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의 북쪽 해안도시 네압볼리에 도착한 것은 오후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 때 즈음..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내리니 호텔 밖 풍경이 더할 나위없이 좋다.

호텔은 바다로 툭 튀어나온 자그마한 곶 위에 자리잡아 객실 어디서든 삼면으로 바다가 보이는 환상적인 장소에 있었다.

 

정말 천혜의 장소에 자리잡은 멋진 호텔..

호텔은 부페 음식도 훌륭하고 무엇보다도 수영장 시설도 멋지다. 하지만 바로 옆에 바다를 두고 수영장 물에 몸을 담글 수는 없는 일......

삼면으로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에 앉아 그리스의 풍부한 해산물로 배를 불린 후 수영복으로 갈아 입은 후 치마만 살짝 걸치고 바닷가로 나가 보았다.

 

호텔은 에게해의 톡 튀어나온 곶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호텔과 건너편 곶 사이로 쏘옥 들어간 조용한 만이 그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지.....
거기다 저녁 무렵 이 멋진 
해변에서 수영하고 노는 사람은 필자와 S양, K양 세 사람 뿐이어서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너무나 즐거운 마음에 해변에서 장난치고 소리지르며 놀다보니.......호텔 발코니에 나와서 우리를 지켜보던 외국 남자가 우리를 부르며 손을 흔든다.
아이...쪽 팔려라...ㅋㅋ

해변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군데 군데 자리잡고 있어서 작은 수조같은 공간이 여기저기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 수조에 누워 있으면 파도도 치지 않아 바닷물에 둥둥 떠서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쳐다보고 낭만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바닷물에 누워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동쪽 하늘에서 보름달(!)이 떠오르고 이내 달빛이 고고히 비쳐 바다가 은빛으로 반짝인다.  에게해에 떠오르는 보름달이라니....! 하늘에도 달이요...바다에도 달이 흩어져 있으니 에게해의 달밤은 그야말로 환상의 달밤이다.

이 날 필자의 눈 속에 들어와 박힌 하늘과 바다의 달빛은 아직도 바로 어제 일인양 기억에 생생한데......
물에서 노느라 사진은 전혀 남기지 못했으므로 월출의 인증샷은 아쉽게도 통과~!

 

아침 일찍 일어나 베란다쪽을 보니 동쪽 바다로 여명의 기운이 불그레하다.
사진에서 바로 앞 쪽의 쏘옥 들어간 바다가 바로 엊저녁에 밤드리 노닐었던 바다이고 저 멀리 건물이 많이 보이는 곳은 네압볼리 다운타운이다.

 

 

앗....해가 떠오른다.  에게해의 떠오르는 태양이다!
구름이 끼어있는데도 불구하고 구름 사이로 해가 동그렇게 떠오른다.
그토록 아름답다는 에게해의 월출과 일출을 한자리에서 보다니....정말 기억에 남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망원 렌즈가 아닌 콤팩트 디카로 찍은 사진이라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러면 어떠냐...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에게해의 일출인 것을....
아직 어두운 바다 위로 비치는 햇살이 찬란하게 나의 마음 속에 들어와 박힌다.

 

 

아침을 먹고 네압볼리 다운타운으로 나가 보았다. 

 

 

지나가는 버스에 쓰인 그리스어(헬라어)가 눈에 뜨인다.
읽기도 힘든 그리스어의 조합들은 내게는 문자라기 보단 그냥 부호같이 보이기도 한데.....
차라리 알파벳으로 되어 있어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터키어가 훨씬 쉽게 느껴진다. 

 

 

항구의 공중전화 부스에는 다 쓴 전화 카드가 나동그라져 있고 여기저기 낙서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어디나 다 똑 같은가 보다...

 

 

 

간판도 역시 뜻 모를 글자가 가득....그리스어를 전혀 모르는지라 읽기가 정말 난해하기만 하다. 

 

 

 

‘새로운 성읍’이란 뜻의 네압볼리(네아폴리스,Neapolis)는 기원전 7세기 중반에 세워진 도시인데 비잔틴 시대에는 크리스토우폴리스(Christoupolis)로 불리웠으며 터키 통치시대부터 카발라(Kavalla)로 바뀌어 지금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오늘날 카발라는 인구 10만여명 정도의 활기찬 항구도시로 현재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데살로니키(성경의 데살로니가) 다음 가는 큰 도시인데 항구도시이자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지중해의 담배 집산지로도 유명한 도시이다.

 

 

 

네압볼리는 바울이 제2차 전도여행 때 드로아에서 환상을 보고 배를 타고 사모드라게 섬을 거쳐 도착했던 곳으로 유럽 전도가 처음 시작된 항구이다.

