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 공사는 '가끔 혼자이고 싶어라, 훌쩍 떠나는 힐링 여행'이라는 테마 아래

가볼만한 곳으로 포천 허브 아일랜드, 공주 고나마루와 공산성, 동해시 논골담길을 선정했다.

 

그중에서도 1970년대의 선창가 달동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적하고 있는 논골담길(묵호진동)은

오징어, 명태가 많이 잡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산꼭대기까지 판잣집이 지어졌던 마을이다.

한때는 개들도 만원 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만큼 북적대던 곳이지만

이후 어획량이 점점 줄어들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자 가난하던 마을은 더 썰렁해졌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잿빛마을이 다시금 조명을 받게 된 것은 2010년.

잊혀진 묵호를 재발견하자는 취지로 마을 길과 담벼락에 묵호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지면서부터 소문을 들은 외지인들이 하나 둘 이곳을 찾게 되었다.

한때 잊혀져가는 마을이 벽화마을로 조성된 예는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곳 논골담길 벽화는 이곳 사람들이 살던 이야기를 마을사람들이 그렸다고 해서 더욱 관심을 끈다.

 

한두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 양쪽으로 슬레이트와 양철 지붕을 얹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논골담길을 숨을 헐떡이며 걸어 오르다가 한숨 돌리며

뒤를 돌아보면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묵호항구의 모습도 멋진 볼거리이다.

벽에 그려진 그림 하나 하나, 길가에 피어 있는 앉은뱅이꽃들도 살펴가며 골목길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그림에 녹아든 묵호등대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듯 하다.

 

논골1길과 3길, 등대오름길.....어느쪽으로 올라가도 끝은 언덕 위의 묵호등대에 이르게 되는데

오늘은 논골1길을 통하여 묵호 등대가 있는 언덕까지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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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냈던 최순우 박사는 그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서두에서

삼척에 갔을 때 죽서루를 보고나서 새삼 유열에 잠긴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마치 병풍처럼 둘러선 푸르른 단애 위에 날아갈 듯 자리잡은 정자인 죽서루의 모습도 모습이려니와

누대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덤벙주초의 희한한 조화미에 그 마음이 흥겹기까지 했다고 격찬하고 있는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을 즐기는 우리의 옛선비들의 풍류를 가장 잘 드러낸 곳.

관동팔경의 하나이자 보물 제213호로 지정된 삼척 제일의 자랑거리 죽서루(竹西樓)에 올라보기로 한다.

 

 

 

 

강원도 삼척시 임영로에 위치한 누각 죽서루. 입구에 들어서니 입장료도 무료인지라 더욱 감사하다.

 

 

 

 

정자의 규모가 꽤나 장대하다. 

정면 7칸, 측면 2칸이니 무려 14칸 규모의 2층 정자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하고 남음이 있다.

 

 

 

 

정자 바로 아래 이르러 보니 누각을 받치는 17개의 기둥의 길이가 하나도 똑 같은게 없이 모두 제각각이다.

절벽 위 일정하지 않는 바닥을 그대로 살려 기둥의 일부는 주춧돌 위에 놓고 일부는 천연의 바위 위에 그대로 놓았다.

 

 

 

 

생긴 그대로의 절벽, 바위 둔덕 위에 울멍진 높고 낮은 자연암석들을 적당히 의지해서 주초로 삼고

불가피한 곳에만 자연석을 옮겨놓고 기둥 길이를 여기에 맞추어 길게 짧게 마름질한 것을 '덤벙주초'라고 하는데

집터가 가지런하지 않으면 불도저로 밀거나 깎아서 반듯하게 만들고야 그 위에 기둥을 세우는 서양식 건축 방법과는 달리

우리의 덤벙주초는 자연에 대한 사랑과 깊은 외경에서 우러난 멋진 조형 예술임이 분명하다.

 

 

 

 

자연의 암석을 계단 삼아 이리저리 디디며 오르니 정자 옆은 온통 너른 암반이다.

 

 

 

 

크고 작은 자연 암반 위에 짧고 긴 기둥들을 놓고 그 위에 멋스럽게 들어앉힌 2층 누각.

살포시 들어올린 처마와 함께 모든 것이 원래부터 있었던양 너무나 자연스럽다.

 

 

 

 

오후 따가운 햇살도 거뜬히 막아주는 너른 정자 마루는 한여름 더위에도 옷자락 속으로 시원한 바람을 선사한다.

