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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3 소록도에 가면 구라탑이 있다? 48


사슴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소록도(小鹿島)'.
섬의 면적은 15만평 정도로 아주 작지만 깨끗한 자연 환경과 해안 절경,역사적인 기념물 등으로 인해
고흥군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소록도이다.

하지만 이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을 찾을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 섬은 전체가 나병이라고도 하는 '한센병' 환자의 병원이요, 요양원이기 때문이다.





소록도의 중심인 소록도 병원을 지나 한센병 자료관과 검시실, 감금실 사이로 난 길을 쭉 가면
아늑하고 아름다운 공원이 하나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소록도 중앙공원이다.
소록도 중심에서도 아주 넓은 면적을 차지 하고 있는 중앙공원을 돌아보기 앞서 안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원 가운데 '구라탑'이란 이름이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다.


아니...구라탑이라니....!
탑 이름의 뜻을 생각하기 앞서 제일 먼저 김구라가 떠오르는 것은 웬 일인지....^^
김구라가 막말로 인터넷 방송을 뜨겁게 달군 공로를 높이 사서 세운 공로탑은 설마 아닐테고....

                                                             

공원으로 들어서니 너무나 아름답게 가꾸어진 나무 들 가운데 자리잡은 하얀 탑이 눈에 들어온다.
날개를 활짝 편 천사가 무언가를 밟고 서서 창으로 찌르려고 하는 형상이다.






가까이 가서 탑을 자세히 보니 바로 정면에 쓰인 이름.....
구.라.탑....!

바로 구할 구(求), 문둥병 나(라:癩), 탑 (탑塔)....
바로 '나병에서 구해낸다'라는 내용의 탑이다.
바로 아래 '한센병(나병)은 반드시 낫는다'는 표어도 함께 쓰여 있었는데....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나병이라고 불리우던 '한센병'은 고대로부터 천벌이나 천형으로 묘사되었으며
나병환자를 이르는 속어인 '문둥이'라는 말은 전라도나 경상도 지방에서는 욕설일 정도로 옛날부터 멸시의 대상이었다.

또한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 때는 한센인들이 자신의 병을 치유키 위해 어린아이들의 간을 내어먹는다는 괴소문이 퍼져서
마을에 한센인이 들어오면 마을 어귀에서부터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돌을 던져서 쫒아내기도 하고 
어떤 마을에서 아이가 사라지면 한센인들을 의심하여 이들을 잡아서 학살하기도 하는 등 사람다운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멸시는 근대에도 계속되어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은 한센인들을 소록도에 강제 수용했는데
당시 일본인 수호(周防正季) 병원장은 온갖 강압적인 수단으로 한센인을 동원하여 소록도 내의 각종 공사를 추진하였다.
심지어는 1940년 8월 20일에는 환자들에게 강제 징수한 기금으로 자신의 동상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를 기념하여 매달 20일을 '보은의 날'로 정하고 환자들을 자신의 동상에 참배까지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수호 원장은 부당한 처우에 항거하는 환자들을 감금실에 강제 구금하고 감식, 체형을 가하였는데 
감금실에 갇힌 한센인들이 죽게 되면 해부를 해서 시체를 모욕했으며 






살아서 출감하는 한센인들은 옆에 있는 검시실로 끌고 가 강제 단종수술(정관절제수술)을 했으니
이는 한센인의 씨를 말리겠다는 일본인 원장의 어이없는 정책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강제 노역, 가혹 행위로 환자들의 불만을 증폭시킨 수호원장은 나중에 이춘상이라는 환자에 의해서 살해되었는데
수호원장을 살해한 이춘상은 어이없게도 일제 법원에 의해서 사형에 처해졌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한센인들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아서 
전국 각지에서 무분별하게 소록도로 강제 송치했으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하고 강제 노역을 시킬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나 다를 바 없이 강제 구금과 강제 불임 수술이 행해졌다고 한다.





이후 많은 아픔을 뒤로 하고 소록도에서 나온 한센인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기가 일쑤였고
가족이나 친지들도 행여나 감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인해 인척 관계를 끊고 대면하지 않았다.
지금 소록도에 남아 계신 많은 한센인들은 이미 완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한센병에 대한 편견으로 가족 친지들 옆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남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또 한센인 2세들은 미감아(나환자의 자녀로 아직 병에 감염되지 않는 자)라는 굴레를 평생 동안 지고 살아야 했으며
학교에서는 소외 당하고 사회로 나와서도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혼할 때에도 불이익을 당하는 등 평생을 쓰라린 가슴을 안고 눈물 흘리며 살아야 했다.






암조차도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닐 정도로 의학이 발달한 요즈음에도 한센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견해는 무지하기만 하다.
필자가 소록도를 돌아보러 간다고 할 때
"거길 왜 가요? 나병 옮으면 어떻게 할려구요?"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심지어 'Daum 지식'에는
"정말 나병환자들은 어린아이의 간을 먹으면 병이 나았을까여?
글쎄 먹었을지 안 먹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먹은 사람은 병이 나았을까여?"
라는 황당한 질문도 떡 하니 올라와 있는 것을 본다.






나병이라고 하기도 하는 한센병은 microbacterium reprae라는 박테리아에 의하여 전염되는 병인데 
노르웨이의 Hansen이라는 사람이 이 박테리아를 발견해서 한센병이라고 불리워졌다.
이전에는 서구에서도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어 환자 격리만 시켰으나
1940년대에 이르러는 미국에서 댑손, 리팜피신 등의 약이 개발되게 되어 한센병은 드디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되었고
'전염성'의 경우에는 리팜피신 3알이면 전염력이 99.99%가 사라지기 때문에 
한센인이 일반인과 같이 생활한다고 해도 절대로 전염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무지와 편견으로 인해 아직도 여전히 한센인들은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계층에 속한다.
현재 소록도나 시설, 그리고 한센인 정착마을에 사시는 분들은 이미 환자가 아니고 완치된 분들인데도 
세월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는 사회의 편견은 한센인들과 그 가족들을 두번 죽이고 만 것이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섬 소록도.
소록도 중앙 공원에 서 있는 '구라탑'의 천사가 마귀와도 같은 병마를 창으로 찔러죽이듯이
한센인들의 육체의 병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아픈 상처도 깨끗이 치유함을 받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하면서.....
탑신에 적힌 이름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구....라.... 탑....
한센병은 반드시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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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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