바울은 이 항구를 통해 이곳에서 16킬로미터 떨어진 빌립보로 가서 복음을 전하였다.

 “우리가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가고 거기서 빌립보에 이르니(사도행전 16:11∼12) ”  

 

 

 

바울 당시 이곳은 동서양의 뱃길을 잇는 교통 요지였고 육로 역시 로마로 향하는 에그나티아 대로(Via Egnatia)가 이곳을 지난다.  

네압볼리에서 빌립보로 넘어가는 에그나티아 가도는 도로 건설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로마인들이 만든 로마로 통하는 길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돌을 깔아 마차가 다닐 수 있게 한 포장도로인데 그 때문인지...시내 한 복판에도 돌을 깔아 포장한 도로가 많다. 

 

 

 

이곳에는 바울의 도착을 기리는 바울기념교회가 두 곳이나 세워져 있는데 한 곳은 항구 가까이에 있고 다른 곳은 항구의 언덕 위에 있어 항구 바로 가까이에 있는 바울 기념교회를 찾아 보았다.

 

 

이 교회는 1928년에 사도 바울의 유럽 도착을 기념하여 세워진 교회이다.  

 

 

교회 벽에는 바울이 배에서 항구에 내리는 모자이크화가 있어 이 곳이 바울이 유럽 전도에 첫 발을 디딘 역사적인 곳임을 강조하고 있다.  

 

 

신축한 교회는 예전에 있던 교회 터 위에 세워져 있다.
'한번 세워진 교회는 절대 무너뜨리지 않는다.'란 동방정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 앞에는 예전 교회의 기둥의 잔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세월이 스쳐 지나간 돌기둥에 기대어 잠시 상념에 빠지며
모자이크로 새겨진 사도 행전 16장 9~12절의 바울의 사역을 회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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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겨울이 되면 눈 덮인 화진포가 나를 부른다.
처음 화진포에 갔던 몇 년 전 겨울.....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들판인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새하얀 눈밭으로 뒤덮여 눈 앞에 펼쳐지던 추억 속의 화진포.

동해안 최북단의 화진포는 둘레가 약 16㎞나 되는 아름다운 드넓은 석호이다.
주위에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우거지고 해당화가 붉게 피어
경관이 너무 아름다운 이곳은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데
바로 옆의 화진포 해수욕장은 바닷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
명사십리에도 비견되기도 하는 바다이다.



화진포는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의 별장이 있던 곳으로 또한 유명한데 

호수와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이곳의 환상적인 경치를 접해보면 

대한 민국 초기 남북의 최고 권력자들이 왜 이곳을 여름 휴양지로 삼았는지 절로 이해가 간다.


최근에 와서 화진포는 '가을 동화'촬영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인근 속초의 청초호 부근 아바이 마을이 가을 동화의 주촬영지였는데
화진포는 어린 시절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해변에서 모래 그림을 그리면서 추억을 쌓던 장면과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 - 준서가 은서를 등에 업고 해변을 거닐다 은서가 숨을 거두는
라스트씬을 촬영한 곳이어서 연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장소가 되었다.  



화진포 바다에서 보면 언덕 위에 하얀 집이 눈에 뜨이는데 바로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우는 김일성 별장이다.
"김일성 별장이 왜 남한에 있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에게 사족을 붙인다면
한국 전쟁 이전엔 이곳이 38선 이북, 즉 북한 땅이었다는 것을 기억시켜 드리고
지금도 이곳은 군사 통제 지역인지라 이 지역의 상황은 지도에서 스카이뷰로 확인할 수 없다.  
 


이 건물이 처음부터 김일성 별장이었던 것은 아닌데 일제 강점기인 1937년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켰을 때
비행장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서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강제 철거키로 결정하고
원산 해변에서 해안을 따라 남으로 약 100마일 떨어진 화진포에 강제 이주시켰는데
당시 선교사였던 셔우드 홀(Sherwood Hall) 박사는 히틀러를 피해 망명해 왔던 독일 건축가 베버(H.Weber)에게
예배당으로 사용할 조그마한 별장 하나를 바다에 면한 암벽 위에 짓게 하였다. 
 


독일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베버는 1938년 회색돌로 원통형 2층 건물을 현 위치에 지었는데
화진포 해안 절벽 위의 송림 속에 우아하게 자리잡은 하얀  외관으로 인해 '화진포의 성(城)'이라고 불리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5년 이후 이곳을 점령한 북한은 화진포의 성을 귀빈 휴양소로 운영하였는데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전 1948년부터 김일성의 가족들은 경관이 매우 뛰어난 화진포의 성을 여름 휴양지로 이용하였고
실제로  김일성의 처 김정숙과 김정일 형제가 이곳에서 머문 적이 있어서 지금까지 '김일성 별장'으로 더 알려져 있다.
 


