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과 함께 영남 2대 부자로 손꼽히는 청송 심부잣집.
조선시대에는 주왕산이 청송 심씨의 소유였을 정도로
9대를 내리만석꾼으로 지낸 청송 심부잣집을 찾아보았다.


아흔아홉간 고래등 같은 심부잣집의 이름은 송소고택.
조선시대 사가에서 지을 수 있는 최대 크기의 규모였던 이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청송 심씨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에 지은 집으로 지금은 한옥체험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송소고택 안에 들어서니 마당 한쪽 향나무 아래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개 한마리가 먼저 눈에 뜨인다.





길고 검은 털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개라니! 혹시 삽살개가 아닌가 싶어 살며시 다가가 본다.




귀가 축 늘어지고 흑색 바탕에 흰털이 고루 섞여 있는 긴털을 보니 삽살개 중에서도 청삽살개임이 분명하다.

 



고택 탐방객 중 한분이 삽살개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대어 본다.





아니....이런....! 만지는걸 이렇게 좋아할 수가 있나?
손을 대자마자 흙바닥에 벌러덩 드러눕더니 낯선 방문자의 손길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고택에 있는 개인지라 사람의 손길을 타도 단단히 탔다.




"대체 이렇게 털이 길어서 앞이 보이기나 하는거니? 넌 답답하지도 않니......?
삽살개의 눈 주변 털을 뒤적이며 눈을 드러내어 주려고 해도 얼마나 털이 무성한지 당최 쉽지가 않다.




고택 관리인에게 이름을 물어보니 이름이 '껌껌이'란다.
털색깔이 껌껌하다고 해서 껌껌이? 이름이 너무 재미있다.




껌껌이는 나이가 무려 아홉살이나 되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것보다는 따스한 양지를 찾아 해바라기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송소고택의 작은집 송정고택에도 삽살개가 있다고 하길래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삽살개에는 청삽사리와 황삽사리가 있다고 하던데 이 개는 황삽사리임은 분명한데 털이 거의 하얀색이다.




털색이 하얗고 길 뿐 아니라 윤기도 반짝 반짝 나는 것이 온몸에 생동감이 넘친다.




주인아저씨가 경산 삽살개재단에서 낳자마자 데리고 온 이 삽살개의 이름은 '복돌이'란다.
우리 토종개인 삽살개에게 잘 어울리는 너무나 친근한 이름이다.




나이를 물으니 생일이 2010년 12월 28일이란다!
아직 돌이 안 되었으니 사람으로치면 이제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지 옆집의 껌껌이와는 노는 행색이 정 반대다.
껌껌이는 만사가 귀찮은 듯 양지바른 곳을 찾아 해바라기만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주인 아저씨가 "복돌아~~ 털 빗질 좀 하자~~" 하며 붙들어도 계속 버둥대기만 한다.

"우리 복돌이 착하지~~!!"하면서 털을 빗겨도 잠시도 가만히 대어있지 못하고 털을 부르르 떨며 움직여 버린다.




어떨 때는 아저씨의 정성스러운 빗질에 잠시 몸을 맡기며 즐기는 듯 하다가도





금새 부리나케 일어나 송정고택 너른 마당을 이리저리 펄쩍거리며 뛰어다닌다.
정말 너무 귀여운 삽살개 복돌이다.



삽사리라고도 하는 삽살개의 이름은 '삽(쫓는다)살(액운·귀신)'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개'라는 뜻을 지니고있어 경주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동남부지역에 널리 서식했던 흔한 토종개인데
1940년 일제가 토종개 박멸 작전을 시행하며 삽살개의 견피를 대량 수집할 때 절대다수의 삽살개가 피해를 입게 되고 
해방이 될 즈음에 삽살개는 산간 오지 마을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희귀종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1960 년대 말에 경북대 수의과 탁연빈, 김화식 두 교수가 경주 지방과 강원도 남부의 산간 벽지에서
외국개 혈통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이 되는 순수한 토종 삽살개 30 여 마리를 발견,수집하여 사육, 증식시키기 시작했는데
경북대 유전공학과 하지홍 교수가 삽살개 목장을 인수했을 때는
거의 8 마리밖에 남지 않아 삽살개의 혈통이 완전히 끊겨버릴 형편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수년 간에 걸친 하지홍교수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사육 관리와 삽살개 재탐색 작업덕분에
 삽살개 숫자는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하여 1989년 봄에는 30 여두에 이르게 되었고
1992 년에는 드디어 천연기념물 승인을 얻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8 마리로 시작한 삽살개 증식은 1999 년에는 일반인에게 분양을 할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났으니
송소고택에 있는 껌껌이도, 송정고택의 복돌이도 경산 삽살개 재단에서 고택으로 오게 된 삽살개이다.





귀는 축 늘어지고 얼굴이 긴 털로 덮여 눈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삽살개.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대담하고도 강인하며, 정이 많고 주인에게 충직하기로 유명한 삽살개.
외국개인가 했더니 일제의 토종개 박멸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순수 혈통의 우리 토종개란다.

하마트면 한반도에서 사라질뻔한 순수 혈통 토종개를 평생의 사업으로 보존, 증식해낸
경북대 탁연빈, 김화식, 하성진, 하지홍 교수와 한국삽살개재단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문 앞까지 배웅나온 송정고택지키미 삽살개 복돌이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남겨본다. 

