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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0 북경 거리 거닐기 - 유리창거리, 왕부정거리, 후통 32



 


북경에도 우리의 인사동 거리와 같은 전통 고문화거리인 유리창 거리가 있다.

유리창 거리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아.....가게 문이 다 유리창으로 되어있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실제로 가서 보니 가게 문이 유리창인 집도 많긴 했지만 그것에서 기원한 지명은 아니었다.

유리창(리우리창,琉璃倉)거리의 기원은 원나라 시기에 대도읍을 건설할때이곳에서 채색 유리기와를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 이후 명나라 때에는 은퇴한 관료들이 많은 도서와 골동품들을 가지고 이곳에 와서 정착하기 시작했으며 과거시험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서적을 빌려보거나 쓰던 붓등을 팔고 돌아가곤 하여 이곳 만의 독특한 문화분위기가 차차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천안문 주변에 있던 도서 시장과 골동품 시장이 점점 유리창 거리로 이전되니 이 때부터 유리창 거리는 고문화거리로서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인사동 거리는 고가옥은 별로 없고 상점만 있는데 비해 이 거리는 양쪽에 늘어선 가게들이 다 고가옥이다.

천진의 고문화거리나 북경의 유리창거리 모두 다 전통 건축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우리의 인사동과 상당한 비교가 되었다. 

 

 

유리창 거리에는 특히 붓이나 종이,골동품을 파는 점포가 밀집되어있는데 예전에 과거를 보러 온 사람들이 낙방하고 집에 돌아갈 때 노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던 문방구들을 이곳에서 많이 팔고 갔기 때문이다. 

 

 

길에는 특히 인력거가 많이 보이는데 유리창거리와 전통 골목인 '후통'을 잇는 관광객용 인력거이다. 

 

 

붉은 비단과 수술로 장식된 인력거는 왠지 세워서 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서 밤에 후통 거리를 돌아볼 때 타보기로 했다.

 


북경 중심가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여름인데도 우리나라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장식하는 거리의 장식들이
거리 전체를 가로질러서 끝도 없이 화려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일반 서민들이 사는 집에는 전기가 부족하여 대부분 어두침침한 조명인데 반해
북경 시내 한복판의 전광판들은 엄청난 물량 공세로 북경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북경의 명동이라고 불리우는 왕부정(王府井) 거리는 특히 화려하기가 명동 못지 않은 곳인데 백화점과 화려한 점포들이 줄을 지어있는 곳이다.

왕부정거리의 자랑 중의 하나는 단연 길 옆에 끝없이 늘어선 포장마차.
중국인들의 음식 문화는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제외하고 다리가 있는 것은 책상을 제외하고 다 먹는다는 우스개 소리를 반증이나 하듯 없는 것이 없는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특히 꼬치 요리가 많은데 상상을 초월한 꼬치 요리가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양고기 꼬치, 닭고기 꼬치.....뭐 이런 건 기본이고
뱀 꼬치, 귀뚜라미 튀김, 바퀴벌레 튀김, 전갈 튀김.......갖가지 기이한 음식은 다 있다.

그리고 번데기 꼬치도 포차마다 있는데
평소에 길거리에서 파는 번데기도 즐겨먹던 나는 중국 번데기 꼬치를 보곤 거의 기겁할 뻔 했다.

남자 엄지 손가락보다 더 굵은 번데기가 잔뜩 꿰어진 꼬치를 보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쳐서
모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글로벌한 입맛의 소유자라고 자부하던 필자의 식욕마져도 싹 없어지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왕부정 거리에서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공안 아가씨를 만났다.

진 찍자니까 얼굴이 빠알개지며 포즈를 취하는데 정말 순박하게 느껴졌다. 

얼마 가지 않아 재개발로 헐리게 되는 '후통(胡同)'은 좁은 골목이 끝도 없이 어이져 있는 북경의 민속 거리이다.

후통에서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장기를 두고 있거나 속이 든 만두 쟈오즈를 소쿠리에 담아 파는 등 서민들의 사는 모습 그대로를 후통에서는 한 눈에 볼 수 있다.



인력거(黃包車)에 사람을 태워 유명한 후통의 거리들을 돌아보는 관람 코스는
후통을 사진으로 즐겨찍던 사진 작가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밤중에 자전거로 페달을 밟는 인력거를 타고 '후통'을 한시간 남짓 돌아보았는데 외등조차 없는 
어두운 골목이라 사진을 전혀 남기지 못했고

그 고요하고 어둑어둑한 후통 골목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느낌만 내 가슴 속 깊이 새기고 돌아왔다.



이 후통은 오래지 않아 다 헐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주택들이 들어선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북경을 간다면 다른 곳은 들리지 않더라도 후통만큼은 며칠이라도 머물며 수백년 이어온 서민 가옥과 주민들의 때묻은 손자취를 사진으로 담아오고 싶다.

내가 다시 갈 때까지 부디 후통이 다 헐리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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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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