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위해 경주에 오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산에는 남산, 토함산 등이 있지만

근래에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산을 소개한다면 경주시 암곡동에 위치한 무장산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장산은 경주,포항 등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나 찾던 산이었는데

2년전 이곳에서 MBC드라마 '선덕여왕'을 촬영한 이후로 세간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해발 624m인 무장봉에 오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고 평탄하여 가벼운 차림으로도 오를 수 있는데

정상 위 너른 평원이 억새 군락지로 이루어져 있어 가을철에 특히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무장산이지만 억새가 아름다운 가을철에 이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등산객을 싣고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마을 어귀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장산이 주목을 받게 되자 몇년전에 주차장을 몇군데 급하게 조성하긴 했지만

주차할 곳이 모자라 수km 떨어진 곳에까지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 하는 일이 생겨나기도 한다.

 

갑자기 무장산을 만나고 싶어진 어느 휴일, 점심을 먹고난 오후시간에 느긋하게 무장산으로 향했다.

오후가 되면 등산객들이 하산하여 돌아가니까 주차장이 한산할거라는 계산이었는데

3시가 되어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주차장에 빈 자리가 많이 생겼다.

 

 

 

 

차를 주차장에 편안하게 주차하고 차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마을길을 한참이나 걸어간다.

카메라를 들고 걸어가고 있노라니 하산하던 많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지금 올라가서 언제 정상까지 갔다오겠노?"란 우려가 섞인 눈길이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좁은 마을길을 1.5km정도 걸어가니 경주국립공원 공원지킴이터가 나온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정상을 찍고 돌아오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무장사지까지의 계곡길 트레킹을 시작해본다.

 

 

 

 

공원 지킴이터문을 나서면 바로 이렇게 계곡물 위에 가로놓인 돌징검다리가 나온다. 

무장산 계곡 트레킹은 는 계곡 위에 여기저기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이 묘미 중의 묘미이다.

 

 

 

 

계곡을 따라 걸어가는 길은 비교적 넓고 평탄한데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소풍 가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어 좋은 길이다.

 

 

 

 

경주시민들의 식수원인 덕동댐으로 향하는 무장산 계곡은 청정함 그 자체이다.

추운 날씨에도 얕은 물에 앉아 발을 씻으시는 여자분 발견. 발이 안 시러우시나..^^

 

 

 

 

푸르른 잎을 자랑하던 나무들도 이미 그 잎을 다 떨구었다. 가버린 아름다운 계절이 아쉽기만 하구나! 

 

 

 

 

 

거울처럼 맑은 물에 어린 파란 하늘과 앙상한 나무, 등산객들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참을 가니 무장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갈림길에서 무장산 정상 억새군락지까지 완만한 계곡탐방로로 가면 5.3km,

제법 가파른 경사형 탐방로로 가면 3.1km가 걸리는 길이다.

작년에 계곡탐방로를 통해 억새군락지까지 갔다가 올때 경사형탐방로로 내려왔는데

돌아올 무렵 해가 떨어져 컴컴하고 경사진 산길을 3.1km나 더듬어 내려왔던 몹쓸 기억이 있는지라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갈림길에서 2.4km떨어진 무장사지까지만 계곡길을 따라 탐방하기로 한다.

 

 

 

 

트레킹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조건인 무장산 계곡 탐방로.

그런데 올 여름을 여러번 강타한 태풍의 후유증으로 계곡길이 온통 돌 투성이가 되었다.

 

 

 

 

 

예전에는 흙으로 완전히 덮히어 눈감고 걸어도 될만큼 평탄하던 길도 커다란 돌들이 다 드러났다.

 

 

 

 

계곡에서 좀 올라온 길은 그나마 걷기가 편했는데

 

 

 

 

계곡 바로 옆길은 계곡을 휩쓸고 간 폭우 때문에 완전 자갈길이 되었다.

자갈길을 좀 걸으니 발목에 무리가 가서 가다 멈추고 등산화 끈을 다시 묶어야했다.

 

 

 

 

 

 

 

정상을 찍기 위한 산행이 아니라 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한 트레킹인지라 

걷다가 서서 돌아보고 걷다가 사진 찍고 하다보니 곳곳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갈림길에서 계곡길을 걷기를 2.4km. 드디어 무장사지로 향하는 나무 데크가 나타났다.

 

 

 

 

나무 데크는 계곡을 가로질러 무장사지로 오르는 길목까지 놓여있다.

