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부산을 잇는 동해남부선의 시.종점인 부전시장 나들이.

시장 먹거리 중에 '명태대가리전'이 제일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부추전, 호박전, 김치전, 고추전, 고구마전, 버섯전, .....

여러가지 채소와 해산물로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전들을 맛보긴 했지만

'명태대가리전'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도 본적도 없는지라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 부전시장 내 '명태대가리전'집을 찾아보았다.  

 

 

 

 

가게 앞 분홍 소쿠리 안에 흐드러지게 담겨진 전들. 아하! 이게 바로 '명태대가리전'인가 보다.

('명태머리전'이 표준 표기겠지만 부산에서 이르는대로 '명태대가리전'이라는 표기를 따르기로 한다.)

 

 

 

 

겉보기에는 당근채와 부추 등을 넣어 부친 보통전과 다를바가 없어보이는데

전들을 자세히 살펴 보니 헉.....! 정말로 명태머리를 통째로 전을 부쳤다. ㅠㅠ

 

 

 

 

어릴적 어머니께서 밥상에 올려진 조기구이를 집어 우리에겐 몸통을 떼어주시고

당신께서는 조기머리를 드시면서 '어두일미(魚頭一味:물고기는 머리쪽이 맛있다)'라고 하셨는데

나이가 든 지금까지도 왜 생선머리가 그렇게 맛있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자녀들에게 생선살을 다 떼어주고 나니 남는 부분이 머리 밖에 없어

아까운 마음에 드시다 보니 그맛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장에서 명태포를 뜰 때 보면 머리를 칼로 내리쳐 툭 잘라서는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을 보았는데

버리는 줄로만 알고 있던 명태 머리로 전을 부치다니......역시 바다 내음 풍기는 부산의 명물 음식이구나!

듣기만 해도 문화적 충격이 오는 부분이지만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의미로 '명태대가리전'을 주문해본다.

 

 

 

 

그리고 '명태대가리전'과 함께 얼음 동동 시원한 '우뭇가사리 콩국'도 한그릇 곁들여 주문한다. .

 

 

 

 

프라이팬에 데워지는' 명태대가리전'. 명태살을 다져서 부친 전도 있고

작은 명태를 통째로 부친 전도 있는데 통째로 부친 명태전과 대가리전을 함께 주문했다.

 

 

 

 

먼저 나온 '우뭇가사리 콩국' 한사발. 가을이라지만 아직도 낮에는 더위가 가시지 않은지라

시원한 콩국 한모금 마시니 갈증이 가셔진다. 거기다 입안에서 오물오물 씹히는 우뭇가사리들. 식감이 무척 좋다.

 

 

 

 

탁자 위에 1/4로 잘려진 신문지가 놓여지고 금세 데워진 명태대가리전 한접시가 나왔다.

신문지는 명태뼈를 발라서 놓으라고 주는 것. 상도 더럽혀지지 않고 뒷처리도 간편하니 좋아 보인다.

 

 

 

 

파전이나 부추전......등 일반적인 전에 비해 '명태대가리전'은 음식의 비쥬얼도 먹음직스러워보이지는 않는다.

약간은 지저분(?)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정돈된 맛은 없어 보인다.

이런 생선전은 막걸리 한사발과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술을 전혀 마실줄 모르는지라

'우뭇가사리 콩국'한 모금으로 입을 축이고 우선 통째로 전 부친 명태살을 뜯어 시식해 본다.

 

 

 

 

흐믈흐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명태살은 약간은 꾸득꾸득한게 특이하고 씹히는 식감은 약간 쫄깃한 편이다.

첫술에는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났지만 자꾸 씹어먹으니 비릿한 맛은 없어지고 슬슬 쫄깃한 맛이 입에 배인다.

 

 

 

 

명태살을 다 뜯어먹었으니 다음에는 명태 머리를 공략할 차례.

 도대체 명태 머리 안에 뭐가 먹을게 있다고 이런걸 가지고 다 전을 부치나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명태 머리 속에도 뜯어먹을 살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부산사람이 되기에도.....어머니의 '어두일미'를 공감하기에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가 보다.

부산사람들의 술안주로 손꼽힌다는 '명태대가리전'은 외지 사람들이 뜯어먹기에는 조금은 버거운 메뉴였다.

 

  

'명태대가리전'을 샅샅이 다 뜯어먹지는 못하고 나왔지만 여전히 부전시장에서는 사랑받는 메뉴인가 보다.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 덕에 아주머니는 쌓인 돈을 정리하느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처음으로 만나본 부전시장의 명물 '명태대가리전'. 부산을 몸으로 맛으로 체험해 본 하루였다.



 Copyright 2013.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