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일상,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찾는 도시, 마카오.

작지만 그 어느 곳보다 볼거리로 가득한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마카오.

400년전과 지금은 같지만 오늘과 내일은 다른 도시, 마카오 여행기를 계속합니다.

.........................................

 

아기자기한 마카오의 대저택 로우카우 맨션을 지나 완만한 오르막길로 향하니

작은 골목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어귀에 조그마한 분수가 하나 나타난다.

 

 

 

 

날개를 양쪽으로 펼친 천사의 입에서 물줄기가 졸졸 흘러나오는 작은 분수는

 하얀 타일에 파란색으로 그려진 커다란 벽화가 무척 인상적이다.

 

 

마카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타일 벽화를 '아줄레주(Ajulejo)'라고 하는데

아줄레주라는 말은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되었다.

포르투갈왕 마누엘 1세는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 방문했을 때

이슬람문화에서 전해진 타일 양식에 매료되어 돌아온 후 자신의 왕궁을 아줄레주로 장식했다.

이후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전국에 퍼져 나가기 시작해서 포르투갈 문화와 시대에 따라

포르투갈만의 독특한 아줄레주가 만들어졌고 포르투갈의 문화적 창작물로 자리잡았는데

400여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마카오에서도 이런 아줄레주를 자주 만날 수 있다.

 

 

 

 

마카오 대성당 광장 골목에는 다섯개의 아줄레주가 있는데 그림의 내용은 상당히 중국풍이다.

알고 보니 이것들은 1774년에서 1852년 사이 마카오의 일상적인 풍경들을 담은 타일벽화라고 한다.

 

 

 

 

타일벽화가 끝나는 골목 끝지점에는 이렇게 성당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모양의 분수도 자리잡고 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니 바로 앞에 마카오 대성당(大堂)이 웅장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장식을 배제하고 하얀 대리석으로 반듯하게 지어진 성당 건물은 너무 깔끔해 보인다.

아치형의 문 위에는 깔끔한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이 인상적인데 성화가 아니라

청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진 단손한 문양으로만 되어 있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로 배치된 포르투갈풍 초록색 덧문도 너무 마음에 든다.

 

 

 

 

 

1622년에 지어진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진 카툴릭 성당으로 마카오에서 가장 중요한 성당 중의 하나이다.

처음 지어진 이후 여러번 태풍의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지금의 모습은 1937~1938년에 완성된 것이다. 

중국으로  마카오가 반환되기 전에는 새로 부임한 마카오의 총독이 대성당에 와서

성모 마리아 상 옆에 그의 재임권을 내려놓는 전통적인 의식을 매번 치루었다고 하니

명실상부한 마카오의 대표적인 성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대성당인 셈이다.

 

 

 

 

내부도 외관처럼 장식이 아주 심플한하고 밝고 환해서 좋다.

화려한 벽화로 장식하는 유럽의 성당과는 달리 마카오의 성당들은 흰색이나 노란색 같이 밝은 색을 많이 사용한다.

금색이나 각종 성화로 화려하게 치장한 성당 보다 이렇게 심플한 성당이 더욱 경건함을 더해주는 것 같다.

 

 

 

 

 

성당 안 제단 밑에는 16세기와 17세기 주교의 유품들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광장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주교관 등의 건물은 대성당의 외관과 달리 밝은 병아리색이다.

 

 

 

 

환한 색으로 칠해진 마카오의 건물들은 보는 이들에게 밝고 경쾌한 기분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성당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깔사다가 넓게 펼쳐진 대성당 광장(大堂前地)이 있다.

광장에는 해마가 물을 뿜는 중국풍의 분수와 함께 대리석으로 된 대형 십자가,

그리고 포르투갈풍 깔사다와 타일 벤치등 동서양의 문화가 한곳에 뒤섞여 있는 것을 본다.

 

 

 

 

광장 주변은 다소 어지러울 만큼 각가지 양식의 허술한 아파트와 중국식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종교적인 이유이든 역사적인 이유이든 대성당과 광장 주변의 건물들은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어

대성당과 함께 대성당 광장도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대성당 광장 전체에는 아름다운 모자이크 타일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고

광장 가장자리에는 빙 돌아가며 타일벽으로 장식되어 있어 주민들과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장식 타일벽에는 이렇게 벤치 공간도 마련되어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바로 옆 어묵거리에서 산 간식을 이곳으로 들고와 먹으면서 여행에서 지친 다리도 쉴수 있어 너무 좋은 곳이다.

