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에 오르는 아침이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면서 가방에 있는 다 꺼내 옷을 몇 개나 겹쳐 입었다.
티셔츠위에 티셔츠,그 위에 가디건,그 위에 점퍼.....이 정도면 최소한 춥지는 않겠지....하고 호텔 문을 나서니
이거 웬 일.....서늘한 기운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 든다. 

 

 

융프라우 기차 여행의 시작점은 너무나 이쁜 인터라켄 오스트 역이다.
비가 약간씩 뿌리고 있어서 우산을 챙기고
우리 나라의 레스토랑 같은 인터라켄 오스트역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역에 얌전히 기다리고 서 있던 이쁜 열차에 오르니
차 한량에도 칸막이가 되어 마치 작은 방같이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융프라우로 가기 위해 인터라겐을 출발한 열차는
라우터브루넨, 벵엔을 거쳐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에 멈출 때가 돼서야 한숨을 돌린다.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은 ‘유럽의 정상’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 역(3,453m)으로 향하는 관문.
그린델발트와 라우터브루넨 마을로 갈라졌던 철로는 이곳 간이역에서 만나게 된다.

 


인터라켄에서 가볍게 내리던 비는 산을 오르니 눈으로 바뀌고


중턱 쯤 오르니 이제 눈덮인 경치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에 내려서니 빨간 융프라우반(Jungfraubahn) 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보니 신기한 것은 서로 등을 대고 앉는 의자가 높이와 각도가 차이가 있다.
이제부터 엄청난 급경사의 터널로 융프라우를 올라갈터인데
앉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아예 비스듬하게 들렸을 때를 기준하여 의자가 놓여진것이 신기했고
또 의자에도 히터가 들어와 매우 따뜻하였다. 
있는 옷을 다 겹쳐 입었는데도 추워서 견딜수 없어 오돌오돌 떨던 내겐 반갑기만 한 의자였다. 

철도 사이에 톱니가 있어 물려서 급경사에서 열차가 뒤로 미끌어지지 않게해 주는게 융프라우를 오르는 철로의  특징이다.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을 출발한 빨간 열차는 산 속터널로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수직과도 같은  1,134m 구간의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아이거와 묀히의 암반을 뚫고 16년 만에 완공된 이 철로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는데 암벽 터널 구간은 10km 가량 계속되고,
관광객들을 위해 터널 속에 있는 두 곳의 전망대에 열차가 잠시 정차하게 된다. 잠시 정차한 터널 속에 통유리가 붙어있기에 가서 유리에 바싹 붙어서 보니 
유리 바깥 아래는 가물가물한 낭떠러지..... 그 이름도 유명한 아이거 북벽이란다.
높은 산 속의 터널에서 산의 바깥을 내려다 보다니......
하지만 바깥에 내린 눈으로 사방이 너무 하얗게 뒤덮여
뭐가뭔지 경치를 분간할 수 없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열차에서 내려 바닥과 벽이 온통 얼음으로 되어있고
여러가지 얼음 조각들이 전시되어있는 얼음궁전을 잠시 감상한 후,
유럽 최고 높이의 전망대인 스핑크스 전망대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랐다.
 
                                                                                              

날씨가 좋으면  섬 같은 봉우리 사이를 헤치고 강물처럼 뻗은 24km의 알레치 빙하와
그 뒤로는 국경을 넘어 프랑스 산악지역과 독일의 흑림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바깥엔 눈이 계속 오고 있었다.
눈이 와서 운치가 있기도 하였지만 설경을 감상하러 전망대 문을 여니
눈보라가 몰아쳐 구경은 커녕 몸도 가누기 힘들고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다.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전망대 휴게소 실내에서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설경을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뛰어다니던 아이들과 체력이 약한 여자 관광객들이 이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주저앉는다.
3,453m의 고도라 산소결핍을 느끼며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다.
난 너무나 다행히도 그런 증세가 전혀 없어  감사한 마음으로 전망대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전망대 입구 문 옆에는 빨간 우체통이 하나 있었다.
전망대에서 기념 엽서를 사서 융프라우 기념 소인을 찍어 이 우체통에 넣는 것이다.

이 우체통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우체통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서 보내는 융프라우 소인이 찍힌 엽서 한 장은
보내는 이만큼이나  받는 이도 감동적이지 않을까. 맑은 날 다시 와서 융프라우 정상에 다시 서리라....
다짐하며 내려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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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로 가는 길은 수많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스위스 국경까지 서너 시간 동안 차로 이동하는 동안
계속 창 밖으로 길 위에 지나가는 차들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간혹 가다 우리 나라 차들도 눈에 띄어서 반가움을 더해 주었다.
  
