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사계절을 막론하고 관광객으로 붐비는 경주이지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보는 이들을 유혹하는 요즘같은 봄날이 되면

전국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경주 시내 전역이 몸살을 앓곤 한다.

 

경주 여행객들은 관광 명소와 숙박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있는데

그중에도 어디에 가서 무슨 음식을 먹느냐 하는 것은 최고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여행지에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블로거들의 맛집 포스팅에 많이 의존하곤 하는데

심지어 여행 블로거인 필자의 블로그 최고의 검색어조차 <경주 맛집>인것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관광지의 맛집 검색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가 짐작이 간다.

 

경주를 찾아오시는 여행객들에게 조금이나마 편의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서

평소 인터넷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생활 속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는 것을 즐겨하는 필자.

요즘은 보문관광단지와 불국사 여행길에 찾기 쉬운 오리백숙맛집을 소개해 드릴까 한다.

 

 

 

 

소개해 드릴 오리백숙맛집은 정일품 식당.

경주시 하동 67번지에 위치한 정일품식당은 경주민속공예촌을 지나 불국사 가는 길인 보불로에 위치하고 있다.

 

 

 

 

메뉴 중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정일품 정식은 15,000원, 쪽갈비 정식은 12,000원,

순두부정식은 7,000원으로 여행길에 오른 여러명의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기에 부담없는 가격이다.

평소에 부담없는 가격의 식사를 소개하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이집의 특미라는 <한방특미전복오리백숙>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메뉴를 주문해 보았다.

 

 

 

 

닭백숙이나 오리백숙은 조리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라 미리 예약하고 갔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금방 연잎이 그려진 정갈한 접시에 담긴 갖가지 반찬들이 베풀어진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샐러드, 김치를 비롯하여 새송이무침, 잡채, 도토리묵 무침......등

기본반찬들은 대부분 정갈한 편이고 샐러드는 약간 매운 편이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샐러드, 잡채 등 미리 나온 반찬들을 몇 점 집어먹지도 않아 바로 넓은 백숙 그릇에 오리백숙이 담겨져 나왔다.

 

 

 

 

백숙을 보니 주재료인 오리고기 위에 떡 하니 올려진 전복 몇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리고기만 먹어도 절로 몸이 좋아지는 기분일텐데 커다란 전복까지 함께 들어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끓고 있는 백숙 국물 속에 담겨 있는 대팻밥처럼 얇게 저민 나무토막이 인상적이다.

오리백숙 안에 들어 있는게 뭐냐고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헛개나무라고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듬뿍 들어 있는 오리고기의 영양 성분이야 자세히 열거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헛개나무 오리백숙은 간 피로 해복에는 최고의 영양간식이라고 한다.

 지방간과 숙취해소 변비, 술독을 푸는데 특효라고 본초강목에도 기록되어 있는 헛개나무는

오리와 함께 끓여 먹으면 헛개나무만 넣고 끓여먹는 것 보다 3~4배 정도의 간 해독 능력을 보인다고 한다.

 

 

 

 

전복과 헛개나무를 살펴본 뒤 주재료인 오리고기를 한점 집어 자세히 살펴본다.

 

 

 

 

오리가 큰놈인지 닭백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크고 먹음직스럽다.

 

 

 

 

중간크기의 앞접시인데도 한다리 집어 앞접시에 올려놓으니 접시가 그득하다.

뼈다귀를 과감하게 손으로 잡고 뜯어먹어보니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헛개나무를 넣고 끓여서 그런지 오리고기의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연한 닭백숙처럼 부담없이 잘 넘어간다.

 

 

 

 

엄청 많은 오리백숙의 양 때문에 금세 배가 봉긋하게 불러왔지만

먹어도 질리지 않는 부드러운 오리백숙의 식감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자꾸 고기를 뜯어먹게 된다.

 

 

 

 

오리백숙을 거의 다 먹어 배가 어느 정도 불러 있는 상태인데 종업원이 뚝배기에 담긴 영양죽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검붉은 죽 위에 하얀 통깨와 검은 통깨가 살짝 흩뿌려진 영양죽을 보니 다시 식욕이 돋아 죽그릇 앞으로 몸을 당겨 앉아본다.

 

 

 

 

숟가락으로 죽을 한숟가락 떠올려보니 여러가지 곡식이 함께 들어있는 영양죽이다.

흑미, 녹두, 찹쌀을 함께 넣어 오랫동안 뭉근히 끓인 죽에 통깨를 살짝 올렸단다.

 

 

 

 

작은 그릇에 한국자 퍼서 넣고는 한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오~~~! 정말 맛이 그만이다.

죽이긴 한데 푹 퍼져버린 죽이 아니라 흑미와 찹쌀, 녹두 등 주 재료가 그대로 살아 있어 하나 하나 씹히는 맛이 있다.

그런데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것이 정말 오묘한 맛이다. 이렇게 죽을 잘 끓일 수가 있다니.....!

 

 

 

 

커다란 오리백숙 한마리를 두사람이 먹어 이미 배가 많이 부른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영양죽 맛에 빠져들어 계속 퍼 먹다 보니 어느덧 영양죽 뚝배기가 바닥을 드러낸다.

