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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0 경주 보문단지에 산불 났어요! 14



청명하게 맑은 하늘이 오후가 되니 뿌옇게 흐려진다.
황사 때문인가 싶어 창을 열고 보니 창밖 하늘이 심상치 않다.
밖에 나와서 보니 산 너머에서 뭉게 뭉게 연기가 피어오른다.

보문단지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에 늦을까봐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차를 몰고 보문 입구 샛길로 들어서니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하며 차들을 돌려 보내고 있다.

"아저씨....무슨 일인데요? 보문 쪽으로 못 가나요..?"
"지금 보문에 산불이 났기 때문에 교통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우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헉....보문 단지에 산불이....!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 유산이고 국립 공원 지구인 경주,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보문에 불이 났다고...?

 

차에서 내려서 보니 보문 입구 천군동 쪽에서 시꺼면 연기가 뭉게 뭉게 피어오른다.

알아보니 보문 단지 입구 북군동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
보문 단지를 들어가다 보면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멋진 길이 나오는데
그 옆의 순두부집을 비롯한 여러 식당가와 펜션들이 즐비한 동네가 천군동이다.

보문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시내로 핸들을 돌렸다.
소방차와 한전 응급처리반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머리 위엔 대형 헬기가 쉴 새 없이 날아 다닌다.

할 수 없어 친구랑 연락을 하고 반월성 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유채밭 쪽으로 갔다.
유채밭에서도 보문에서 나는 연기가 훤히 다 보인다.

친구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유채밭을 돌아보고 있는데도 마음이 전혀 편하지가 않았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걱정이 되어 자꾸만 산불난 쪽으로 시선이 가고 화사하게 핀 유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와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둥 마는 둥 하고 헤어져서 집으로 왔다.
집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산 너머에 아직도 타고 있는 불길이 뻘겋게 보인다.

보문 쪽으로 저녁 산책을 나간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북천 강변까지 불이 번져  산책로의 벤치도 불에 그을려 있고
나무들에도 불이 붙었다가 꺼진 것으로 보아 그 일대의 나무는 곧 다 죽을 것 같다고...

경주시에서는 소방 헬기 16대와 소방차 17대를 총동원해서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대로 진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날이 어두워져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는 상태이다.
밤 동안 산불이 얼마나 더 번져 큰 피해를 가져올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전국 곳곳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인근 포항시 대보면에서 난 산불도 아직 잔불이 제대로 진화되지 않은 가운데
이곳 저곳에서 난 산불 소식은 참으로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손쉽게 버린 불씨 하나가
수십년 동안 키워 온 아름드리 나무들을 순식간에 태워버리고 있는 것이다.

산불 조심....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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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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