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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8 바다가 그리운 날엔 청사포로 간다 28


 



문득 바다가 그리워 내달린 여행의 끝자락에서 만난 청사포.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최백호의 노래 '청사포'는 부산 해운대와 송정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이다.
해운대와 광안리같이 세련된 바닷가와는 달리 청사포는 마치 작은 어촌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양철 지붕집과 오래된 가옥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청사포는
마치 때 묻지 않은 시골 아낙네의 모습와 같은 포구이다.




마주 보는 방파제 끝에 수려한 모습으로 서 있는 하얗고 빨간 등대는 청사포의 상징과도 같다.
하늘이 맑고 고우면 좋으련만......
멀리서 찾아간 여행자의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하늘은 뿌옇게 흐려만 있다.






방파제에 올라 하얀 등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 본다.
요즈음 많은 등대들이 저마다 특이한 모양새를 자랑하곤 하지만 역시 등대는 이렇게 단순하고 깔끔한 모양의 등대가 좋다.
 



방파제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 있으니 갑자기 바다 가운데서 일어난 해무가 달맞이고개 쪽으로 밀려오는 것이 보인다.
 



바다 가운데서 밀려온 해무는 순식간에 맞은편 포구가 안 보일 정도로 뿌옇게 청사포를 덮어버린다.

 



해무는 바로 지척인 건너편 빨간 등대도 뿌옇게 보일 정도로 청사포 전체를 휩싸더니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서서히 걷히면서 따스한 햇살이 바닷물을 비추기 시작한다.

 



해무가 서서히 물러가니 방파제 양쪽의 등대는 다시 원래의 생기를 되찾는다.




다시 생기를 찾은 포구 안으로 가까운 바다로 나갔던 낚싯배들도 기분좋게 파도를 가르며 포구로 돌아온다.




등대 바로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니 해무가 물러간 하늘은 눈이 아프도록 짙푸르다.





비록 등대지기가 아니더라도 저 아름다운 등대의 문을 통하여 위로 올라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푸른 모래의 포구'란 뜻의 '청사포(靑沙浦)'이지만 최백호의 노래에서처럼 푸른 모래는 이곳에서 만날 수 없다.




청사포의 명칭에는 이런 전설이 전하는데.......
아주 먼 옛날 금슬 좋은 한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남편은 고기를 잡으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슬픔에 잠긴 아내는 매일같이 남편을기다리던 해안가 바위에 올라 목 놓아 울었다.
이를 딱히 여긴 동해 용왕이 푸른 뱀의 형상으로 나타나 아내를 남편에게 데려다주었다.
이후 마을 이름은‘푸를 청(靑)’,‘ 뱀 사(蛇)’를 써 청사포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마을 이름에 뱀이 들어가는 게 좋지 않다며 ‘모래 사(沙)’를 써‘푸른 모래의 포구’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푸른 모래는 없지만 청사포의 물결은 유난히도 짙푸르고 
발 아래 포구에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여 퍼렇게 멍이 든 물결만이 오늘도 변함없이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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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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