 

머리말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또 모르는 일 아닌가. 하루하루 꿈을 이루기 위하여 살다보면 정말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책 하나 만들 수 있을지도.

혹시 모를 그날을 위해 나는 또 길을 나선다. 숨을 멈추고 뷰파인더를 응시한다. 풍경을 그린다. 그 풍경 속에서 그대를 그린다."

 

 

 

 ---------  책갈피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법이니 함부로 개인적인 느낌을 정답인 양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3대 정원이라는 거창한 수식이 붙는 이 소쇄원을 소개함에 있어서는 더욱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크기와 규모를 중시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면 필시 실망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소쇄원은 그저 소박하고 아담하다.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자연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빌려 그 속에 또 다른 자연으로 건물을 배치해 두었을 뿐이다.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건물을 지어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 이유로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우리나라 원림(園林)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소쇄원이 아닐까 싶다.

-소쇄원-

 

 

만대루에서 번잡한 세상을 잊고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게 되었지만 당분간은 만대루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목조 건물에는 사람의 온기가 더해져야만 그 생명이 오래가는 법이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만대루는 그저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박물관 속 유물처럼 변해버린 느낌이다. 언제쯤 만대루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매번 조바심이 난다.

세월은 무심하게 흐르고, 그 세월을 따라 사람들은 변하겠지만 언제든 이곳은 예전처럼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사람들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아무 불평 없이 달려 병산서원을 찾는 이유는 늘 변함없는 편안함으로 우리를 맞이해 줄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 같은 존재가 하나쯤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병산서원-

 

 

푸른가람님 블로그 : 흐르는 강물처럼

알라딘 책 소개 : 풍경을 그리다 - 너한테만 보여주고 싶은 풍경 35

 

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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