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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3 정조의 대전을 장식했던 책거리 병풍 37



조선시대를 그린 사극 드라마를 보면 일반 사대부의 집 사랑방 뒤편에는
어김없이 일필휘지로 써놓은 서예병풍이나 수병풍을 둘러놓은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궁궐의 대전에는 어좌의 뒤에 해와 달, 그리고 다섯개의 산봉우리,
소나무 등이 그려진 '일월오봉병'이 둘러쳐져 있는게 보통인데
특이하게도 정조 치세의 드라마에서는 다른 왕들의 대전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양쪽에 서가가 늘어서 있고 거기에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을 준 아니라

책거리(책가도,冊架圖) 병풍이 떠억 버티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책거리(책가도,冊架圖)란 여러 칸으로 나누어진 서가에 고동기(古銅器),도자기,꽃병과

서책,붓,벼루,연적 등 각종 문방구류를 진열한 모습을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책거리가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된 시기는 18세기 후반 정조 때이다.


정조가 특별히 책거리에 대하여 애정어린 관심을 보인 것은 정조의 학문 진흥 정책과 연관이 깊다.

정조는 책거리에 대하여 직접 거론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또한 자비대령화원들의 시험 문제로 책거리를 그리게 하는 등 책거리와 관련하여

늘 책 속에서 살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임금이 책거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자 고관대작들도 그 뜻에 부응해서 
당시 귀한 분들은 앞을 다투어 집안의 벽을 책거리 병풍으로 치장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당시 최고의 화원인 김홍도도 책거리의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임금으로부터 시작된 책거리의 관심은 당시 새로운 유행을 이끌었으나

아쉽게도 김홍도의 책거리는 고사하고 정조 당시의 책거리는 한 점도 알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전하는 책거리는 화원 이형록과 장한종이 책거리로 이름을 떨친 19세기의 작품들이다. 

 


 사진의 책거리는 국립 중앙 박물관에 전시된 책거리(책가도,冊架圖)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러 기물들은 당시 문인들이

고동기 등 진귀한 문물들을 수집하며 보고 즐겼던 취미를 보여주는데

이 책거리 그림은 화면을 가득 채운 책가에 책과 기물들을 배치하고

다섯번째 폭 상단에는 인장을 그려 작자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 책거리는 조선 말기의 대표적인 책거리 그림 화가인 이형록(1808~ ? )의 화풍과 유사하나

인장의 글씨가 불명확하여 작자를 확인할 수는 없다.



조선 후기부터 그려졌던 우리나라의 책거리 그림은

중국 명말(明末) 청초(淸初)의 다보각경(多寶閣景) 그림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그림은 진귀한 골동품과 문방구류를 소재로 하여

새롭게 투시도법과 명암법을 사용하여 그렸다는 점에서 당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조선 후기의 학문 숭상 사상을 대변해주는 책거리....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읽고 익히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조선의 선비들을 기억하며

책거리 속에 그려진 다양한 수집품을 하나 하나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일 듯 하다. 


올린 사진은 국립 중앙 박물관 유리 안에 있는 병풍을 찍은 것이라

사진의 상태가 고르지 못한 것을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라오며....  
  

 

책거리(冊架圖)

작자 미상

19세기 조선,비단에 채색

국립 중앙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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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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