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울란바타르 동쪽 끝 수도에서 약 50km 떨어진 날라이흐 지구는

인구 3만명의 위성 도시로 주로 도시 빈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탄광촌이 있던 이곳은 석탄 산업의 사양화로 탄광은 폐허가 되고

주민들은 어려운 생활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의 영향을 받아 새마을운동을 힘차게 펼치고 있는 시범마을이 되었다.


 

 

 

날라이흐에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모두가 신기하기만 하다.

집들은 드문드문 눈에 뜨일 뿐,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과 저 멀리 바라보이는 민둥산들의 연속이다.

 

 

 

 

가끔 가다 이렇게 물웅덩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물이 귀한 초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생명의 물이다.

 

 

 

 

초원 한가운데로 난 도로를 한참 가다 보니 하늘이 어두워지고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갑자기 웬 소나기? 하며 창 밖을 자세히 보니 빗방울이 굵어도 너~~무 굵다.

소나기가 아니고 하늘에서 얼음덩어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박이다!

 

 

 

 

마치 하늘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양동이로 얼음 덩이를 내리쏟는 듯 떨어지는 우박의 기세는 맹렬하다.

버스 위로 쏟아지는 우박의 소리도 정말 장난이 아니다. "두두두두두두......" 버스 천장을 뚫기라도 할 기세이다.

피할 곳도 없는 초원에서 길을 가다 이런 우박을 만난다면 머리에 혹이 몇개라도 날 것 같다.

 

 

 

 

갑자기 내리퍼붓는 우박으로 인해 버스도 달릴 수 없어 한참이나 제자리에 멈추어 기다려야 했다.

창 밖으로 길바닥을 보니 헐~ 바닥에 하얀 콩을 쏟아부은 듯 초원 전체가 하얀 얼음 덩어리로 뒤덮였다. 

한국 땅에서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우박을 몽골에 와서 만나게 되다니 이것도 여행이 준 선물이 아닐까?

 

 

 

 

우박이 그치고 하늘의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물러가더니

아...! 저 멀리 초원 끝자락에 희미한 무지개가 나타났다. 그것도 쌍무지개이다.

 

 

 

 

차가 한참이나 달려가도 쌍무지개는 여전히 차를 따라온다.

눈앞이 안 보이도록 세찬 우박과 쌍무지개를 하루에 다 만나게 되다니....... 대박이다!

 

 

 

 

몽골어로 무지개는 '솔롱고'라고 한다.

몽골에는 특히 솔롱고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서연이, 민지, 예은이 정도로 흔한 여자 이름인가 보다.

 

그런데 몽골에서는 한국을 가리켜 '솔롱고스(Solongos, СОЛОНГОС)라고 부른다고 한다.

남한은  'Umnud Solongos', 북한은 'Hoit Solongos’라고 부르고 있는데

솔롱고스는 '무지개 뜨는 나라'라는 뜻이니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게 된 연유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는 원나라가 고려를 정벌하고 고려의 아름다운 공주를 왕비로 데려 오면서부터

왕이 사랑하는 공주가 살던 고려를  '무지개가 뜨는 나라'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정확한 연유인지 알 수는 없으나 예나 지금이나 몽골인들에게 솔롱고스는 

상당히 동경하면서도 친근한 나라 이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지개의 나라 솔롱고스(Solongos), 그 뜻도 어감도 너무나 좋은 이름이다.

솔롱고스에서 온 사람들을 환영하는 듯 광활한 초원에 걸려 있던 무지개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잊혀지지 않는 내 마음의 솔롱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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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게 개인 날,
버스에 올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Ulannbataar)의 남쪽 외곽지역으로 향한다.




울란바타르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몽골 적십자사 칸-울 지부(Khan -Uul District Red Cross Branch)'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칸-울 지역은 14개 구역에 약 9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사는 지역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달동네와 같은 지역이다.



