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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5 에어 프랑스! 고장난 비행기를 타라고? 11


 


새벽 4시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5시에 로마의 Four Point 호텔을 나섰다.

 

7시에는 파리로 가는 에어 프랑스 편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었다.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에어 프랑스에 올랐다.

 

국제선이지만 로마-파리간은 거리가 짧은 노선이라 우리 나라 제주편 항공기 정도의 크기였다.

 

 이윽고 이륙 시간이 되어 비행기는 엔진을 걸고 뒤로 약간 후진하는 듯하더니 한참이 지나도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간혹 가다 쿵 쿵 소리만 날 뿐 도무지 출발하지 않는데 30분 이상 안내 방송 한번 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승객들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거의 한시간이나 지루하게 기다렸을까.......

 

안내방송으로 멘트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처음엔 불어인줄 알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영어다...ㅋ


프랑스인들의 영어란 거의 불어라고 느껴질 정도...

 

방송이 나오니 갑자기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아무 말없이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가지곤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


황당해서 방송을 다시 자세히 들어보니 비행기가 고장나서 이륙할 수 없으니 다 비행기에서 내리라는 것이었다.

 

헉....비행기가 고장이라니.....


그런데도 유럽 승객들은 한 마디의 웅성거림도 없이 짐을 내리더니 그냥 질서정연하게 비행기를 나가는 것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모두 조용히 내려서 다시 공항 대기실로 나왔는데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대치할 다른 항공편이 없으니 비행기를 수리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비행기를 고쳐서 타야한다니.....

 

그것도 출발 시각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로......

 

할수없이 공항 대기실에서 노숙자처럼 누워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심심해서 여기저기 돌아 다녀 본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은 지은지 오래 된듯

 

천정에는 여기저기 물이 샌 흔적과 그리 깨끗하지 못한 화장실이나 바닥들.....

 

지은지 얼마 안 되어 깔끔하고 안락한 우리 인천 공항과는 무척 비교가 되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비행기를 기다리느라 별로 면세점 같지도 않은 어설픈 면세점들도 여기저기 돌아보고

 

피자도 시켜먹고, 에스프레소도 한잔 먹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길 거의 일곱 시간....


오후 2시가 넘어섰을 즈음 비행기 탑승 싸인이 났는데 


헉.....고장이 났던 그 비행기를 고쳤으니 다시 타라는 것이다....ㅠㅠ



정말 기분 찜찜했다.


하지만 별 도리 없어서 다시 비행기에 탑승하니


스튜어디스들은 미안한 기색 별로 없이 
씩씩 웃으며 'Re- Hi~' 라고 인사를 한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도 조마조마하기만 한 것이 발끝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한참 날아가다가 "비행기가 고장이오니, 승객 여러분은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가 나오지는 않을까..?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편안히 앉아 쉴 수도 없었지만 


비행기는 더 이상의 사고 없이 이탈리아 영공을 한참 날아가더니 이윽고 알프스 산맥 위로 지나간다.
"

 

지금 내려다 보이는 산은 몽블랑이고 몽블랑의 빙하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기장의 멘트도 들려온다.



비행기의 창으로 내다본 몽블랑은 아름답고 고요하게만  보였다.


만년설에 덮힌 산꼭대기와 그 위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의 모습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었고 경외심마져 느끼게 해주었다. 





로마에서 파리로 가는 동안 경험한 에어 프랑스의 스튜어디스들은

 

정말 우리나라 항공사 스튜어디스들과는 '비교체험 극과 극'이었다.

 

우리 나라 스튜어디스들의 친절함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인데 비해 

 

프랑스 스튜어디스들은 친절은 커녕 좌석 사이를 걸어 다닐 때에 얼마나 씩씩하게 걸어다니는지

 

이 여자들이 복도를 쿵쿵거리며 다닐 때마다 비행기의 흔들림이 내 좌석까지 느껴져 불안감까지 줄 정도였다.

 

게다가 승무원실 주변에 서서 얼마나 웃고 깔깔거리는지 조용한 기내가 울릴 정도였고

 

심지어는 장난치며 때리니 도망간다고 좌석 사이를 뛰어다니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항공사에서 승무원 교육을 시키기는 하는건지......  

 

한국 항공사의 친절한 서비스가 내내 그립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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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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