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경주의 숨은 맛집을 발굴해내어 포스팅하는 것을 즐겨왔던 필자.
오늘은 경주를 대표할만한 맛집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도솔마을을 소개하고자 한다.
입소문으로나 인터넷으로나 잘 알려진 도솔마을을 또 소개할 필요가 있냐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주에서 가장 경주스러운 맛집인 도솔마을을 소개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도 그래서
오늘은 도솔마을의 이모저모와 대표 메뉴인 수리산 정식을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북적거리는 대릉원 앞을 지나 돌담길로 접어들면 7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한옥마을이 펼쳐지는데
하늘 높이 솟은 솟대 아래 멋스럽게 새겨진 서각간판이 이곳이 경주 토박이들이 사랑하는 도솔마을임을 알려준다.
100년이 된 한옥을 수리하여 식당으로 쓰고 있는 도솔마을은 오래전부터 경주의 문인들이 즐겨찾아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다.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둑어둑해지면 도솔마을 작은 사립문을 지나 들어가는 골목이 더욱 운치가 있다.
 

 

어......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방 마다 사람이 그득그득하다.
평소에도 찾는 이가 많은 식당이지만 그래도 자리는 잡을 수 있었는데 주말 저녁이라 통 빈 자리가 없다.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고 해서 발걸음을 되돌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오늘이 도솔마을에 첫걸음인 동행이 꼭 이집에서 저녁을 먹고 싶다고 하길래 평상에 앉아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니 사람이 적어지기는 커녕 점점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래도 온지 한참 되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방에 들어가 밥 먹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겠지?



 

안뜰에서 뒷뜰로 가보니 거기도 방마다 손님이 그득그득하다. 이런.....! 오는 날이 장날이구나.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부럽기가 그지없다.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하니 다소 지루함이 덜해진다.




40분 정도를 기다리니 방에 자리가 나서 행랑채에 자리를 틀고 앉을 수 있었다.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글씨나 그림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어느 서예가가 도솔주 한잔에 써주고 갔을까?

도솔주(동동주). 여여주(소주), 법명주(사이다), 부질주(맥주), 청담주(막걸리), 소담주(매실주)....등
예스러운 이름을 붙인 주류와 함께
나오는 모듬전, 가오리무침, 도루묵 찌개 같은 안주류는
일만원에서 일만오천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일만오천원짜리 모듬전을 시키니 둥그런 채반에 각가지 전이 잘 구워져서 나왔다.
(몇개 집어먹다가 생각나서 찍은 것이라 약간은 그림이 엉성하네요...^^)



 

 주류나 안주 외에 이집에서 주력하고 있는 식사류는 단 한가지. 수리산정식이다.
몇년전에도 가격이 팔천원이었는데 아직도 가격인상을 하지 않았다. 
모든 식재료의 원가가 인상되는요즈음에 몇년간 음식값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주방 입구에는 음식재료의 인상으로 인해 추가 반찬을 제공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주인의 인삿말이 커다란 플래카드에 적혀 있었다.
여름에 왔을 때만 해도 반찬 리필이 가능했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음식값을 인상하지 않으려는 도솔마을측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금방 수리산정식이 나왔다.
그런데 반찬이 어딘가 약간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반찬의 가짓수가 줄어든건가?


 

여름에 찍었두었던 수리산 정식의 사진을 꺼내 비교해 보았다.
여름에 먹었던 상차림에 비해서 감자알조림이 없어지고 호박잎 쌈이 지금은 김으로 변한 것 외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경주에 있는 많은 쌈밥집과 한정식집에서도 맛깔스런 반찬들이 많이 나오지만
도솔마을의 반찬들은 세련미보다는 투박함이 느껴지는 반찬들이다.
마치 시골 할머니댁 툇마루에서 먹는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
그릇도 유기, 목기, 뚝배기에 양은냄비, 이빠진 사기그릇까지 각양각색이다.





반찬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목기에 담겨나온 호박전이 있고.....


 



붉은 색감이 맛나 보이는 닭볶음탕(닭도리탕)은 그 맛도 훌륭하다.


 



마늘쫑 무침은 푸르름이 살아 있는 색감처럼 입안에서도 상큼한 맛을 남겨준다.



 



메밀채에 김치와 계란지단, 김가루로 고명을 얹은 묵국이 보인다.
일반적인 쌈밥집 메뉴에서 잘 안 나오는 메뉴이다.



 

열무 물김치는 맛이 갈끔하면서도 심심하고........




어느 상에서도 빠지면 섭섭한 김치는 비쥬얼도 맛도 그저 그런 맛이다.


 

그리고 양배추에 돌돌 말린 반찬.....뭔가 했더니 두부 양배추말이이다.


 

두부양배추말이 역시 다른 집에서는 잘 보지 못한 반찬인데 비쥬얼과 함께 맛도 훌륭하다.




콩나물, 울릉도나물, 고사리의 삼색이 잘 어울리는 나물. 특히 고사리와 울릉도나물의 풍미가 좋다.




경상도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삭힌 콩잎 김치......안 먹어본 다른 지방의 사람들은 콩잎의 맛을 모를 것이다.




굽지 않고 찢어서 간장을 얹어서 먹는 김도 눈길을 끈다.
이렇게 간장을 얹어서 먹는 생김에 맛을 들이면 조미하여 구운 김은 맛이 없어 못 먹게 된다.




비지 찌개는 보기에는 허전해 보이지만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끓여 보기보다 맛이 아주 훌륭하다.