수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지만 저소득층이나 소외 계층이 주민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고
가옥 또한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Ger)나 대충 지어진 판잣집이 많고 도시 기반 시설이 부족하여 매우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4일 나담 축제 기간에는 화재가 일어나서 게르 14채가 불타는 불상사가 일어났으며
7월 21일 , 울란바타르를 강타한 집중 호우로 인해 게르 1,000여채가 떠내려 가고 사상자도 났으며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당시 칸-울 지구에 물이 차 올라 사람들이 걷거나 차가 운행하기도 힘든 형편이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길 곳곳에는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 있어서 길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칸-울지구의 건강과 구호 활동을 위해 봉사하는 '몽골 적십자사 칸-울지부'를 찾아가는데 거리에 고인 흙탕물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걸어 가야 했다.



조그만 판자문을 통해 들어간 좁은 공간에는 벽돌집 한동과 몽골식 전통 가옥인 게르(Ger) 두채가 있었다.



몽골 적십자사 칸-울지부는 2001년도에 적십자사에서 건립했는데 우리를 맞아준 게르는 EU에서 지어준 것이다.



동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몇 분이 먼저 오셔서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한국 RCY 일행들은 준비해 간 우정의 선물 일부를 칸-울 지역에 전달했는데 우정의 선물은 생활 필수품과 학용품들이다.



우리가 준비해 간 작은 선물이 이분들에게 귀하게 쓰여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어 복지 센터로 쓰이는 게르 안으로 인도되어 들어갔는데



밝은 외부에서 게르의 실내로 처음 들어가면 갑자기 너무 어두컴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게르의 둥근 천정(터너)에서 들어오는 환한 햇살로 인해 곧 눈이 밝아지고 모든게 익숙해진다.



게르의 북쪽인 신성구역에는 칭기즈 칸의 초상화가 붙어 있고



역대 칸-울지구 적십자 책임자인 듯한(?) 사진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게르의 중앙에는 귀한 생수와 사탕이 전통식 탁자 위에 베풀어져 있었고



 몽골 전통 우유과자인 '아롤(aaruul)' 도 '무지개의 나라 솔롱고스(solongos,몽골에서 한국을 이르는 말)'에서 온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칸-울지구 적십자 지부장과  자원봉사자 대표의 인사가 있은 후 한국측 대표의 인사와
가지고 간 우정의 선물 및 대한 적십자사 총재의 선물 전달식이 이어졌다.




환영해 주신 분들 중에서 녹색 '델(Deel,몽골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 입으신 이 할머니는 1955년부터 지금까지 54년간 자원봉사를 하셨다는데
가슴에는 여러개의 기념 뱃지와 훈장이 빛나고 있어 할머니의 활동 경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내어주는 자원 봉사를 하셨기 때문일까?
올해 86세라고 하시는데 그 태도는 배우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자주색 델을 곱게 차려 입으신 이 할머니는 70년 동안 적십자 자원 봉사를 하셨다고 하는데



몽골 적십자가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것을 생각하면 이 할머니는 거의 몽골 적십자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란 델을 입으신 라마승은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전통 예절을 교욱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어서 이 지역 노인들이 나와서 멀리서 온 방문자들을 환영하는 '장기 자랑 공연'이 이어졌다.



봉사 활동을 하러 갔는데 노인들에게 도리어 '위문 공연'을 받은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서 처음에는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노래를 부르거나 기타를 치는 이 노인들에게는
멀리서 온 방문자들에게 자기들의 숨어 있던 실력을 보여준다는게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생각하며 기분좋게 들으면서 박수도 신나게 칠 수 있었다.



노래의 반주로 아코디언과 기타를 연주하던 할아버지는 이어서 기타 독주, 하모니카 독주까지 한다.
한곡이 끝나는가 하면 또 다른 곡이 이어지고......^^
젊었을 때에 한가락 날리고도 남았을 이 할아버지의 끼는 이날 완전 날개를 달았다.



