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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1 불국사 꽃살문, 현대미술작품 같아.. 16


궁궐이나 사찰을 방문했을 때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꽃살문'이다.

 우리 문살 무늬의 아름다움은 현대 미술 작품에서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세련되고  화려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단순하고 때로는 화사한...그리고 따스한 정감이 묻어나오는 꽃살문은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만큼 독특한 자랑스런 한국의 문화 유산이다.

 

최순우 전 국립 중앙 박물관장은

"조선 목수들의 손으로 가누어진 한국 창살 무늬의 아름다움은  때때로

몬드리안의 작품들을  능가할 만큼 세련된 '면의 분할'을 적잖이 보여 주었다.

한국의 창살무늬가  지니는 아름다움의 차원은 사뭇 눈맛의 후련함을 맛보게 해준다.

은근하게 둥글고 알세라 모를세라 모를 죽이면서 후련한 분할을 즐기고 있다"며

우리  문살 무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꽃살문은 북쪽에서 자란 100~200년짜리 소나무를 3년 동안 바람에 말린 다음
4년째 창고에 보관했
다가 꽃과 살을 조각하고
문틀에 끼워 맞춘 뒤 단청을 입혀 완성한다고 한다.

 

평소에 사진으로 담아두었던 몇몇 사찰의 꽃살문 중에서 오늘은
신라 천년을 대표하는 가람, 불국사의 
아름다운 꽃살문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대웅전 전면의 솟을살문에는 잎사귀 모양이 새겨져 있다. 
터키옥색으로 칠해진 단청이 오랜 세월로 인해 벗겨진 것이 한층 운치있게 보인다. 


  
솟을살문이란 씨날살과 모든 빗살에 다양한 무늬를 짜넣어 아주 복잡하면서도  규칙적이고 화려한 문살무늬를 말한다. 
 '솟'은  돋아낸, 돋우어낸, 도드라진의 뜻으로 이 문에는  거의 모두 꽃을 도드라지게 새기고 있어  '솟을'이라 붙인 듯 하다.



무늬의 종류에는 솟을꽃문, 솟을민꽃무늬, 솟을모란꽃문, 국화문, 연꽃문, 잎사귀문,
  금강저문등이 있고
꽃문이 새겨진 바탕살은 네모나 마름모 혹은  육모, 팔모로 짜임새가 되어있다.  

 문짝의 아랫부분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무늬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대웅전 서편은 띠살문으로 되어 있다.



띠살문은 기본적인 무늬인 날살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양새로 주로 일반 가옥의 문살 무늬로 많이 쓰였다.
날살이 창에 세로로 놓이면 띠살은 가운데의 문살로 들어선다.  

 

 대웅전 후면은 우물살문으로 되어 있다. 우물살문은 일명 井字 살문,또는 격자살문이라 하는데 
살과 씨살을 서로 똑같은 칸으로 짜나가 우물 무늬를 만들어가는 무늬살문이다.
살칸이 많고 촘촘하여 문짝도 더 튼튼해지므로 일반집에서  흔하게 많이 쓰는 문살인데
눈에 띄는 아름다움은 별로 없지만 규칙적인 이음이 단아하고 소박하게 보인다.  

 무설전 동편은 빗살문으로 되어 있다.



빗살문은 두 살을 서로 어긋나게 짜나가 마름모 무늬를 만들어나가는 문살인데
우물살을 모로 뉘어 약간의 멋을 부린 문살이라 할 수 있다.    

비로전 문살은 격자살문으로 되어 있다. 



 
솟을민꽃살문과 격자살문이 혼합된 형태이고 



 규칙적이고 정돈된 격자살문의 변형인데 매우 현대적으로 보인다.  

  

 수수하고 소박하기 이를데 없는 대웅전,무설전,비로전등의 꽃살문을 둘러보고
관음전으로 향하면 꽃살문의 화려함을 보고는 깜짝 놀라게 된다. 

관음전 전면 중앙의 꽃살문은 얼마나 화려한지 마치 현대의 디자인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바로 옆문의 솟을민꽃살문도 색상이 더없이 화려하다. 

무늬와 색감이 가히 예술이다. 

관음전 측면의 문살도 같은 솟을민꽃살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기둥의 붉은 색조와 꽃살문의 터키옥색이 조화를 잘 이룬다.  

 

문을 열고 안 쪽에서 본 창호는 햇살을 받아 더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건물의 후면으로 돌아가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관음전은 제일 뒷편의 법당인데다 후면은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뜸한 곳인데
거기에 불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살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벽 한가운데 문이 하나 뿐이라 알지 못할 신비스러움에 매료되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솟을민꽃살문의 형태인데 꽃과 이파리가 함께 새겨져 있고 녹색과 터키옥색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꽃살문의 색깔과 문설주, 문인방, 녹슨 장석들의 색깔의 조화가 정말 멋들어진다. 

 귀퉁이가 뜯어져 나간 이파리도 있는데 그것조차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 온다.   

  열리지 않는 문이지만 문고리를 당겨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아름다운 꽃살문..
꽃살문의 아름다운 자태에 취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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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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