 

 

 

 

잘 만들어진 나무 데크 위를 편안하게 걸어서 무장사지로 향해본다.

 

 

 

 

무장사지(鍪藏寺址)는 통일신라시대 사찰 무장사(鍪藏寺)가 있던 절터이다.

무장사는 신라 원성왕의 아버지 김효양이 지은 절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전쟁에 지친 태종무열왕이

 투구와 병기 등을 묻은 골짜기에 지은 절이라서 무장사라고 불렀다 한다. 

절터라고는 하지만 산등성이 좁은 터전에 삼층석탑 한기와 비석 하나가 남아 있을 뿐 찬 바람만 휘~ 하고 부는 쓸쓸한 곳이다.

 

 

 

 

하지만 산골짜기 경사진 좁은 땅에 세워진 무장사지 삼충석탑은 쉽게 보아넘길 문화재는 아니다.

무려 보물 126호인 귀중한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석탑의 양식인 이탑은

직선을 이루다가 양 끝에서 부드럽게 살짝 들려진 모양이 불국사 석가탑을 연상케 한다.

 

 

 

 

삼층석탑을 자세히 살펴본 후 윗쪽에 위치한 보물 125호인 무장사 아미타불조상사적비를 보러 갔다.

그런데 이건 대체 뭥미? 사적비가 황당하게 변모했다. 

원래 이수와 귀부만 남아 있던 것을 가운데 사적비 부분을 새로 만들어 끼워넣은 것이다.

사실 이런 모양이 사적비의 원형이기는 하겠지만 너무 산뜻하게 새것이라 영 조화가 되지 않는다.

1915년에 여기에서 '무장사아미타사적비'라는 비석의 조각을 발견하여

이곳이 무장사의 절터였음을 알게 해주었는데 비문은 마모가 심하여 내용을 알기가 어려웠으나

소성왕의 왕비인 계화부인이 소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아미타불상을 만들어 무장사에 모신 내력을 적은 비문이라고 한다.

비석의 조각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남아 있는 것은

거북모양의 받침돌인 귀부와 용모양을 생긴 비의 머릿부분인 이수이다.

 

 

 

 

원래 발견된대로 그대로 두는 것도 좋을텐데...... 뭔가아쉬움이 남아 복원 이전의 사진을 첨부해본다.

2010년에 담은 이 사진에는 비문이 없이 귀부 위에 이수가 얹힌 상태인데 지금은 사이에 비문을 만들어 끼워넣은 것이다.

 

 

무장사지를 한참이나 돌아보고 나니 어느덧 시간이 다섯시가 가까워 아쉬운 발걸음을 돌러야했다.

산속에는 해가 빨리 지는 법, 어두워지고 있는 산길을 서둘러서 내려오니 무장봉 정상까지 가보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아쉽다.

내년 억새가 아름답게 피어날 즈음에는 아침 일찍 서둘러 무장산을 찾으리라 다짐하며 어둠이 내리는 무장산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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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에 장관을 이루는 무장산의 억새평원을 소개해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워

지난해 10월 13일에 담은 무장산 정상의 파노라마 사진을 첨부해 드립니다.

(파노라마 사진을 클릭하면 8192 * 1856의 원본 사이즈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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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유적지인 신라 천년고도 경주.
수학여행 때 경주에 와서 대표적인 유적지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첨성대, 반월성을 돌아보신 분들은
경주의 볼만한 곳은 이미 다 보았는데 뭘 보러 다시 경주에 가지? 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경주에 둥지를 틀어 몇년째 살고 있는 필자도 아직 못 가본 명소가 너무나 많다.

경주라고 하면 떠오르는 불국사, 안압지 등.....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유명한 경주 유적지에 조금은 식상하신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경주의 마지막 오지가 있으니 
그곳은 바로 경주 보문단지에서 8km 정도 떨어진
첩첩산중 고원지대에 위치한 구 도투락 목장터이다.


경주 보문단지 물레방아에서 좌회전하여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들어가면 나타나는 암곡 마을.
암곡마을은 가을이면 물결치는 억새로 장관을 이루는 무장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무장산은 여느 산보다 비교적 코스가 평탄하여 등산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산객도 무난히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곳.

무장산 등반을 선택하신 분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직진하여 산길로 들어서면 되는데
필자는 무장산행을 택하지 않고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차를 꺾어 왕산마을길로 들어선다.
산촌마을 좁은 길을 조금 달려 마을을 벗어나니 이내 눈 앞에 나타나는 비포장 도로.

