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바캉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혹은 워터 파크로......
길지 않은 여름 휴가를 어디에서 보내야 최고의 바캉스가 될지 고민부터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피서지는 뭐니뭐니 해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그렇게 사람이 많고 물도 더러운 곳에 뭐하러 가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고 비키니녀들의 터질 듯한 몸매와 함께
젊음이 살아 펄떡이는 해운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람을 끄는 흡입하는 매력이 있는 곳임이 분명하다.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별 안 될 정도로 자유롭고 화려한 해운대에서 즐길거리야 차고 넘치겠지만
오늘은 해운대 피서객들이 꼭 한번 경험해봐야 할 해운대 유람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해운대 유람선은 해운대 해변의 동쪽 끝부분인 미포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에는 '관광 유람선'이라는 간판보다 '마라도 횟집'이라는 간판이 훨씬 더 크게 눈에 뜨인다.
유람선 선착장 2층에 자리잡은 마라도 횟집은 영화 '해운대'에서 설경구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횟집으로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너무나 많이 등장하여 눈에 익은 곳이다.

  



유람선 선착장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고 내부 시설도 그저 그런 편이다. 




승선권을 사려고 개찰구에 가서 보니 승선료가 의외로 무지 비싸다.
대인이 18,000원, 소인이 11,000원이니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이렇게 비싼 승선료를 지급하고 유람선을 탈 만한 가치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승선권을 구입했다.
승선표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꼭 기입해야 하는데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승선객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관광 유람선의 일주 코스는 두가지이다. '해운대 -  롯데백화점 광복점' 코스와 '해운대 - 오륙도' 코스.
필자는 해운대에서 출발하여 오륙도를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유람선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해 대부분 아랫층에 앉아서 유람하는 자리를 선택한다.






이렇게 작은 배로 바다 한가운데 나가면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조금 들었지만
선장님의 든든한 뒷모습을 보니 약간 안심이 된다.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그마한 미포 항구가 서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영화 '해운대'에서 하지원이 운영하던 포장마차 횟집은 사진 속의 빨간 등대와 노란 크레인 사이의 지점인 듯......

 



이윽고 속력을 내기 시작한 유람선, 하얀 물살을 흩날리며 부두를 떠나자 해운대가 뒤로 물러나고 달맞이 언덕이 한눈에 훤히 들어온다.




달맞이 언덕이 뒤로 물러나면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호텔과 아파트 들이 차례로 시야에 나타나고

 



이윽고 동백섬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둥근 지붕의 누리마루 에이팩 하우스가 그 멋진 모습을 보인다.
누리마루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운대 마린시티는 얼마나 높은지 숨이 턱 막힐 정도이다.
지난번 엄청난 화재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우신골든스위츠도 깔끔하게 새단장을 했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위용은 정말 대단하다. 여기가 도대체 한국인가.....의심될 정도로......
지금까지 마린시티의 스카이 라인을 뽐내던 더샵 아델리스나 대우월드마크콘도, 우신골드스위츠를 눈 아래에 두고
새롭게 들어선 해운대 아이파크나 대우 트럼프 월드 마린은 해운대의 스카이 라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유람선이 속력을 더 높이니 해운대 서쪽에서 동쪽까지 한눈에 다 들어오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답답하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이런 맛으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유람선을 타는거로구나!





마린시티가 뒤로 서서히 물러나니 이젠 광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의 자태는 정말 수려하다. 광안대교 야경투어도 있다는데 다음번에는 꼭 밤에 유람선을 타봐야겠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하고 유유자적 항해하는 요트는 마치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유람선 2층에 서 있는 사람들이 새우깡을 던지니 갈매기가 전속력으로 유람선을 따라온다. 





인천대교 유람선에는 수많은 갈매기가 새우깡을 받아 먹으려고 전속력으로 유람선을 따라 온다는데
해운대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는 의외로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해운대 갈매기는 까칠한 도시 갈매기인가 보다.




한참을 가니 이윽고 저 멀리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륙도와 함께 엄청나게 높은 고층 아파트가 눈 앞에 나타난다. 언덕 위의 성곽처럼 우뚝 서 있는 아파트는 오륙도  SK뷰이다.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선장님은 마이크로 오륙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질 낮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은 유람선의 엔진 소리에 묻혀서 소음으로만 들릴 뿐이고......



