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성, 계림, 경주 향교, 최부잣집, 요석궁.......
문화재, 사적지로 둘러싸인 경주 교동에 이름난 김밥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교동으로 향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인 경주 최부잣집을 뒷집으로 두고 
요석공주가 살던 터로 유명한 요석궁을 앞집으로 둔 최고의 명당에 자리잡은 교리김밥집.

하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다 쓰러져가는 가게의 외관을 보니 전해지는 명성에 약간의 외혹도 생긴다.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걸까? 

외관은 무지 초라하지만 김밥을 사기 위해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이집이 예사 김밥집은 아닌 듯 하다.




식당이라지만 건물에 붙은 간판도 하나 없이 오직 가게 앞에 세워둔 입간판이 전부이다.

'40년 전통 손맛, 교리김밥' 이라는 상호 아래 경주 교동 본점이라는 글귀가 재미있다.
가게의 외관만 본다면 상표 등록에다 서비스표 등록까지 한 점포라는게 믿겨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 가게는 여느 분식집이나 감밥집처럼 앉아서 먹을 공간도 거의 없다.
대부분 단체 주문에 의한 배달이던지 아니면 직접 찾아와서 사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밥을 먹고 가려면 가게 안에 단 하나 놓인 의자에 걸터 앉아 먹던지
아니면 밖에 가지고 나와서 가게 앞에 놓인 평상에 앉아 먹어야 한다.





김밥은 두줄에 3,000원, 세줄에 4,500원이니 가격은 다른 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4,000원 하는 잔치국수도 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와서 먹어봐야겠다.




김밥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옆을 보니 헉......! 김밥 속을 만들고 버리는 계란 껍데기가 완전 산더미다.

얼마나 김밥을 많이 말길래 버리는 계란 껍데기가 이 정도란 말인가.




김밥을 받아들고는 가게 앞 평상 위에 펼쳐놓아본다. 어떤 김밥일까....상당히 궁금하다.





뚜껑을 여니 동네 김밥보다 훨씬 두툼하게 말아진 김밥 두줄이 예쁘게 들어 있다.
참기름이 잘 발려진 김밥에는 자르르 윤기마져 감돈다.






김밥을 보니 와....소리가 절로 나온다. 
햄, 단무지, 오이, 당근, 어묵 등의 소는 다른 김밥과 비슷한데 잘게 채를 썬 계란 지단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가게 앞에 계란 껍데기가 그렇게도 많이 버려진 이유를 이제야 알 듯 하다.





맑고 투명한 밥알 속에 가득 차 있는 계란 지단을 보니 마치 김밥 속에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것 처럼 보인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김밥 하나 집어서 입 안에 넣고 오물조물 씹어본다.
음.......
간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알맞은데다 탱글탱글한 밥알과 함께
김밥 안에 가득 든 소들이 입안에서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치즈, 맛살 등 여러가지 화려한 재료를 넣은 현대식 김밥에 비하면 어머니 손맛같은 구수한 맛이다.




평상에 앉아서 김밥을 먹으려고 펴니 감사하게도 주인 아저씨가 김치도 한 접시 갖다 준다. 

김치와 함께 김밥 두줄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일어서니 숨겨진 맛집을 하나 더 찾아낸 성취감에 기분이 너무 좋다.

원래 이 교리김밥집은 판돌이김밥집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최부잣집 가정식을 선보이며 경주에서 제일 비싼 한정식집으로 유명한 요석궁은 당시에는 초호화판 요정이었던지라
요정에 근무하는 수백명의 아가씨와 종업원들이 바로 뒷집인 이집에 와서 
김밥과 국수를 줄서서 사먹었기 때문에 요석궁과 함께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판돌이 어머니의 솜씨를 이어받아 판돌이네 3형제 며느리들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이면 세 사람이 바쁘게 김밥을 말아도 수요를 채우기가 힘들 만큼 찾는 이가 많다.

경주에서 어릴 적 부터 살아온 지인의 말에 의하면
경주 사람들은 교리김밥에서 도시락을 사가지고 바로 옆 계림이나 반월성 꽃그늘 아래서 도시락을 먹으며
어릴적 학교 소풍날 김밥 도시락 먹던 때의 추억을 되살리곤 한다고 한다.

