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 동남쪽에 위치한 만쉬르 사원으로 가는 길은 멀고 멀기만 하다. 

쿠션이 좋지 않은 고물 버스는 초원을 달리는 내내 터덜거리며 달려
여행에 지친 허리와 엉덩이에 더욱 심한 통증을 가져다준다.



제한 속도가 80km라고 쓰여져 있는 도로지만 도로는 누더기가 되도록 여기저기 기워져 있어
버스가 60km정도의 속력을 내어도 마치 말을 탄 것처럼 털썩거린다.



상태가 좋지 못한 도로를 2시간 정도 달려가니 드디어 만쉬르 사원의 입구가 보인다.
몽골 사원의 지붕 모양을 본뜬 관광 안내소 겸 매표소는 험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이다.



만쉬르 사원 입구로 들어서니 날아갈 듯한 지붕 처마를 하고 있는 정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는 하얀 게르들의 모습이 참 평화롭다. 그런데 앞쪽의 전나무들은 왜 말라죽어버렸을까.....
죽었으면 베어내기라고 하면 좋을텐데 그냥 둔 모습이 모기 흉하다.
몽골의 산들은 참 희한한데 산의 어떤 부분에는 전혀 나무가 없고 어떤 부분은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다. 무슨 이유일까?
나무의 씨앗이 날아가서 땅에 뿌리를 내리더라도 옆에 나무가 없으면
혼자서 큰 나무로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이나 나무나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든 것인가 보다.



만쉬르 사원은 불교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 서구의 학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몽골의 중심 불교인 라마 불교가 융성했을 때는 이곳에 200여개의 라마 불교 사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남아 있는 엄청난 크기의 솥단지를 보면 전성기 때 이곳에 얼마나 많은 승려들이 상주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몽골이 공산주의화 되면서 라마 불교는 핍박을 받게 되고 이곳에 있던 대부분의 불교 사원은 훼철되었는데
만쉬르 사원 이곳저곳에는 옛날 사원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것을 뱔견하게 된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는 사원과 현재 운영 중인 사원 4~5동의 건물과 20여개의 게르만이 남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이곳에 있던 불교 사원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데
대부분의 몽골 박물관처럼 이곳도 내부를 촬영하는데는 입장료의 수배가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박물관 내의 소장품은 동물의 박제나 풍속화들이 대부분이라 돈을 지불하고 촬영하는 것은 내키지 않을 정도이다.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소장품은 17살 소녀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진 피리인데 
놀랍게도 이 피리는 소신공양처엄 자신의 몸을 바친 소녀의 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촬영료를 내지 않으면 촬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다.



몽골에서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어버(어워)'를 여기서도 어김없이 만날 수 있다. 어버는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같은 곳인데 
몽골에서 어버는 마을의 수호신이요, 초원에서는 이정표이며 재앙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신성한 곳이다.



사원 터에는 일종의 선돌과 같은 '모미'도 여기저기 서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모미에 둘러쳐진 천에는 어김없이 몽골의 화페인 투그릭이 여러장 꽂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쉬르 사원에는 나무껍질을 이용한 차탄족(순록 유목민이란 뜻)의 전통 천막 오르츠도 전시되어 있다.  
천막 가운데 원시적인 형태의 난로가 있는 오르츠는 원래는 순록의 가죽으로 천막의 바깥을 덮는다고 하는데
몽골인의 77.5%를 차지하는 할흐족의 천막인 게르(Ger)와는 그 모습이 너무나 다르고 
아메리카 인디언의 천막과 모습이 거의 유사하게 생겼다.



만쉬르 사원은 몽골인들에게는 사원으로보다 휴양지로의 기능이 우선하는 곳이다.
우거진 침엽수림 가운데 베풀어진 커다란 게르들은 우리나라의 호텔이나 콘도처럼 방문객들에게 대여되는 시설이다.
 울란바타르 사람들은 소풍을 갈 때나 여름 휴가를 지내기 위해서 자연 경관이 좋은 이곳을 즐겨찾는다고 한다.



여러겹으로 둘러쳐진 게르는 여름에는 이렇게 덮개의 아랫부분을 들어올려 통풍을 시키는데 안에 들어가보면 의외로 무척 시원하다.
하지만 밤이 되면 아무리 여름이라도 들어올린 덮개를 내려서 보온을 해야 잘 때 추위에 떨지 않게 된다.



