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채널A 프로그램'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어 서민의 음식으로 손꼽히는

칼국수의 맛을 좌우하는 쫄깃한 면발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파헤친 적이 있는데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 때문에 면발에

다양한 첨가물을 첨가한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밀가루, 소금, 물을 제외하고도 쫄깃한 식감을 더 내기 위해 변성 전분을 첨가하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유화제나 산미료와 같은 식품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또한 소비자에게 직접 유통되는 제품의 경우 맛보다는 시각적인 효과에 맞춰 첨가물을 조절한다는데.

이렇게 잘(?) 만들어진 칼국수 면은 슈퍼나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칼국수 전문점에도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방송 취재 도중 공장 관계자를 통해 듣게 된 또 다른 이야기!
직접 만든 면 못지않게 잘 만들어 낸 기계면이 손칼국수로 둔갑되어 판매되고 있다는데

간판마다 손칼국수라는 이름을 내세워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현장을 먹거리 x파일 팀에서 취재해 밝혔다.
 

 하지만 비양심적인 칼국수집들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18년째 한 자리에서 착한 칼국수를 만드는 집이 있으니

이 사람들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배교석, 김월자 씨 부부이다.

 

이들은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는 모든 음식은 가능한 손수 재배한 것으로 내기 위해

밀을 비롯한 다른 식재료까지 직접 키우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정성껏 재배한 밀을 창고에 보관해 두고 한 달에 한 번씩 필요한 만큼 밀가루로 제분해 쓰는데

가장 신선한 상태의 재료가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죽에 쓰이는 밀가루뿐만 아니라 칼국수에 들어가는 부재료, 심지어 고명까지 주문이 들어와야 그때그때 준비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 김 씨가 부엌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30분.

다른 식당에서는 이미 음식이 나오고 한참 맛을 볼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면이 익는 시간만 13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방송이 나간 이후 손님이 몰리면 음식 맛이 변하게 될 거라는 걱정에 한사코 취재를 거부했던 착한식당 부부.

좋은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땀 흘려 고생하는 착한식당 주인공인 배교석, 김월자 부부의

착한 칼국수 식당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방송이 나간 후 착한 칼국수 식당의 현황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대구' 가창칼국수'를 찾아보았다.

인터넷이나 네비로 가창칼국수를 검색하니 어느 곳에도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웹에 올라온 주소를 입력하니 '우리밀할매손칼국시'라는 상호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허브힐즈, 스파밸리를 지나 국도를 한참 달려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에 위치한 가창 칼국수에 이르니

영업 시작이라는 12시가 채 되기도 전에 찾아온 차들로 식당 앞이 만원이다. 

 

 

 

 

식당 앞 4~5대 여유의 주차장으로는 몰려드는 손님들을 수용하기가 한계가 있어

식당 사장님이 밖으로 나오더니 출입문 위에다 '이곳에 주차 부탁합니다'하고 안내문을 붙인다.

 

 

 

 

더운 날에 개점 시간을 기다려 바깥에 서있는 손님들이 안쓰러웠는지 사장님이 문을 열고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한다.

바깥에 기다리던 손님들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좋아하며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칼국수, 진치국시, 콩국시, 수육, 홍어......등의 메뉴가 있지만

방송 이후 갑자기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다른 메뉴는 일체 안 되고 '우리밀 칼국시'만 주문할 수 있다고 한다.

 

 

 

 

나눠준 번호표대로 손님에게 미리 주문을 받고는 꼼꼼하게 종이에 기록하는데

이는 생콩가루가 들어간 우리밀 칼국수는 면이 익는데 최소한 13분,

육수가 끓고 국수면을 넣어 부재료까지 익히려면 적어도 30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동안 주방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배교석 사장님은 바쁜 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고

주방에는 여사장님을 비롯한 두사람만이 분주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방송을 탄 이후로 갑자기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탓인지

주방 안은 들여다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혼돈스럽다.

 

 

 

 

아직 한그릇의 칼국수도 테이블로 나오지 않았는데 손님들은 계속 문을 밀고 꾸역꾸역 안으로 모여든다.

상당한 넓이의 내실 두개와 홀의 테이블 여섯개에 손님이 다 들어찼는데도

계속 식당 안으로 들어온 손님들은 테이블 옆에 걸터앉거나 서서 문 옆에 서서 하엽없이 기다리는 모습이다.

 

 

 

 

주방과 홀을 왔다갔다 하며 서빙을 하던 사장님,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오니 대책이 없어 완전 멘붕상태이다.

 

 

 

 

홀안으로 꾸역꾸역 들어와 서 있던 손님들은 번호표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의자에 앉은 손님들이 "저기 주방 입구로 가서 번호표 가져와야 돼요~"하면

그제서야 "번호표가 있어요?"하며 황급히 번호표를 챙기기도 한다.

 

 

 

 

식당 안으로 들어와서 40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주문한 우리밀 칼국수가 나왔다.

투박한 질그릇에 담긴 푸짐하게 담긴 칼국수와 풋고추, 그리고 우리 배추로 직접 담근 김장김치이다.

 

 

 

 

서둘러 퍼 담았는지 부추 가락이 그릇 가장자리에 걸쳐져 있는 등 칼국수의 비주얼은 그다지 먹음직스럽지 않다.

