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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영국 사람은 인내의 달인...? 15


 

유로스타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도착한 런던의 워터루 역.
역을 나서니 이미 저녁 때가 되었으므로 먼저 식사부터 하기로 하고
다운타운의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오드리'라는 100년 정도 된 레스토랑이었는데 2층에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벌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실외에서 식사하는 것이 더 인기가 있어서 모든 예약은 실외부터 찬다고 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런던에 가니 그 까닭을 알 수가 있었다.

실내에 들어가니 몇 년 만에 찾아온 더위에 식당안은 거의 찜통이었다.

그런데 에어콘은 커녕 선풍기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덥다고 했더니 종업원이 창문을 위로 올리더니 창틀에다 의자를 하나 끼워넣었다.

창문이 오래 되어 의자를 꺼내면 창문이 다시 덜컥하고 닫겨 버리기 때문이었다.

 

영국 사람들은 집에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이 사는 사람이 제법 많다고 한다.

물론 위도가 높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시원하고 여름도 그다지 덥지 않긴 하지만 체감하는 더위는 서울의 더위나 비슷하였다.

그런데 버스에도 에어컨이 없고 레스토랑에도 선풍기조차도 없이 사는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이 왜 선풍기가 없냐고 물으면 도리어 그 물음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이렇게 되묻는다고 한다.

"아니....여름 한달 정도밖에 안 더운데 왜 선풍기를 사서 돈을 낭비해요?" 라고...  

특히 대부분의 혼자 사는 노인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지내다 보니

몇 년 만에 한 번 씩 유럽에 살인적인 더위가 찾아오면

그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여 시체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란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여름이 덥고 습하여 정말 견디기 힘들기도 하지만 조금도 불편한 걸 못 참는 국민성 때문에

달동네에 가도 집집마다 에어콘이 있는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식사로 나온 음식은 생선 커틀렛에 감자 튀김,그리고 빵과 수프가 전부였다.

말로만 듣던 피시 앤 칩스였다.

영국 음식은 소박하기로 이름이 나서 프랑스 요리와는 어느모로 봐도 비교가 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남자는 프랑스 여자와 결혼하고 영국 음식을 먹고 사는 남자'라고 하는 우스개가 생겼나보다.

 

 

더운 여름날 찜통같은 실내에서 음식을 먹느라 땀을 흘리고 나니 빨리 바깥으로 나오고 싶었다.

실외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그제서야 현지 사람들이 왜 실외에서 식사를 하는걸 즐기는지 이해가 되었다.

식사를 한후 첼시 빌리지 호텔에서 묵게 되었는데 이 동네는 바로 유명한 '첼시'구단의 본산지라고 한다.

호텔 바로 옆에 첼시 구장의 담벼락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호텔 안에도 첼시구단의 잡지가 방마다 자리잡고 있었다.

저녁이 되니 쭉쭉 뻗은 영국미인들이 속속 호텔로 모여들었는데

이 호텔의 나이트 클럽이 유명해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든다고 하였다.

한번 들어가서 구경해 보고싶은 마음도 간절하였으나 그러지 못하고

남편과 나는 런던 주재 선교사인 C선교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호텔에서 C선교사의 차를 타고 그 분의 집으로 갔는데 전형적인 영국의 주택이었다.

영국의 전형적인 주택은 2층집이 서로 연결되어있는 빌라 형태인데

잉글랜드에서는 대부분 이런 형태의 가옥에 살고 아파트는 20%정도이라고 한다.

실내 면적은 대부분 아주 좁았는데 선교사의 집은 10평 정도의 빌라가 1,2층이 연결되어있는 구조였다.

아래는 크지 않은 방이 두개 있고 거실과 주방이 조그마하게 이어져있었고 뒷편에는 조그마한 뜰이 붙어있었다.

(영국 사람의 대부분의 취미는 이 조그마한 정원을 열심히 가꾸는 것이란다.)

이런 구조의 집이 대부분의 런던의 가옥 형태인데

월세가 거의 2000유로 정도라고 하니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뉴욕의 집세가 살인적이라고 하더니 런던도 물가도 정말 만만치 않았다.

런던에 있는 중국 불법 체류자들을 집에다 재우며 돌보고 있는 C선교사는 본국에서 오는 선교비로 사역비를 다 채울 수 없어

택시 운전을 하여 생활비와 불법체류자 후원비를 충당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분에게서 영국에 사는 여러 가지 고충을 들을 수가 있었다.

영국인의 생활태도는 아직도 전통을 사랑하고 변화를 싫어하며 매우 보수적어서 아직도 귀족제도가 남아 있고

판사는 여전히 가발을 쓰고 재판을 하며  일요일에 극장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에 우체국을 가면 문을 열기 1시간전부터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어디서든 가면 오랜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너무나 불편한데도 전혀 바꾸려고 하지 않고 순응하며 사는 것이 성질 급한 한국 사람으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고 하였다.

(번호표를 배부한다든지 하면 될텐데...... 우리 나라 사람과 성격이 비슷한 터키에 가니 기차표 살 때 조차

번호표를 뽑아 줄 서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영국의 의료제도는 다 무상인데 영국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더 힘들다고 하였다.

노인들이 병원에 줄지어 진료를 받고 있는데다 병원의 일처리도 무지 느려서

병원 진료를 한 번 받으려면 6개월은 예약이 차 있어 정작 아플 때 치료받기 힘들다고 한다.

선교사의 부인은 치아가 다 망가져서 치료를 받으려고 했으나 1년의 예약이 다 차 있어서 기다리면 치아가 망가질 지경이 되어

나중에 할 수 없이 한국까지 와서 거금을 주고 치아 치료를 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가 우리 뉴스에 영국 사람들이 치과 진료를 받으러

유럽의 다른 나라로 원정을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 생각이 났다.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사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더니.....

영국에 온 첫날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면서 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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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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