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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3 막거리 먹고 자라는 운문사 처진 소나무 27



산 높고 물 맑은 청도가 자랑하는 천년 고찰 운문사의 일주문을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모으는 엄청나게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의 크기도 거대하지만 그 단아한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며
방문객들은 너도나도 소나무를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마치 커다란 표고버섯처럼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땅을 기어가듯 뒤덮으며 자라고 있는
이 거대한 소나무는 천년기념물 180호로 지정된 '처진 소나무'이다.

 높이는 9.4m, 줄기의 둘레는 3.37m 정도인 이 소나무는 
처음에는 낮게 옆으로 퍼지는 나무의 모습 때문에 반송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가지가 자라면서 아래로 처지기 때문에 처진 소나무로 분류한다고 한다.
 



수령이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어느 고승이 시들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서 심었다는 전설이 전하고
임진왜란 때도 운문사 대부분의 절집이 소실되는 가운데서도 화마에서 살아남아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푸르고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 희귀한 나무이다.


운문사에 있는 비구니 승가대학에는 약 240명의 여승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데
이곳의 스님들은 이 처진소나무를 스승으로 섬긴다고 한다.
다른 나무들은 자랄수록 가지를 위로 펼치는데 이 노송은 자랄수록 가지를 아래로 낮추기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의 겸허한 자세를 본받자는 것이다.



이 처진 소나무가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이 소나무가 '막걸리를 먹고 자라는 소나무'라는 것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오는 삼월 삼짇날은 운문사 처진소나무가 막걸리 공양을 받는 날인데
승가대학에서 교육을 마친 비구니 스님들이 막걸리 열두 말에 물 열두 말을 섞어 이 노송에 부어준다고 한다.


막걸리 공양은 30여 년 전, 쇠약해진 이 소나무를 살리고자 선대 스님들이 고안한 지혜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처진 소나무는 오랜 수령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린 나무처럼 가지의 제일 말단까지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막걸리가 나무에 좋은 비료의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인데

토양학자들 의 말로는 과학적으로 꼭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알코올농도가 5-6%에 불과한 막 걸리에 물을 타서 뿌리에 부어 준다면
알코올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고 들어 있는 전분도 크게 비료역할 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막걸리의 성분이 물에 녹지 않은 토양속의 여러 비료성분을 녹여내어 나무에 이롭다는 주장도 한다.
다만 물탄 막걸리는 한참 가뭄이 심한 봄철에 나무에 물을 주는 효과와도 같아서
나무의 해갈에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은 다소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임진왜란의 화마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운문사를 지키고 있는 처진 소나무....
운문사 천년 세월의 살아 있는 증인은 이 처진소나무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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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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