하지만 주인 내외가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하고 필요한 만큼만 제분하여 우리밀가루로 만들고

 손으로 정성껏 반죽하여 직접 손으로 썰어낸 착한 우리밀 칼국수이니 비쥬얼 따위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사장님 내외가 직접 재배한 밀은 추수하여 저온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한달에 한번씩 제분하여 우리밀가루로 만드는데

이곳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운전해서 가야하는 옛날 정미소에 가서 직접 밀가루로 만든다고 한다.

정미소에서 제분하는 밀가루는 4가지로 분류되어 나오는데 영양을 고려해서 밀의 꺼끌한 부분까지 밀가루로 만든다고.....

 

 

 

 

거기다 칼국수 육수는 통영에서 나는 질 좋은 멸치를 나오는 계절에 구입하여 쓰고

다른 재료들도 국산재료와 질좋은 재료들만 골라서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착한칼국수집의 김치 또한 공장에서 담근 김치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재배한 우리 배추와 우리 고춧가루를 사용하여 담근 김장김치이다.

비록 공장에서 만들어진 김치처럼 맛이 입에 짝짝 드러붙고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김치는 아니지만

가정집의 김장김치처럼 발효가 잘 되어 최고의 숙성 상태를 보여주는 김치를 여기서 맛볼 수 있다.

 

 

 

 

오래 기다린 끝에 받은 착한칼국수를 국자로 조금 덜어 앞접시에 놓아보았다.

눈같이 하얀 수입밀가루와는 달리 우리밀 칼국수는 면색이 약간 갈색이어서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우리밀은 수입밀가루에 비해 쫀득한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콩가루를 넣어 반죽한다고 하는데

콩가루는 면을 쫀득하게 하고 국물 속에 오래 있어도 면이 잘 불어나지 않는게 특징이다.

 

 

 

 

이젠 사진만 찍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곁들여진 양념장을 칼국수 위에 끼얹어 잘 섞은 후 입으로 가져갈 차례이다.

칼국수를 한젓가락 크게 걸어서 입으로 가져가려고 하니 

옆 테이블에서 기다리는 사람, 뒷쪽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 많은 사람의 눈길이 얼굴을 따갑게 한다.

"칼국수 맛이 어떤데요?" "진짜 맛있능교?" 이런 질문이 앞쪽에서 뒷쪽에서 마구 쏟아지며 반응을 기다린다.

세상에나......!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 음식을 먹어보긴 처음이다.

 

칼국수의 맛은 정말 지금까지 먹어보던 칼국수와는 확연히 달랐다.

쫄깃쫄깃한 일반 칼국수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약간은 낯선 맛이라고나 할까?

부드러우면서 씹으면 입안에서 잘 끊어지는 것이 목넘김이 좋고 무엇보다 조미료맛이 나지 않아서 좋다.

시판 칼국수처럼 쫀득쫀득한 맛은 없지만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하고 제분해서 손수 반죽하고 썰어낸

웰빙칼국수를 눈앞에서 만나니 국물 한 숟가락도 남김없이 삭삭 긁어 다 먹어치우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기다리고 뒤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시선이 따가워

음식 맛을 천천히 음미해볼 여유가 별로 없이 씹는 둥 마는 둥 칼국수 한그릇을 해치우니

등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휴우......하고 한숨이 저절로 난다.

아무리 착한 칼국수라지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먹게 되다니!

한끼를 해결하는데 여러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먹게 된 이런 희한한 경험은 흔히 해보기 힘든 경험이다.

 

 

 

 

칼국수를 다 먹고 숟가락을 놓자 마자 커피 한잔 마실 새 없이 벌떡 일어나 식당 밖으로 나와야했다.

다음 칼국수가 익을 때까지 하염없이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빨리 자리를 양보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착한 칼국수를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몰려드는 승용차로 식당 앞 좁은 길이 북새통이다.

한산하던 시골 동네길은 이미 전체가 주차장이 되어 버리고 아무렇게나 길에 세워둔 차들로 인해

주민 신고가 계속 들어오는 통에 칼국수 먹다가 차 빼러 나가는 등 손님들도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다.

'방송 탄다는게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새삼 방송의 힘이 무섭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가창칼국수집의 배교석, 김월자 사장 내외는 처음에 방송 촬영을 극구 거부했다고 한다.

우리밀칼국수의 특성상 면이 익고 조리되는데 적어도 3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방송 나가고 손님이 많이 몰려들게 되면 음식을 빨리 내어 놓을 수 없는데다가

몰려드는 수요를 충당시키려다 보면 결국은 음식맛이 변질되어 버릴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극구 사양하던 사장 내외는 끈질긴 제작진의 권유로 인해 결국은 방송을 허락하게 되었는데

지금과 같이 식당 주인 내외가 감당할 수 없도록 많은 사람이 모여들게 되면

과연 '착한 칼국수'를 위해 18년 동안 지켜온 초심을 지킬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다.

 

착한 칼국수 식당을 찾아보고 근황을 소개한 이글을 보시게 되는 분들은

부디 서둘러 이 식당을 찾아가지 마시고 좀 참고 계시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식은 후에 천천히 찾아가 보시라고 거듭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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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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