 

 

 

 

세나도 광장을 비롯하여 마카오의 많은 광장들은 모자이크 바닥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광장 바닥 역시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것 중의 하나이다.
'깔사다(Calcada)'라 부르는 모자이크 바닥 장식은 석회석을 조각으로 잘라서 바닥을 장식하는데
보통 문자나 별, 예쁜 조개 등의 모양을 넣기도 하고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마카오 곳곳에  깔려져 있는 깔사다 중에서도 대성당 광장의 깔사다는 특히 아름다워서

여행객들은 너도 나도 이곳의 깔사다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다.

 

 

 

 

낮시간에 다 돌아본 곳이지만 야경이 궁금하여 저녁시간에 다시 대성당으로 와 보았다.

역시나 이곳으로 온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다. 과하지 않는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은은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감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다시 타일 벤치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쉬노라니 동쪽 하늘에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른다.

마카오의 대광장에 앉아 맞이하는 둥근 보름달이라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마카오의 아름다운 밤이다.

 

Copyright 2013.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


펜하 성당 마당에서 마카오 타워와 마카오의 멋진 다리들이 보이는 시원한 경치를 감상한 후
성당 담장 왼쪽으로 내려가는 급경사로 서망향사항(西望洋斜巷)길로 내려가 보았다.
좁고 경사가 급한 골목을 한참 걸어 내려가니 눈 앞에 조그마한 사거리가 나왔다.
사거리에는 세계문화유산의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들이 서 있기는 한데 분명하지가 않다.
동네 아주머니께서 반려견을 데리고 주변을 지나가릴래 물어보려고 하니
그분은 영어를 전혀 모르고 우리는 광동어를 전혀 모르고....

얼른 지도를 펴서 손가락질로 물어보니 금방 눈치 채신 아주머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바로 길 아래 가파른 계단으로 내려가란다.





난간도 없는 가파른 시멘트 계단 위에서 내려다 보니
경차 하나도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길이 발 아래 펼쳐진다.

관광객들은 잘 모르지만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지름길임이 분명하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 위를 올려다 보니 마카오 서민들이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서민아파트들이 양 옆으로 펼쳐진다.




다닥다닥 붙은 서민아파트를 몇채 지나니 갑자기 시야가 환해지면서
눈앞에 노란색, 민트그린......등 파스텔톤의 화사한 집들로 둘러싸인 광장이 나타난다.




파스텔톤의 포르투갈 주택으로 둘러싸인 광장이 바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릴라우 광장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커다란 성당이나 별다른 큰 건물은 보이지 않고 평범한 동네 마당 같다.
관광객들도 많지 않고 동네 주민들이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조그만 광장이 세계문화유산이라니! 약간은 실망스럽다.




커다란 나무 몇 그루와 조그만 매점, 벤치 몇개가 놓여있는 작은 광장인 이곳은
포르투갈 사람들의 첫번째 거주지 중 한곳이라고 한다.

릴라우는 포르투갈어로 '산에서 솟는 온천'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나오는 물은 마카오의 주요 용수원으로 사용되었다는데
지금은 벽쪽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분수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광장을 둘러싼 가옥들은 대부분 핑크색이나 민트크린, 화사한 개나리색으로 칠해져 있어 밝은 느낌을 주고




가옥들의 창은 포르투갈풍의 색색의 덧문들로 장식되어 아시아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가져다 준다.




광장의 규모는 비록 작지만 광장을 비롯한 주변 포르투갈 주택의 보존가치가 인정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광장을 떠나 만다린 하우스, 아마 사원 등을 구경하고 밤에 돌아올 때 다시 릴라우 광장으로 와 보았다.
낮에도 비교적 한가하던 길인데 밤이 되니 길에는 사람도 별로 안 다니고 너무 조용하고 한가롭다.




낮에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담소를 나누던 광장에도 고요함만이 감돈다.




우리도 이 동네 주민인 것 처럼 벤치에 앉아 새소리도 듣고 동네 개가 지나가는 것도 보고 잠시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지친 다리와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한결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았다.





몇개의 포르투갈 주택으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 릴라우(Largo do Lilau, 亞婆井前地).
우리 눈에는 평범한 동네 마당 같이 보이는 이런 공원도 마카오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재들은 왜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 하고 세계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의 문화재에 대해 우리 모두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세계인들도 우리 문화 유산의 가치를 인정해 줄텐데......
부러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을 함께 가지고 릴라우 광장을 떠난다.

Copyright 2012.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