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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27 경주 맛집 교리김밥, 요정아가씨도 반했다 51


반월성, 계림, 경주 향교, 최부잣집, 요석궁.......
문화재, 사적지로 둘러싸인 경주 교동에 이름난 김밥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교동으로 향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인 경주 최부잣집을 뒷집으로 두고 
요석공주가 살던 터로 유명한 요석궁을 앞집으로 둔 최고의 명당에 자리잡은 교리김밥집.

하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다 쓰러져가는 가게의 외관을 보니 전해지는 명성에 약간의 외혹도 생긴다.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걸까? 

외관은 무지 초라하지만 김밥을 사기 위해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이집이 예사 김밥집은 아닌 듯 하다.




식당이라지만 건물에 붙은 간판도 하나 없이 오직 가게 앞에 세워둔 입간판이 전부이다.

'40년 전통 손맛, 교리김밥' 이라는 상호 아래 경주 교동 본점이라는 글귀가 재미있다.
가게의 외관만 본다면 상표 등록에다 서비스표 등록까지 한 점포라는게 믿겨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 가게는 여느 분식집이나 감밥집처럼 앉아서 먹을 공간도 거의 없다.
대부분 단체 주문에 의한 배달이던지 아니면 직접 찾아와서 사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밥을 먹고 가려면 가게 안에 단 하나 놓인 의자에 걸터 앉아 먹던지
아니면 밖에 가지고 나와서 가게 앞에 놓인 평상에 앉아 먹어야 한다.





김밥은 두줄에 3,000원, 세줄에 4,500원이니 가격은 다른 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4,000원 하는 잔치국수도 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와서 먹어봐야겠다.




김밥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옆을 보니 헉......! 김밥 속을 만들고 버리는 계란 껍데기가 완전 산더미다.

얼마나 김밥을 많이 말길래 버리는 계란 껍데기가 이 정도란 말인가.




김밥을 받아들고는 가게 앞 평상 위에 펼쳐놓아본다. 어떤 김밥일까....상당히 궁금하다.





뚜껑을 여니 동네 김밥보다 훨씬 두툼하게 말아진 김밥 두줄이 예쁘게 들어 있다.
참기름이 잘 발려진 김밥에는 자르르 윤기마져 감돈다.






김밥을 보니 와....소리가 절로 나온다. 
햄, 단무지, 오이, 당근, 어묵 등의 소는 다른 김밥과 비슷한데 잘게 채를 썬 계란 지단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가게 앞에 계란 껍데기가 그렇게도 많이 버려진 이유를 이제야 알 듯 하다.





맑고 투명한 밥알 속에 가득 차 있는 계란 지단을 보니 마치 김밥 속에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것 처럼 보인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김밥 하나 집어서 입 안에 넣고 오물조물 씹어본다.
음.......
간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알맞은데다 탱글탱글한 밥알과 함께
김밥 안에 가득 든 소들이 입안에서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치즈, 맛살 등 여러가지 화려한 재료를 넣은 현대식 김밥에 비하면 어머니 손맛같은 구수한 맛이다.




평상에 앉아서 김밥을 먹으려고 펴니 감사하게도 주인 아저씨가 김치도 한 접시 갖다 준다. 

김치와 함께 김밥 두줄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일어서니 숨겨진 맛집을 하나 더 찾아낸 성취감에 기분이 너무 좋다.

원래 이 교리김밥집은 판돌이김밥집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최부잣집 가정식을 선보이며 경주에서 제일 비싼 한정식집으로 유명한 요석궁은 당시에는 초호화판 요정이었던지라
요정에 근무하는 수백명의 아가씨와 종업원들이 바로 뒷집인 이집에 와서 
김밥과 국수를 줄서서 사먹었기 때문에 요석궁과 함께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판돌이 어머니의 솜씨를 이어받아 판돌이네 3형제 며느리들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이면 세 사람이 바쁘게 김밥을 말아도 수요를 채우기가 힘들 만큼 찾는 이가 많다.

경주에서 어릴 적 부터 살아온 지인의 말에 의하면
경주 사람들은 교리김밥에서 도시락을 사가지고 바로 옆 계림이나 반월성 꽃그늘 아래서 도시락을 먹으며
어릴적 학교 소풍날 김밥 도시락 먹던 때의 추억을 되살리곤 한다고 한다.

화려한 재료도 아닌 흔해빠진 계란 지단을 잔뜩 썰어 넣은 옛날 소풍 도시락같은 교리 김밥.
엄마 손맛 같은 교리 김밥 도시락 싸들고 내일은
반월성 앞 유채꽃 구경이나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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