칸-울지부 적십자사 복지센터에서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일과 식사 등을 제공하는 등의 봉사를 하고 있는데



이날 한국에서 방문한 일행은 노인들에게 생활 필수품을 전달하는 외에 몽골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마사지 봉사를 했다.



라마승 또한 한국에서 온 사이비 마사지사(?)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편안함을 즐겼다.
발에 신은 특이한 부츠는 '고탈(Gutul)'이라고 하는데 가죽으로 되었으며 우리나라 고무신처럼 앞코가 살짝 들리고 좌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마사지 후 할머니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이쁘게 문신 스티커를 붙여 드리니 너도 나도 와서 팔뚝을 내미셨다.



살며시 스티커를 떼어 문신이 나타나면 "오~~!" 하면서 너무 즐거워 하셨다.



화장을 곱게 하고 몽골 전통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러주던 이분도 문신이 아주 맘에 드셨나 보다.



요술 풍선으로 만든 꽃 한 송이를 흔들며 웃으시기도 하고....



풍선 왕관에 팔뚝에는 문신을 하고 이쁜 손길로 주물러주는 마사지까지 받으니 만면에는 웃음이 피어난다.



별 것 아닌 봉사에도 너무나 좋아하고 기분 좋아 하시던 어르신들은 우리의 마사지 봉사를 다 받고 나시더니 
이번엔 수고한 한국 방문자들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싶다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놀라서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손사레를 치고 여러번 거절한 후에야 간신히 그분들의 마사지 시도를 막을 수가 있었다. 




몽골 어르신들은 특히 사진 찍히기를 즐거워 하셨는데....



적십자 뱃지를 단 라마 승려는 최고의 모델이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아들에 뺨에 연신 뽀뽀하는 장면을 연출하시는 할머니는 오늘의 히로인이다.



필자는 우리를 환영해 주신 분들의 사진을 한분 한분 다 찍어 드렸는데



특히 이 멋쟁이 할머니는 사진 찍는걸 너무나 좋아해서 수십컷의 사진을 찍었다.



포라로이드 카메라가 있다면 즉석에서 사진을 현상해서 드렸으련만.....
미쳐 가져 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분들의 사진을 인화지로 현상해서 몽골 적십자사로 우송해 주려고 한다.



선물 전달과 마사지 봉사를 마치고 나니 칸-울 지사에서는 방문한 일행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고 내놓는다.
아니...이런....
봉사받는 분들이 선물을 준비하다니....이런 경우도 있나....ㅠㅠ
우리는 극구 만류했지만 이분들은 자신들이 정성이라며 조그만 민속 악기 모형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다.



나무로 만든 몽골을 대표하는 민속 악기의 이름은 '모린호르(morin khuur,馬頭琴)'인데



모린호르의 음색이나 연주하는 영상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고....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몇 시간 머무르지 않았지만 어르신들은 헤어짐을 너무나 서운해 하셨다.
초원의 거친 삶 속에서 한번 헤어지고 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이 없었던 것처럼 솔롱고스의 방문객들도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 없으므로....



계속 손을 흔들며....



'바야르태(Баяртай, 안녕히 가세요)'! 를 말하면서도 손을 쉽게 놓지 못 했다.



짧은 만남이지만 헤어짐은 모두를 찡하게 했다.



할머니는 들어가시라는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을 어귀 도로까지 따라 나오며 손을 계속 흔드셨다.



어렵게 사는 몽골의 달동네에 가서 건네 주고 온 선물은 별 것 아닌 생활 필수품이었지만
그들에게서 받은 관심과 사랑은 전해 준 선물보다 더욱 크고 귀한 것이었다.
힘들게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은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여준 그 어르신들을 보니
우리가 과연 그들을 도와주러 갔던건가.....생각되어 조금은 부끄럽게 여겨졌다.

몽골 가서 무엇을 하고 왔냐고 물으시는 분들에게 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주러 갔다가 더 많이 받고 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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