버스 위에서 아래로 보니 차 안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고
부부와 아이들 온가족이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표정으로 가고 있었다.
어디를 가고 있을까.....
로마.... 베네치아......아님 이스탄불......?
EU로 통합되어 마치 한나라와 같이 유럽 여러 나라를 패스도 없이
그냥 통과할수 있는 이 유럽 땅이 부럽기만 했다.
우리는 한 민족이 살고 있는 북한 땅도 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보는데.....
  
이런 저런 생각과 길가의 풍경에 생각을 뺏기고 있는 즈음.....
스위스에 가까이 오니 길가도 풍경이 달라지고 저멀리 보이는 산도 예사롭지가 않다.
먼 나라에서 온 여행자를 반기는 듯 비가 내리면서 이윽고 스위스 국경에 다다르게 되었다.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아주 현대적인 풍경이다.
스위스는 EU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를 거치게 된다. 
국경 통과 수속은 우리 나라 고속 도로 톨게이트 같은 국경 통과 지역에 있는
여권심사소로 가서 도장만 받으면 된다.
한 10여분 정도 기다렸더니 모든 수속이 다 되어서 출발....!
이제 스위스다!
너무나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기대로 가슴이 설레었다.
 
어둑어둑 할 때 쯤 툰(Thun)에 도착했다.
툰은 스위스 중부 베른주의 도시.....
이곳은 베른 고지의 중심지이자 관문으로, 베른 시 바로 남동쪽에 있다고 한다.

지도에서 보니 툰호수와 브린츠 호수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고
두 호수 사이를 아레강이 흐르고 있는데 도시의 중심을 아레강이 관통하고 있다.
12세기에 건설된 툰은 부르고뉴 왕국에 속하다가 1190년 체링겐 공작가에게,
1218년 키부르크 백작가에게, 1384년에는 도시국가인 베른에 넘어갔다고 한다.
 
도시의 역사만큼 시내는 고색창연한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았는데
특히 아레강의 지류 물줄기들이 마치 운하와 같이 시내 곳곳을 흐르고 있었다.
코발트빛같이 푸르른 물줄기위에 늘어뜨려진 나뭇가지와 떨어진 꽃잎들이
물 위를 떠서 흐르는 모습들이 저절로 와....하고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다. 
 
                                                                                        
호텔에 가까워질 무렵......언덕위에 아주 멋진 성이 있어서 무슨 성일까...궁금하던 중
호텔에 도착해서 로비에 꽂혀 있던 관광 안내 책자에서
그 성이 schloss thun 이라는 박물관으로 쓰이는 고성이란걸 알게 되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성조차도 이렇게 아름답다니......
 
묵게 된 호텔은 Holiday Thun ......
유럽의 호텔 답게 로비도 아주 소박하였다.
키를 받아 2층에 올라가니 어두운 2층 로비에는
오래된 유럽식 고가구와 오래 된 멋진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 옆에 오래 됐음직한 중세 기사의 갑옷.....!
너무 어두워서 사진 찍기는 생략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아주 소박한 가구와 이쁜 침대 둘.....거기에 상상을 초월하도록 작은 욕조....
모든 것이 작고 소박하였지만 오랜 연륜이 묻어져 나오는 듯 하였다.

발코니로 나가는 커튼을 젖혀보았더니 세상에나....!
발코니 바로 앞은 아주 조용하고 조그마한 호수......
그 위로 얌전히 드리워진 나뭇가지와 아주 심심한 듯 놓여진 조그마한 조각배들....
그 주위를 들러싸고 있는 그림같은 집들......
여기는 우리가 그렸던 파라다이스임에 분명하였다.
 

 
행복에 취해 잠도 잘 올 것 같지 않아 누워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펑펑......!  하는 소리가 계속 났다.
일어나 커튼을 젖혀 보니 우리가 툰에 온 것을 어찌 알고 환영이나 하려는 듯
하늘 가득히 불꽃 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너무 흥분하여 속옷 바람으로(!) '와아~!' 소리를 지르며 발코니로 뛰어나갔다.
그 날 밤 남편과 나는 손을 잡고 발코니에 서서 오랫동안 불꽃 놀이를 지켜보았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행복한 툰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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