화진포의 성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계단에 그 당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확힌하게 된다.



계단 중간 쯤에 어린 김정일과 그의 여동생이 집 앞 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었던 장소가 표시되어 있고
 


계단 바로 옆 축대에 그 당시 사진의 사본이 걸려져 있어 '화진포의 성'의 원래 모습과
김정일의 어린 시절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누군지 손톱으로 긁적거려 김정일의 얼굴을 훼손시켜 놓았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 화진포의 성 마당에 이르니 수심이 깊지 않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절벽 위에 위치한 집이라 마당은 그다지 넓지 않다. 



이 건물은 전쟁 중 훼손되어 1964년 재건축하였는데 외관은 처음과 변함이 없으나
실내는 현재 안보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원래의 모습을 찾을 길이 없는게 매우 유감이다.
  전시관 벽에는 한국 전쟁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가 있었는데 대부분 건성건성 다 지나치고
건축물의 유래...김일성 정권의 수립 과정...등이 있으나 자세히 읽어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그 당시 방의 모습을 재현한 소품들만이 눈에 띌 뿐인데... 



그 당시 의복과 제니스 라디오에 눈길이 가고.....
 


천정에 달려 있던 램프도 방문객의 시선을 잡는다. 



2층 전시실의 원형 방에 이르면 모두 다 "와아~~~"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는데 창문을 통해 바다 풍경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절경'이라는건 바로 이런 경치를 두고 말하는게 아닐까?
창문을 열고 바다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곳이다.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가면 옥상으로 연결이 된다. 



옥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화진포 호수와 화진포 바다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 볼 수도 있다.



건물의 벽 사이로 내다 보고 싶은데 두께가 있어서 쉽지가 않아 벤치 위에서 바다를 바라 보았다. 



화진포성 위에서 내려다 보니 왼쪽의 호수와 오른쪽의 바다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호수의 하늘빛 고요함과 대비되는 황홀한 에메랄드빛 바다색은 오랫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데
 이 해변의 모래는 조개 껍질과 바위가 오랫 동안 부서져 만들어진
모나즈 성분으로 되어 있어 밟으면 바삭바삭 소리가 나고 개미가 살지 못 하는 모래라고 한다. 



앞에는 화진포 바다.....뒤에는 석호인 화진포 호수.....그 가운데 화진포 콘도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콘도는 군인 시설이라고 한다.
'좌청룡 우백호'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꼼짝않고 슈팅 자세를 잡고 서 있는 아저씨 발견.
아마 바다 한 가운데 섬 '금구도'를 찍는 듯 한데....
박격포 만한 엄청난 망원 렌즈와 무지 비싼 삼각대에 기가 죽은 필자는 몇 장 찍고 얼른 내려 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앞 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섬 금구도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 온다.
거북이 형상의 금구도는 광개토대왕릉이라고 한다.
 


고구려 연대기에 따르면 광개토대왕 3년(394년) 8월경 화진포의 거북섬에 왕릉 축조를 시작했으며
광개토대왕 18년 8월에 화진포의 수릉 축조 현장을 대왕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후 광개토대왕이 서거한 이듬해인 장수왕 3년(414년) 9월 29일 화진포 거북섬에 광개토대왕의 시신을 안장했는데
이곳에 수비대가 왕릉을 지키고 있었고 신라의 군사와 수비대의 잦은 분쟁이 있었다고 하며
문자명왕 2년에는 이곳에서 광개토대왕의 망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거북섬 성은 2중 구조로 되어 있는데 섬의 정상부인 약 45m 높이의 고지를 중심에 두고
해안선의 자연 지형을 따라 화강암을 이용하여 석축으로 축조하고
성벽 상단은 삭토하여 환도를 개설한 흔적이 200여m 가량 뚜렷이 남아 있으며
산정 부근의 와편과 주초석의 잔해는 사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섬 북쪽의 암석 저지대는 석축 보호벽과 방파성이 약 60m, 높이 170~230m, 3개 구간에 남아 있다.
앞으로 고성군에서는 문화재 전문가의 고증을 통해 원형 복원할 계획으로 있다고 한다.