당일여행 중이 아니라면 한참을 머무르며 기둥에 기대앉아 잠시 낮잠이라도 청해보고 싶은 곳이다.

 

 

 

 

정자 난간 아래는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강물이 보인다.

나무들이 없으면 시원하게 경관을 조망할 수 있을텐데 역시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어 누각의 일부가 되었다. 

 

 

 

 

반대편에서 죽서루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정문을 나와 건너편 삼척동굴엑스포 주자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옆에 위치한 조그만 정자 위에 오르니 푸른 강물을 안고 절벽 위에 서 있는 죽서루의 풍광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삼척 시내를 휘감고 동해로 흘러가는 하천인 오십천 위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죽서루.

호탕한 자연 풍광 속에 화룡점정하듯 멋지게 들어앉은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우거진 나무들로 인해 누각의 전체 모습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다.

누각 앞을 가로막고 자라는 나무 몇 그루만 베어내면 누각의 전체 모습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누각 위에서 보는 전경도 훨씬 시원할텐데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자연 암석들을 들어내거나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둔채로 주초를 세워 

자연과 건축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우리네 선조들의 자연사랑과 그 맥이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보일 듯 말 듯 드러나지 않는 우아한 수줍음이 때로는 다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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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당일 여행으로 삼척으로 해양레일바이크를 타러 가자고 한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살짝 멘붕이 왔다. 뭐? 더운 여름날에 레일바이크를 타러 간다고......?

35도를 육박하는 살인적인 무더위에 바이크 페달 밟다 쓰러질 일이 있나.......도대체 누가 이따위 계획을 추진한거야!

살짝 빠질까 하는 생각도 났었지만 그래도 함께 떠나는 여행인데 싶어 마지못해 삼척으로 떠나는 차에 몸을 실었다.

 

 

 

 

경주에서 떠나 7번 국도를 따라 3시간 정도 달리니 강원도 땅이다.

해양레일바이크의 남쪽 기점이 되는 정거장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용화정거장.

구름 한점 없는 파아란 하늘 아래 서 있는 용화 레일바이크정거장 건물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고 깔끔해보인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는 용화역 → 궁촌역, 궁촌역 → 용화역 까지의 5.4km의 운행 구간인데

용화역에서 출발하여 궁촌역까지 바이크를 타고 가면 그자리에서 다시 바이크를 타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고 편도운행이란다.

다시 바이크를 타고 왕복 10여km를 페달을 밟는 것은 무리이므로 돌아올 때는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온다고 한다.

운행 요금은 2인승이 20,000원, 4인승이 30,000원인데 10인 이상은 단체할인이 된다.(주말에는 단체할인이 안 된다고......)

레일바이크 운행은 1일 5회 정도인데 운행 시간은 삼척해양레일바이크 홈페이지를 이용하시기 바라며......

http://www.oceanrailbike.com/web/10383/site/contents/ko/c1/sub02.jsp

 

 

 

 

12시 30분에 출발하는 표를 예매하고 나니 출발 시각까지는 다소 많은 시간이 남아 점심도 먹고 바로 앞 해변 구경도 나섰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 해변도 이글이글 타오르는 뜨거운 한낮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 어떻게 1시간 동안 페달을 밟으며 바이크를 타지? 그냥 시원한 차 안에서 놀다왔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출발 시각이 되어 용화역 대합실로 오니 와.....바이크를 타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양레일바이크를 즐기러 왔던 말인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니 레일바이크들이 줄을 선 정거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열병식을 하듯 늘어선 레일바이크에 차례로 올라타니 약간은 두근두근해진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여 직원들이 일일이 안전바를 내려주고 브레이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안전을 체크해준다.

한여름 뙤약볕에 레일바이크를 타면 피부가  새카맣게 그을리지 않을까 약간의 걱정이 앞서기도 했는데

레일바이크 천정 위에 설치된 플라스틱 캐노피가 햇볕을 어느 정도 차단해줄거라고 생각하니 약간은 안심이 된다.

 

 

 

 

자! 이제 출발이다. 처음에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레일에 연결된 자동동력장치로 인해바이크가  저절로 앞으로 굴러간다.

페달에 발을 얹고 힘을 주어 밟아보니 오! 뭔가 짜릿함이 다리로 전해진다. 이거......제법 재미있는데?