아름드리 전나무 아래 게르 앞에 불뚝한 배를 드러냔 아저씨들이 뭔가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것이 보이길래 다가가 보았다.

돌 위에 놓고 뭔가를 해체하고 있는 모습이 궁금하여 가까이 가긴 했지만
혹시나 실례가 될까봐 머뭇거리고 있으니
아저씨들이 손을 흔들어 부르며 가까이 와서 보라고 한다.
카메라를 들어보이며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듯으로 눈짓을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선뜻 승락해준다.



커다란 돌 위에는 염소 한 마리가 불에 반쯤 그을린 채로 누워있다. 에고 불쌍해라.....!
튜브 아이막의 초원에서는 산 양을 통빼로 잡아서 껍질을 벗기고 온몸을 각을 뜨는 과정을 보고 하나 하나 사진 찍기도 했지만
이렇게 불에 그을린 채로 누워 있는 염소를 보니 저렇게 불쌍한 동물의 고기를 먹는다는데 마치 죄악처럼 느껴진다.



만쉬르 사원은 몽골에서도 고원지대라 아름드리 침엽수림이 우거지고 공기가 너무 맑을 뿐 아니라
초원 곳곳에는 아름다운 야생화가 어우러진 천국과도 같은 곳인데

발아래 여기저기에는 높은 산 공기 좋은 곳에서만 자란다는 에델바이스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아침 이슬에 젖어......하며 노래로만 만나던 에델바이스인데
이렇게 몽골의 아름다운 만쉬르 사원의 초원에서 만나게 되니 너무나 반가웠다.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에델바이스 한송이 꺾어 책갈피에 살며시 넣어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다음에 올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고이 제자리에 남겨 두고 아쉬운 마음으로 만쉬르 사원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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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아침 이슬에 젖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랩 대령이 기타를 치며
'에델바이스'를 부르던 장면은 누구나 기억하실 것이다.

필자 또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볼 때마다 이
노래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함께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곤 했으니...


영화 사운드 트랙으로 인해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름인 '에델바이스'
유럽의 알프스와 히말라야에서 자생한다는 '에델바이스(edelweiss)'는 스위스의 국화인데
고산 식물인 에델바이스를 우리 주변에서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에델바이스와 비슷한 솜다리꽃이 설악산이나 한라산의 고산 지역에서 자라나기도 하는데
일부 등산객들이 설악산에서 자라는 솜다리나 산솜다리를 에델바이스로 잘못 알고 마구 뽑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솜다리는 한국에서만 자라는 희귀 식물로 에델바이스와는 다르다고....


알프스에서만 만나리라 생각했던 에델바이스를 몽골 초원에서 만났다.
울란바타르에서 약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가면 나오는 만쉬르 수도원은
몽골에서도 보기 드물게 초원과 침엽수림이 한데 어울린 곳인데
인적없는 만쉬르 수도원 입구에는 에델바이스가 지천으로 피어 찾는 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소중한 추억'이 꽃말인 에델바이스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눈으로 뒤덮인 스위스의 알프스 산에 '에델바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얼음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원래 '에델바이스'는 천사였는데 변덕스러운 신이 그녀를 인간으로 만들어 산꼭대기로 내려보낸 것이었지요.

어느 날 우연히 그곳을 발견한 등산가가 그녀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매혹되었답니다.
산을 내려온 등산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했고 이를 전해들은 젊은이들은
'에델바이스'를 보려고 앞을 다투어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에델바이스'를 보지도 못한 채 등산 도중에 목숨을 잃어 갔죠.
이 사실은 안 '에델바이스'는 몹시 슬퍼 신에게 자신을 멀리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자 신은 한줄기 빛을 보내 '에델바이스'를 다시 천사로 만들어 하늘로 올라오게 했죠.
그녀가 가버린 뒤 그 집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는데..사람들은 그 꽃을 '에델바이스'라고 불렀답니다.


그 이름과 자태처럼 아름다운 전설을 가진 에델바이스.
초원에서 만난 귀한 에델바이스는 눈과 사진으로만 담아 가지고 왔는데
몽골을 떠나던 날 뜻하지 않게도  책갈피에 곱게 말린 에델바이스를 진주라는 아가씨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지금도 필자의 수첩 갈피에 곱게 끼워져 있는 에델바이스.
만쉬르 초원의 향기가 그대로 남아 몽골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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