화려한 재료도 아닌 흔해빠진 계란 지단을 잔뜩 썰어 넣은 옛날 소풍 도시락같은 교리 김밥.
엄마 손맛 같은 교리 김밥 도시락 싸들고 내일은
반월성 앞 유채꽃 구경이나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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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과 수학여행의 계절 4월.......

요즘 경주 시내 곳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수학여행단 버스로 인해

주중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도로마다 심한 정체에 시달리곤 하는데

대릉원과 첨성대, 안압지 앞에 줄을 지어 재잘거리며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김밥 도시락 싸서 즐겁게 소풍가던 초등학교의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곤 한다.

 

소풍 가는 날, 다른날보다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가 정성껏 싸주신 김밥은

어떤 김밥집 도시락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맛이었다고 기억이 된다.

누구나 자기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이 최고로 맛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머니가 만드신 김밥은 다른 집 김밥과는 다른 특이한 맛이 있었다.

"김밥에는 우엉이 들어가야 제맛이지~!" 언제나 이렇게 말하시던 어머니는

진한 갈색으로 잘 조려진 우엉 몇줄기를 다른 재료와 함꼐 김밥에 넣어주셨는데

달콤하면서도 사각거리는 그맛은 다른 김밥에서 맛보기 힘든 특이한 맛이었다.

 

지인에게서 경주성동시장에 우엉김밥을 하는 가게가 있다는 말을 들은 날.

반가운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경주역 앞에 위치한 성동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주차장 우측으로 난 작은 문으로 들어서면

양 옆으로 떡볶이, 순대, 김밥 등 분식으로 가득한 먹자골목을 만날 수 있다.

이날 따라 카메라를 챙겨오지 못한지라 하는 수없이 폰카로나마 사진을 몇장 담아본다.

  

우엉김밥집은 바로 입구에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경주 성동시장 30년 우엉의 원조 보배김밥이라는 커다란 현수막 아래에는

6시의 내고향, 생생정보통, 조선미디어닷컴,봄업코리아.......등

여러 매체에 소개된 화려한 경력들이 자랑이나 하는 듯 나열되어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먹자골목 한귀퉁이를 겨우 차지하고 앉은 조그마한 김밥집치고는 화려한 소개글이다.

 

 

 

 

김밥집 앞에는 이렇게 커다란 양푼이에 우엉조림이 두 양푼이나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김밥집 아주머니는 일제시대에 언니랑 함께 일본에서 우엉을 넣고 많이 먹었던 것이 생각 나

이곳 성동시장에서 우엉을 넣은 김밥을 만들어 판지가 벌써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우엉을 넣은 김밥을 상품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집이 원조일거라고 자랑하는 보배김밥 아주머니는

동영상을 찍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는 필자의 말에 "경주에 놀러 왔는교?"하며 흔쾌히 허락을 한다.

  

 "(사진 찍는데) 고개 좀 드소~!" 농을 거는 건너편 가게 아주머니의 말에

"아이고~~ 인자(이제) 고개 들면 안 된다..."하며 맞장구를 치면서도 

연신 바쁜 손놀림으로 김밥을 말아서 도시락에 담는 김밥집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굵어진 손마디에서 30년을 한결같이 한자리를 지켜온 연륜이 진하게 느껴진다.

 

 

 

 

김밥 속에만 우엉을 넣는게 아니라 김밥 옆에다 우엉 여러가닥을 곁들여주는 것이 우엉김밥의 특징이다.

보배김밥에는 앚을만한 공간이 없는지라 우엉김밥 두줄을 사서 김밥집 바로 앞에 위치한 순대집에 들어갔다.

 

 

 

 

김밥과 함께 성동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매운찹쌀순대도 사서 함께 탁자 위에 놓아보았다.

 

 

 

 

우엉김밥은 김밥 위에 곁들여진 우엉 몇가닥을 얹어서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김밥 위에 우엉한가닥을 놓고 젓가락으로 함께 집어서 입안에 넣어본다.

우엉과 함께 먹으니 싱겁지 않고 짭쪼롬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맛이 느껴진다.

입안에서 우엉조림의 쫀득한 맛이 느껴지니 그것도 또한 별미이다.

어머니의 소풍 도시락 이후 정말로 오랫만에 먹어보았던 우엉김밥.

시장의 먹자골목에서 만날 수 있었던 추억의 어머니 손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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