 

 

 

 

배가 너무 불러 바지 단추를 끌르고 뒤로 물러 앉아 벽에 기대어 한참 쉬고 있노라니

종업원이 흑미식혜라며 조그만 공기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내어 놓는다.

슬러시 상태로 되어 있는 빨간 흑미식혜는 보기에도 좋지만 맛이 정말 예술이다.

시원하고 상큼하게 입안에서 톡톡 부서지는 맛이 오리고기를 먹은 후의 기름진 뱃속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지인의 소개를 받고 찾아가 먹어 보았던 경주 정일품식당의 한방흑미전복오리백숙.

부드럽고 담백한 오리고기의 맛도 물론 좋았지만 이 식당만의 특징인 흑미영양죽과 흑미식혜는 반할만한 맛이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와 불국사 사이에 위치한 보불로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수많은 식당이 있고

그중 많은 곳에서 오리 백숙을 맛볼 수 있지만 이곳의 오리백숙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어서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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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유채가 노란 얼굴을 내어밀 때 쯤 의례히 반월성을 찾는다.





유채밭을 지나 반월성 넓은 궁궐터에 서니 저 멀리서 초딩 수학여행단이 한떼로 걸어온다.
'오.....경주에 수학여행 와서 반월성에까지 올라오는구나. 아이들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되겠는걸?" 생각하며
옆으로 지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아하니 생각 외로 얼굴이 불만들이 가득하다.
선생님 뒤를 따르며 자기들끼리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아.......씨.....! 아무 것도 없구만.....! 여기 뭐 있다고 여기까지 올라와! 더워 죽겠는데 이런데 오고......"
선생님은 듣는 둥 마는 둥 갈길을 가고 아이들은 끌려가듯 발을 질질 끌며 간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놀이동산 가는 것 밖에 관심이 없으니 유적지 따위야 관심이야 있으랴......
아이들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반월성에 오시는 분들 중 이런 실망을 안고 돌아보시는 분이 많다.
신라 궁궐터라고 하기에 뭔가라도 있을까...해서 올라오지만
보이는 것은 휑......하니 넓은 잔디밭 뿐, 가운데 궁궐 초석 몇개만이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가운데 위험한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소풍 장소로는 제격이지만......





드넓은 반월성엔 고작해야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석빙고 하나 달랑 있을 뿐 볼만한 것은 사실 별로 없다.





하지만 사실 반월성은 신라 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니.......





보통 반월성이라고 불리우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월성(月城)이다.
반월성(半月城)을 한자 그대로 뜻풀이하면 반달 모양의 성이라는 뜻인데, 스카이뷰에서 보시는 것처럼

반달 모양의 언덕 위에 성곽을 둘러 지어진 성이기 때문에 그런 애칭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재성()이라고도 불리웠던 월성은 삼국사기에 보면 성의 주위가 1,023보()이며
자연적인 언덕 위에 반월형으로 흙과 돌을 혼용하여 쌓았고 여기에 신라 역대왕들의 궁성이 있다고 기록되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월성터는 원래 충신인 호공의 거주지였다고 한다.
BC 19년 박혁거세, 석탈해가 금성의 지리를 살펴본 뒤에 가장 좋은 길지로 호공의 집터를 지목하여
거짓 꾀를 부려 호공의 집을 빼앗아 월성을 쌓았다고 한다.
이 공으로 석탈해는 남해왕의 맏사위가 되었고 그 후에 신라 제4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사적 제16호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제쳐두더라도
봄날의 반월성은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멋진 추억을 남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반월성 앞 너른 초지에는 각가지 야생화를 비롯하여 노란 유채꽃이 화사하게 피어 가족과 연인들을 향해 손짓하고

반월성 언덕을 돌아가며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은 꽃에 취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반월성 언덕 뿐 아니라 반월성터 안쪽에도 이렇게 수령이 오래 된 벚나무들이 우거져있어 벚나무 그늘에서 쉬어갈 수 있고





일반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반월성 남쪽으로는 이렇게 남천이 고요하게 흘러 색다른 정취를 자아내기도 한다.





신라 역사의 산 증인인 반월성은 사극 영화 촬영지로도 많은 러브콜을 받는 곳이다. 




서라벌을 무대로 한 MBC드라마 '선덕여왕'을 비롯하여 '동이''김수로' 등....많은 사극들이 반월성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는데

영화 촬영이 있는 날엔 어둡고 조용하던 반월성의 밤도 생기가 넘치게 되고 주변 나무들도 환한 색깔로 다시 살아난다.




천년의 영화를 누린 신라의 궁성인 반월성,
옛 노래처럼 지금은 비록 빈 터만 남아 있을 뿐이지만 반월성 곳곳에는 그곳을 거닐던 신라인의 숨결이 살아 있다.

비록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천년고도 신라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반월성을 찾는 이들은
누구나 이야기 속의 왕자와 공주가 되어 이 고즈녁한 황성옛터를 거닐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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