 

 

 

 

줄지어섰던 바이크들이 하나 둘 출발하여 조금 가니 이내 양옆으로 해송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이 나타난다.  

여름날에 힘들여 페달을 밟으면 땀이 흐르고 엄청 더울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덥지 않고 상당히 시원하다.

양쪽으로 우거진 해송들이군데군데 그늘을 만들어 주니 덥지 않고 바닷바람마져 솔솔 불어오니 기분이 아주 상쾌해진다.

 

 

 

 

조금 가다하니 레일 옆으로 우스꽝스럽게 생긴 인형이 나타난다.

툭 튀어나온 인형의 눈은 카메라. 바로 기념사진을 찍는 인형이다.

너도 나도 인형 앞을 지나갈 때는 하트를 그리거나 브이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한다.

이때 촬영된 사진은 종착역인 궁촌역에 가서 찾을 수 있다.

 

 

 

 

해양레일바이크가 운행되는 레일 옆으로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바다가 계속 펼쳐진다.

하얀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 용화해수욕장. 봐도 봐도 싫지 않는 아름다운 바닷길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 페달을 밟다하니 산이 레일을 가로막고 연이어 터널이 앞으로 나타난다.

 

 

 

 

'축제(Festival)'가 주제인 용화터널의 길이는 310m이다.

 

 

 

 

터널로 들어서니 사람들의 입에서 "아! 시원하다!"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페달을 밟아 오느라 등에 살짝 어린 땀이 일시에 식고 터널의 서늘한 기운이 옷깃을 스친다.

 

 

 

 

컴컴한 터널 안이 단조로울까봐 신비로운 느낌의 음악과 함께 레이져쇼가 연이어 펼쳐진다.

눈이 심심하지 않아 좋고 무엇보다 너무 너무 시원한 것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용화터널을 지나자마자 금방 초곡1 터널이 나타난다. 초곡2터널의 주제는 '신비'이다.

터널의 길이가 무려  1,014m이라니 첫번째 용화터널의 3배가 넘는 길이이다.

 

 

 

 

초곡1터널도 들어서자 마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들어서자마자 모두의 입에서 "어! 시원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래서 여름엔 동굴이나 터널을 찾는거로구나. 에어컨은 완전 저리가라 할 정도이다.

 가다보면 살짝 추위마져 느껴질 정도니 이 더운 여름날에 최고의 피서지가 아닐 수 없다.

 

 

 

 

초곡2터널은 신비한 루미나리에가 특징이다. 환상적인 조명에다 어울리는 노래까지 함께 나온다.

자세히 들어보니 록그룹 스틸하트의 'She's Gone'이다. 음악조차 한여름 레일바이크여행에 환상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터널이 끝나고 환한 햇살이 보이기 시작하니 아쉬움에 "아~~!"하는 탄식이 튀어나온다.

시원하기 그지없는 터널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었으면 좋겠는데......^^ 

 

 

 

 

터널을 모두 지나면 또 이렇게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가 펼펴지고

 

 

 

 

얖옆으로 해송이 늘어선 운치있는 길도 여유롭게 지나게 된다.

 

 

 

 

페달을 밟느라 거의 지칠 때 쯤이면 나타나는 휴게소.

약 10분 정도 정차하며 볼일도 보고 음료수도 마시고 한숨 돌리며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도 찍을 수 있어좋다.

 

 

 

 

레일바이크 휴게소에서 보이는 동해바다는 푸르르다 못해 눈이 시리다.

 서해도 좋고 남해도 물론 좋지만 바다는 역시 동해란걸 다시 한번 실감나게 해준다.

 

 

 

 

휴게소에서 잠시 쉰 레일바이크는 다시 마지막 도착지인 궁촌역을 향하여 운행을 시작한다.

궁촌역에 다다를 때 쯤이면 지친 다리를 쉬게 하기 위해 자동운행이 시작되어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궁촌역에 도착하면 2~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다시 출발장소로 돌아올 수 있다.

 

처음으로 타본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처음 올 때는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았다.

기대를 가지기는 커녕 동료들에게 끌려 마지못해 왔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하지만 바이크에 올라앉아 힘차게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돌아올 때까지의 한시간은 너무나 신나는 시간이었다.

거기다 무더운 여름날엔 시원한 터널에서 둥줄기가 서늘해지는 체험까지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역동적인 체험을 원하는 가족 여행자들에게 후회없는 선택으로 추천하고 싶은 삼척해양레일바이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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