Copyright 2011.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


주왕산을 중심으로 해발 900m가량 깊은 산속에 폭 파묻혀 있는 경북 청송.
아직도 이곳은 속세와는 인연이 먼 듯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주왕산 국립공원이나 주산지 같은 아름다운 경치 뿐 아니라
오랫동안 잘 보존해놓은 정자, 고택 등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인데
청송군청에서 안동 길안면 쪽으로 914번 도로를 타고 가다 덕천사거리를 지나
 상덕천교에서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을 옆으로 끼고 걷다보면
아흔아홉간 고래등 같은 송소고택과 마주치게 된다.




고택 앞 너른 마당에 서니 송소고택의 솟을대문이 위엄있게 여행자를 맞이한다.
홍살문으로 된 대문 윗부분은 복을 비는 의미와 악귀를 쫒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솟을대문  안을 보니 액자 속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송소고택의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눈 앞을 가로막는 담장, 바로 '내외담'이다. 
내외담 뒷편으로 왼쪽에는 큰 사랑채, 오른편에는 작은사랑채가 자리잡고 있는데
내외담은 안채를 드나드는 여인네들이 사랑채에 모여 앉은
각양각색의 인물들과 마주치는 거북함을 피하게 하기 위해 'ㄱ'자로 쌓아 올렸다.




사무실로 쓰이는 대문채 앞 향나무 고목 아래
송소고택을 9년간 지키고 있는 삽살개 껌껌이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송소고택(중요민속자료 제250호)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청송 심씨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에 지은 집으로  ‘송소세장(松韶世莊)'이라는 택호는 심호택의 호를 따서 지은 것이다.




1880년에 지었으니 130년이 된 송소고택은 아흔아홉칸이 현재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보기 드문 고택인데
 아흔아홉칸은 조선시대 사가(私家)에서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집이다.




청송 심씨는 조선왕조 500년을 통해 정승 13명, 왕비 4명, 부마 4명을 배출한 명문가로
 고려말에 이름을 얻은 청송심씨로 심덕부와 심원부 형제가 있었는데 
형 심덕부는 조선개국공신으로써 좌의정까지 지냈으며 그의 다섯째 아들 심온의 딸은 세종과 혼인한 소현왕후이다.
 



하지만 아우 심은부는 이성계를 따른 형과는 달리 역성혁명에 반대하여 두문동에 들어가서 두문불출하였고
그 후손들은 청송 일대에 내려와 심은부의 뜻을 받들어 살면서 오랫동안 부를 일구며 살았다.
경주 최부잣집과 함께 영남 2대 부자로 꼽히는 청송 심부잣집은
조선시대엔 주왕산이 청송 심씨의 소유였을 정도로 9대가 내리 만석꾼을 지냈다고 한다.  




조선시대 후기 상류주택의 전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송소고택은 
대문채·안채·별당· 큰사랑채·작은사랑채·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랑공간, 생활공간, 작업공간으로 공간이 잘 구분되어 있는 것이 측징이다.
안채와 큰사랑채 및 작은사랑채는 전체적으로 ㅁ자집 형태이고 각 건물에 독립된 마당이 있는데 마당만 해도 모두 9개다.




고택의 뒤로는 4대 이상의 제사를 모실 수 있는 별묘 등이 자리잡고 있어 민속학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집이다.




고택 뒷편에 자리잡은 별당은 높이 솟은 누마루와 뒷산이 풍경으로 매우 경관이 아름답다. 




시집 안간 딸이 기거하는 별당문은 누가 드나들 때 삐꺽...소리가 나도록 연결 부위를 나무로 만들었고
문닫을 때 문이 헐거워서 소리가 나지 않으면 새로 나무를 깎아 연결 부위를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송소고택에서 옆문으로 나가면 또 한채의 고택이 방문자를 맞이하는데 바로 송정고택이다.


 


 
송정(松庭)은 심호택의 차남 심상광을 이름이니 송소고택은 큰집, 송정고택은 작은 집이 되는 셈이다. 
심호택의 4남 중에서도 송정 심상광은도산서원 및 병산서원의 원장을 했을 만큼 학문이 뛰어났다고 한다.



자손들이 청송을 떠나 거의
20여년 정도 방치됐던 고택은 작년 7월에 새롭게 수리를 하고  한옥체험관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박경진씨가 장기 임대해 ‘한옥 스테이’를 할 수 있도록 꾸민 이곳은
숙박용 방이 14개 있는데 화장실과 샤워장은 수세식으로 개량했다.




이곳의 숙박객에게는 아침 식사가 제공되며 밤에는 가마솥에 감자를 삶아 먹으며 따스한 아랫목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도회지에서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던 사람들에게 깊은 산골 고택의 밤은 너무나색다를 것 같다.
창호지 불빛이 새어나오는 툇마루에 앉아 하늘에 총총한 별을 헤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 오랫동안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으리라.




이곳에서는 컴퓨터도 TV도 없다.
오로지 대문 옆 은행나무 위에서 까치들이 짖는 소리와 삽살개 짖는 소리가 아침 잠을 깨워줄 뿐이다.




3M 나일론 수세미만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진짜 수세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곳.
뜰에서 불 피우고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툇마루에 앉아 별 보고 삽살개와 놀며
'느리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바로 청송 송소고택이다.


Copyright 2011.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