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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6 청송 송소고택지키미 귀염둥이 삽살개 28


경주 최부잣집과 함께 영남 2대 부자로 손꼽히는 청송 심부잣집.
조선시대에는 주왕산이 청송 심씨의 소유였을 정도로
9대를 내리만석꾼으로 지낸 청송 심부잣집을 찾아보았다.


아흔아홉간 고래등 같은 심부잣집의 이름은 송소고택.
조선시대 사가에서 지을 수 있는 최대 크기의 규모였던 이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청송 심씨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에 지은 집으로 지금은 한옥체험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송소고택 안에 들어서니 마당 한쪽 향나무 아래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개 한마리가 먼저 눈에 뜨인다.





길고 검은 털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개라니! 혹시 삽살개가 아닌가 싶어 살며시 다가가 본다.




귀가 축 늘어지고 흑색 바탕에 흰털이 고루 섞여 있는 긴털을 보니 삽살개 중에서도 청삽살개임이 분명하다.

 



고택 탐방객 중 한분이 삽살개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대어 본다.





아니....이런....! 만지는걸 이렇게 좋아할 수가 있나?
손을 대자마자 흙바닥에 벌러덩 드러눕더니 낯선 방문자의 손길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고택에 있는 개인지라 사람의 손길을 타도 단단히 탔다.




"대체 이렇게 털이 길어서 앞이 보이기나 하는거니? 넌 답답하지도 않니......?
삽살개의 눈 주변 털을 뒤적이며 눈을 드러내어 주려고 해도 얼마나 털이 무성한지 당최 쉽지가 않다.




고택 관리인에게 이름을 물어보니 이름이 '껌껌이'란다.
털색깔이 껌껌하다고 해서 껌껌이? 이름이 너무 재미있다.




껌껌이는 나이가 무려 아홉살이나 되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것보다는 따스한 양지를 찾아 해바라기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송소고택의 작은집 송정고택에도 삽살개가 있다고 하길래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삽살개에는 청삽사리와 황삽사리가 있다고 하던데 이 개는 황삽사리임은 분명한데 털이 거의 하얀색이다.




털색이 하얗고 길 뿐 아니라 윤기도 반짝 반짝 나는 것이 온몸에 생동감이 넘친다.




주인아저씨가 경산 삽살개재단에서 낳자마자 데리고 온 이 삽살개의 이름은 '복돌이'란다.
우리 토종개인 삽살개에게 잘 어울리는 너무나 친근한 이름이다.




나이를 물으니 생일이 2010년 12월 28일이란다!
아직 돌이 안 되었으니 사람으로치면 이제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지 옆집의 껌껌이와는 노는 행색이 정 반대다.
껌껌이는 만사가 귀찮은 듯 양지바른 곳을 찾아 해바라기만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주인 아저씨가 "복돌아~~ 털 빗질 좀 하자~~" 하며 붙들어도 계속 버둥대기만 한다.

"우리 복돌이 착하지~~!!"하면서 털을 빗겨도 잠시도 가만히 대어있지 못하고 털을 부르르 떨며 움직여 버린다.




어떨 때는 아저씨의 정성스러운 빗질에 잠시 몸을 맡기며 즐기는 듯 하다가도





금새 부리나케 일어나 송정고택 너른 마당을 이리저리 펄쩍거리며 뛰어다닌다.
정말 너무 귀여운 삽살개 복돌이다.



삽사리라고도 하는 삽살개의 이름은 '삽(쫓는다)살(액운·귀신)'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개'라는 뜻을 지니고있어 경주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동남부지역에 널리 서식했던 흔한 토종개인데
1940년 일제가 토종개 박멸 작전을 시행하며 삽살개의 견피를 대량 수집할 때 절대다수의 삽살개가 피해를 입게 되고 
해방이 될 즈음에 삽살개는 산간 오지 마을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희귀종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1960 년대 말에 경북대 수의과 탁연빈, 김화식 두 교수가 경주 지방과 강원도 남부의 산간 벽지에서
외국개 혈통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이 되는 순수한 토종 삽살개 30 여 마리를 발견,수집하여 사육, 증식시키기 시작했는데
경북대 유전공학과 하지홍 교수가 삽살개 목장을 인수했을 때는
거의 8 마리밖에 남지 않아 삽살개의 혈통이 완전히 끊겨버릴 형편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수년 간에 걸친 하지홍교수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사육 관리와 삽살개 재탐색 작업덕분에
 삽살개 숫자는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하여 1989년 봄에는 30 여두에 이르게 되었고
1992 년에는 드디어 천연기념물 승인을 얻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8 마리로 시작한 삽살개 증식은 1999 년에는 일반인에게 분양을 할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났으니
송소고택에 있는 껌껌이도, 송정고택의 복돌이도 경산 삽살개 재단에서 고택으로 오게 된 삽살개이다.





귀는 축 늘어지고 얼굴이 긴 털로 덮여 눈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삽살개.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대담하고도 강인하며, 정이 많고 주인에게 충직하기로 유명한 삽살개.
외국개인가 했더니 일제의 토종개 박멸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순수 혈통의 우리 토종개란다.

하마트면 한반도에서 사라질뻔한 순수 혈통 토종개를 평생의 사업으로 보존, 증식해낸
경북대 탁연빈, 김화식, 하성진, 하지홍 교수와 한국삽살개재단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문 앞까지 배웅나온 송정고택지키미 삽살개 복돌이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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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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