 
유람선이 북쪽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드디어 하나 하나 갈라진 섬들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오륙도는 부산 북쪽 육지인 승두말로부터 가지런히 들어서있는 바위 섬들로
오륙도란 이름은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東萊府誌 山川條)에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 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五六島在絶影島東 峯巒奇古列之海中 自東視之則爲六峯 自西視之則爲五峯 故名之 以此)”라 기록된 바와 같이
 보는 사람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승두말에서 가까운 섬부터 우삭도(밀물시에는 방패섬과 솔섬으로 나눠짐),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의 순서로 늘어서 있는데
각 섬마다 수직에 가까운 해안절벽과 짙푸른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오륙도는 섬의 수가 5개 또는 6개로 보인다는 신비감과 함께
명실상부한 부산을 대표하는 섬으로 그 상징성이 너무나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유람선으로 오륙도를 한바퀴 돌아보니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노래가 저절로 입 안에 흥얼거려진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작곡자 황선우씨가 해운대 유람선을 타고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작곡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해운대 - 오륙도 유람선에서 보는 풍경과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너무나 많이 닮아 있다.




오륙도를 돌아봤으니 아쉽지만 이제 출발지인 해운대로 돌아갈 시간이다.

유람선 선착장이 가까워지니 벌써 다왔나 생각이 들며 내리기가 너무 아쉽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부산 앞바다를 돌아보는 기분은 유람선 투어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밤에는 광안대교와 부산 야경을 즐기는 야경 유람선도 있다는데 다음번에는 광안대교 야경투어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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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다가 그리워 내달린 여행의 끝자락에서 만난 청사포.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최백호의 노래 '청사포'는 부산 해운대와 송정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이다.
해운대와 광안리같이 세련된 바닷가와는 달리 청사포는 마치 작은 어촌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양철 지붕집과 오래된 가옥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청사포는
마치 때 묻지 않은 시골 아낙네의 모습와 같은 포구이다.




마주 보는 방파제 끝에 수려한 모습으로 서 있는 하얗고 빨간 등대는 청사포의 상징과도 같다.
하늘이 맑고 고우면 좋으련만......
멀리서 찾아간 여행자의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하늘은 뿌옇게 흐려만 있다.






방파제에 올라 하얀 등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 본다.
요즈음 많은 등대들이 저마다 특이한 모양새를 자랑하곤 하지만 역시 등대는 이렇게 단순하고 깔끔한 모양의 등대가 좋다.
 



방파제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 있으니 갑자기 바다 가운데서 일어난 해무가 달맞이고개 쪽으로 밀려오는 것이 보인다.
 



바다 가운데서 밀려온 해무는 순식간에 맞은편 포구가 안 보일 정도로 뿌옇게 청사포를 덮어버린다.

 



해무는 바로 지척인 건너편 빨간 등대도 뿌옇게 보일 정도로 청사포 전체를 휩싸더니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서서히 걷히면서 따스한 햇살이 바닷물을 비추기 시작한다.

 



해무가 서서히 물러가니 방파제 양쪽의 등대는 다시 원래의 생기를 되찾는다.




다시 생기를 찾은 포구 안으로 가까운 바다로 나갔던 낚싯배들도 기분좋게 파도를 가르며 포구로 돌아온다.




등대 바로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니 해무가 물러간 하늘은 눈이 아프도록 짙푸르다.





비록 등대지기가 아니더라도 저 아름다운 등대의 문을 통하여 위로 올라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푸른 모래의 포구'란 뜻의 '청사포(靑沙浦)'이지만 최백호의 노래에서처럼 푸른 모래는 이곳에서 만날 수 없다.




청사포의 명칭에는 이런 전설이 전하는데.......
아주 먼 옛날 금슬 좋은 한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남편은 고기를 잡으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슬픔에 잠긴 아내는 매일같이 남편을기다리던 해안가 바위에 올라 목 놓아 울었다.
이를 딱히 여긴 동해 용왕이 푸른 뱀의 형상으로 나타나 아내를 남편에게 데려다주었다.
이후 마을 이름은‘푸를 청(靑)’,‘ 뱀 사(蛇)’를 써 청사포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마을 이름에 뱀이 들어가는 게 좋지 않다며 ‘모래 사(沙)’를 써‘푸른 모래의 포구’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푸른 모래는 없지만 청사포의 물결은 유난히도 짙푸르고 
발 아래 포구에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여 퍼렇게 멍이 든 물결만이 오늘도 변함없이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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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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