자신의 유해를 화장하여 동해안에 안장하면 용이 되어 동해안으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을 것이라고 했던 문무왕처럼
광개토대왕도 자신의 숙원이던 남하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이곳에다 자신의 무덤을 쓰게 한 것일까...?
눈 앞에 서 있는 조그만 섬 금구도가 광개토왕릉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번 섬을 바라보니
감포 앞 바다에 서서 문무대왕 수중릉을 바라 볼 때와 같은 격한 감격이 가슴 속에서부터 물밀 듯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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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릴레이가 블로거들 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필자에게도 릴레이의 배턴이 돌아 왔다.

이번 글쓰기 릴레이의 주제는 '편견 타파'.

[편견타파 릴레이]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릴레이 규칙 퍼가시려면 ☞  임시로 복사 허용하기


다음 번에는 필자에게 릴레이의 배턴이 돌아오지 않길 '간절히' 기원하며....
직종이나 전공과는 별로 관계가 없지만 요즘 필자의 최고 관심사인 '사진에 관한 편견 타파'에 대해서 몇 마디 주절주절해 본다.



요즘 어딜 가든지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든 사람이 가득하다.
폰카, 디카, DSLR 카메라, 그리고 아주 드물게 필카까지도....

실제로 삼청동 같은 곳은 주말에 거리를 걷는 사람의 반은 DSLR을 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DSLR 카메라가 대중화되어 있고 필자가 살고 있는 경주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인지라
시내 곳곳에서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필자 또한 2007년 11월에 DSLR 카메라를 처음 구입했으니 이제 1년 육개월이 조금 넘은 햇병아리.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는 필자인지라 거의 혼자서 사진을 찍으러 다니지만
아주 간간히 지인들과 함께 출사를 나갈 때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한결 같이 보급형으로 나온 나의 저급한 카메라를 보고 고개를 흔드는 것이다.

"사진은 장비가 좋아야 하는데.....카메라가 너무 후지네요....카메라를 업그레이드 하세요..
렌즈 하나로 배기다니요....꽃을 찍으려면 접사 렌즈, 풍경에는 광각 렌즈, 그리고 망원 렌즈를 갖추세요.
오토로 찍으면 절대로 사진이 늘지 않습니다.....M 모드로 사진 찍는걸 연습하세요..."
이런 말을 매번 듣다 보니 사진 찍으러 같이 나가면 괜히 주눅만 들었고
남들이 시키는대로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결국은 아무데도 쓸모없는 사진을 만들게 되는 일이 허다했고
아무리 사진을 많이 찍어도 사진 실력 또한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사진이 늘지 않으니 사진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던 필자에게 사진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을 깨뜨리게 하고
없던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게 해 준 것은 바로 유명 사진 작가들의 사진 관련 수필집이었는데 그 책에는
사진을 찍으며 깨닫게 된 그들만의 생각으로 "사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는 내용이 한결같이 실려 있었다.

여러 사진 작가들이 사진 관련 책자에서 한결 같이 주장하는'사진에 대한 편견 타파'를 간단히 몇 자로 <요약>해 본다.

     1. 사진은 장비가 좋아야 잘 찍힌다는 편견을 버려라.

장래가 촉망되는 화가 지망생에게 그림 대신 사진을 해 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그림은 그림 도구가 좋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좋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진으로 성공하려면 좋은 사진 장비를 갖추지 않고는 인정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적게는 수백,많게는 수천이 드는 사진 장비를 갖출 재력이 없어서 사진을 전공으로 삼는 것을 일치감치 접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 사진은 장비가 좋아야 한다.
하지만 장비가 다는 아니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값비싼 고급 카메라라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진의 화질을 결정하는 것은 렌즈의 성능이지, 카메라 본체의 성능은 아니라고 한다.
고급 카메라란 좀 더 전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자 하는 고급 사용자를 위한 장치를 덧붙인 것..
촛점영역이 많아서 촛점을 더 빠르고 손쉽게 맞출 수 있거나 어두운데서도 쉽게 찍을 수 있도록 ISO를 더 높일 수 있거나
초당 연사 속도가 높아지거나 혹한에나 우천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갖추었다.
하지만 이런 여러 기능들을 다 갖춘 고급 카메라는 크고.... 무겁고 ....무지 비싸다!

전문 사진가로 활동할 것이 아니라면 고급 카메라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백 수천 짜리 장비를 등에 메거나 대포만한 렌즈를 목에 걸고 산 위에 힘들게 올라가서
남들이 다 찍는 운해나 일출을 찍는다면 그것은 주목받지 못 하는 사진이 된다.
이미 다른 유명 작가가 다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비록 보급형 디카나 DSLR을 가지고도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사진,
남다른 시각으로 찍은 사진이라면 그 사진은 좋은 사진이 되는 것이다.