 



그리고 양은 냄비에 끓여져 나온 꽁치 김치찌개는 너무 시큼하고 맛이 너무 짜다.  너무 시어버린 김치로 찌개를 끓였나 보다.


 

그리고 마트에서 사지 않고 텃밭에서 따온 듯한 비쥬얼의 상추도 양은냄비에 담겨 한쪽에 놓여졌다.




제일 맛난 것은 자작하게 끓여낸 강된장이다.
상추에 밥 한숟가락과 함께 올려서 먹는 매콤한 강된장은 시골 할머니댁에서 맛보던 바로 그 맛이다.



 



도솔마을의 8천원 짜리 수리산정식은 다른 집 찬에 비해서 특별히 세련되지도, 특별하게 맛있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솔마을을 끊임없이 찾는 이유는 이곳에서 고향집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강된장이며 생김, 비지찌개, 양푼이에 담긴 상추쌈......예전부터 누구나 먹어와서 친근감이 느껴지는 
시골 할머니가 해주신 것 같은 반찬들을 먹으며 향수에 젖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된다.


오래전부터 경주 지역 문화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던 도솔마을은 시월의 마지막날에는 음악회도 열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그날 매출의 전액을 이웃돕기를 위해 내어놓기도 한단다.
나눔을 실천하는 경주 대표 맛집 도솔마을, 다음번에는 마지막 수요일에 들려봐야겠다.



올려드린 맛집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모든 리뷰는 전혀 댓가를 받지 않고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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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중심지에서 포항쪽으로 약 16km정도 떨어진 형산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양동마을은
하회마을의 북적거림과는 다소 거리가 먼 한적한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장료도 없을 뿐더러 제대로 갖춰진 휴식 시설조차도 없는 이곳은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서너집 밖에 되지 않는다.
대대로 내려오던 조용하고 고조녁한 양반마을인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마을의 모습이 변해버리고 몰려드는 관광객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상업화될까봐 걱정하는 분도 많다.
하지만 아직은 옛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 많으니 양동마을 방문 계힉이 있으신 분은
마을의 모습이 바뀌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해 보시길 권하며......




루비와 함께 떠나보는 경주 맛집 기행.
오늘은 세계문화유산 경주양동마을 내에 위치한 우향다옥을 소개해드릴까 한다.





마을 주도로에서 무첨당 가는 길목 어귀에 자리잡는 우향다옥은 
여느 식당처럼 번듯하고 큰 간판이 내걸리지 않아서 처음에는 식당이 맞나 하고 주저하기도 하는데

이 집은 시인이자 문화유산해설가이신 이지휴 선생이 운영하는 한정식 및 민박집이다.




기와로 된 사랑채 모퉁이를 돌아가면 초가로 된 안채가 나오고 마당에는 평상을 베풀어 탁자를 놓아두었다.




안채의 불타는 아궁이 위 커다란 솥 안에는 무슨 음식이 준비되고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느 시골집이 그렇듯 이집도 마당 안 텃밭에 고추가 잘 자라고 있고 세간살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우향다옥이라는 이름에 맞게 잊비에서는 차와 식사가 다 제공이 되는데
식사 메뉴는 된장찌개 6,000원, 청국장 7,000원이고 닭백숙은 40,000~4,5000원 정도이라고 한다.
그리고 더덕정식은 14,000원, 우향정식은 13,000원이라고 하기에
청국장과 함께 나오는 13,000원짜리 우향정식을 주문했더니 평상 위 탁자 가득히 반찬들이 베풀어진다.




반찬을 하나 하나 집어서 맛을 본다. 아삭한 맛의 애호박 나물.




짭쪼롬하니 맛있는 조갯살 무침.




간이 잘 배어있는 깻잎 김치.




삼색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감자채 볶음.




빨간 색감이 입맛을 자극하는 더덕고추장 무침.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그만인 참나물 무침.




깔끔하게 볶아낸 버섯 볶음.




빨갛게 무쳐낸 오이 무침.




얘쁘게 지져낸 동그랑땡.





빨간 색이 보는 이의 식감을 자극하는 건새우볶음.





입 안에서 짝짝 달라붙는 견과류 볶음.




비린 맛이 나지 않는 멸치 고추 볶음.




깔끔하고 시원한 백김치.




짭짤하니 입맛을 돋구는 꼬막 무침.




계란을 입혀 두툼하게 지저내고 양념을 올린 두부 구이.




손에 하나씩 들고 베어물면 아작하니 씹히는 맛이 그만인 알타리무김치.

 



한식상에 빠지면 섭섭한 삼색 나물 등등 상 위에 올려진 반찬들은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그리고 잘 구워진 조기까지 잔뜩 베풀어진 반찬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메인 메뉴는 역시 청국장이다.
뚝배기에 보골보골 끓는 채로 나왔지만 김 때문에 찍을 수가 없어 한 김이 나간 후에 한컷 찍어 보았다.





청국장을 개인접시에 덜어놓고 맛을 보니 집에서 직접 담은 청국장의 깊은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양동마을의 몇집 안 되는 식당 중에서도 우향다옥은 차와 식사를 즐기며 한담을 나눌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한상에 13,000원이라는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긴 하지만 양동마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식사이다.
특히 이집의 주인장이신 이지휴 선생은 가양주인 송국주의 기능 보유자이기도 하니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한정식과 함께 송국주 한잔 기울인다면 최고의 세계문화유산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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