사진이 좋지 않는 것을 장비 탓으로 돌리지 말자.
내 사진이 좋지 않은 것은 카메라가 허접해서가 아니라 대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찍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부족한 때문이다.
비싸고 좋은 카메라라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아니다!

     2. 사진은 수동 모드로 찍어야 잘 찍는다는 편견을 버려라.

사진을 수동으로 찍는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수동으로 찍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예전엔 수동 기어로 차를 운전해야 운전하는 맛이 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대부분이 오토매틱 기어차를 운전하는걸로 안다.
필자 또한 자동차의 매카니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면서도 시동을 걸고는 액셀레이터를 밟고 운전을 한다.
자동차를 몰며 순간 순간 속도에 대응하면서 기어를 수동으로 넣는 등의 신경을 쓰지않고 즐겁게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운전하면 된다.
그만큼 오토매틱 기어는 운전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해주어서 운전자를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이 발전되어 셔터만 누르면 모든 것이 다 해결해주는 최첨단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면서
소위 말하는 작품 사진을 찍으려면 반드시 수동노출로 조작을 해야 한다는 편견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후배 중 한명이 얼마 전에 DSLR 카메라를 샀다고 해서 사진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처음 카메라를 산 이 친구....제법 값 나가는 바디에 단렌즈. 줌렌즈, 망원 렌즈를 다 갖추었다고 자랑하면서
자기는 초보지만 다 수동(M 모드)으로 찍는다고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왜 M 모드로만 찍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래야 사진 찍는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진의 선배들은 사진을 가르쳐 주면서 뇌출계(머리 속으로 판단하는 노출)로 찍어야 진정한 실력자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수동 모드로 어렵게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반드시 더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그저 잘 된 작품을 감상할 뿐이지 무슨 모드로 찍었냐를 물어보지 않는다.
(하긴 가끔 물어보는 사람도 있지만....그러면 자랑스럽게 오토모드나 P 모드로 찍었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정작 상업 사진작가들은 빠르고 정확하게 사진 찍어주는 자동 노출을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번거롭게 카메라 조작을 하는 즐거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사진을 찍는 일이다.
멋진 장면이 나타났을 때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조합하느라고 꾸물거리는 동안에 이미 버스는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

M 모드로 사진을 찍기를 고집하는 사람은 M 모드로 사진을 찍은 후 P 모드나 A모드로  한번 더 셔터를 눌러 놓으시길...
그러면 최악의 실수는 면할 수 있다.

    3.  사진은 최고의 포인트에서 찍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라.

SLR 클럽 같은데 가보면 수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분초를 다투며 올리는 수많은 사진을 보게 된다.
최고의 출사 포인트에서 최고로 멋진 사진들을 찍어서 올려 놓는다.
어디 하나 구도상으로 빈 틈이 없는 선명하고 완벽한 사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진을 보면 감흥이 없다.
"참 잘 찍었구나..." 그 뿐이다.

필자 또한 얼마전 사진 포인트로 잘 알려진 곳에 가서 수많은 사진 애호가들 곁에 삼각대를 벌려 놓고 찍어본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리며 사진에 담아보았지만 결코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사진을 연구하고 그 장소를 수십번 가본 사람의 사진에는 결코 비견될 수 없고
이미 다른 유명 사진 작가들이 그 장소에서 찍을 수 있는 최고의 사진은 다 찍어 공개해 버렸다.

아무도 찍지 않아서 비교할 수 없는 사진을 찍으려면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보아야 한다.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남과 다른 시각으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관광지의 엽서와 다를 바가 없는 사진만 찍게 되는 것이다.
잘 알려진 최고의 시진 포인트에 가지 않더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일상에서 사진의 소재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필자를 보고 반문할 것이다.
"너는 사진에 대한 이런 편견을 다 버렸냐?"고....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편견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편견을 깨고 더 좋은 사진을 찍어보려고 발버둥치는 것일 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뷰 파인더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 보는 것이다.
사진에 대한 여러가지 편견은 멀리 던져 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메고 나서서 새로운 빛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다음 주자]
1. 펜펜님 : 등산과 여행에 대한 최고의 정보와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우리의 시선을 모으는 최강 블로거님.
2. 저녁 노을님 : 잔잔한 일상 속에서 발 밑에 떨어진 행복을 주워 맛깔스러운 글로 우리들에게 전파해 주시는 베스트 블로거님.

3. 파르르님 : 제주의 숨겨진 비경과 맛집, 아름다운 이야기를 현장감있게 전해 주어 우리에게 제주병을 앓게 해주시는 베스트 블로거님.
   펜펜님, 저녁 노을님, 파르르님.....받아 주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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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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