울퉁붙퉁, 덜컹덜컹, 우당탕탕.......
SUV차량이라면 좋으련만......차체가 낮은 승용차로 좁고 험한 산길을 오르려니
차바닥이 울퉁불퉁한 길바닥에 끌리기도 하고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차 옆을 부욱 긁어대기도 한다.
'가다가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어떻게 비키지.....'?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인적이 드문 산길이라 목적지에 갈 때까지 마주오는 차를 만나지 않으니 안심이다.






한참을 운전해가니 자그마한 사찰이 나타나고 그 앞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가니 녹슨 철문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곳은 태영건설의 사유지이니 관계자 외에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문이다.

철문이 열려 있기에 '차를 몰고 들어가도 되는가 보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봐?'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를 아래에 두고 철문을 통과했다.
엄청나게 넓은 지역을
몇시간이나 걸어다니다 해거름에 다시 입구로 돌아오니 헉! 철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철문 옆에 한사람 정도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비집고 나올 수가 있었지만 모르고 차를 몰고 들어갔더라면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산속에 갇혔을 생각을 하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철문을 통과하면 입구에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간간히 산새 소리만 들릴 뿐 사방은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숲길에는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만발하여 꽃향기는 진동하고 벌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윙윙거리며 날아다닌다.






산길을 한참 오르니 갑자기 너른 고원지대가 나타난다.
끝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광활한 지역에 펼쳐진 밀밭이라니....!
해발 600m 높이에 면적이 200만평이 넘는 고원지대가 펼쳐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곳은 예전에 도투락 목장이 있던 곳인데 십여년 전에 
폐쇄되어 지금은 군데군데 밀밭과 옛 축사의 잔해들만 남은 상태이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보니 숲은 가꾸지 않아도 울창하게 우거지고 천연의 대지가 그대로 보존되게 되었는데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한민국에 이런 곳도 있다니.....! 정말 신비롭다!"하며 감탄을 마지 않는다.

                               
도투락 목장터는 해발 600m의 능선임에도 불구하고 평탄하고 원만한 능선을 갖고 있어 
대규모  촬영을 하기에 아주 적합하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배경 처리가 필요없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 폐건물이 남아 있어서 전쟁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이곳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전우, 꿈은 이루어진다, 선덕여왕 전투신.....등이 촬영되었으니 
이곳은 그야말로 전쟁 영화 촬영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장소가 암곡 탐사의 최종 목적지이지만 잠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멀리서 보아도 자태가 범상치 않은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고 가까이 가보았더니 역시나.....!
MBC 드라마 선덕여왕 초반에 국선 문노가 앉아서 북두팔성(?)을 보던 바로 그 소나무이다.






마치 잘 다듬어진 분재같은 소나무는 밀밭 한가운데 고고하게 서 있는데 풍기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문노 소나무를 보고 다시 원래 가던 길로 다시 접어드니 군데군데 버려진 폐가들이 눈에 뜨인다.
모두가 도투락 목장 시절에 일하던 목부들의 숙소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폐건물과 폐자재들이 을씨년스럽게 버려져 있지만 치우는 사람은 없고 거의 방치된 상태이다.




조금 더 가다보니 역시 폐가 하나가 나타난다.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던 세트장이다.
폐가로 들어가는 길은 키 높이로 웃자란 밀밭이 가로막고 있어서 손으로 이리저리 헤치면서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한다.




갈라진 벽 위에 US 8th Army.......라고 쓰인 글이 글이 인상적이다.
세트장이라지만 금새라도 꼭꼭 숨어있던 미군이 총을 들고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전투신을 찍고 버려진지 이미 오래된 세트인지라 지붕도 다 부서지고 문이며 창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좁은 복도 바닥에는 폐자재가 널부러져 있고 대낮인데도 안은 어둡고 습기가 가득하여 마치 귀신이라도 출몰할 것 같다.




음침한 실내, 산산조각이 난 유리문들은 따사로이 비추이는 햇살과 싱그러운 신록과 대조되어 묘한 느낌마쳐 자아낸다.





비록 영화 촬영 세트에 지나지 않지만 벽에 여기저기 갈겨 쓴 문구들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미 8군 세트장을 나와 한참 걸으니 멀리 가파른 언덕 위에 집 한채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한참을 헉헉거리며 걸어올라가 아래로 내려다 보니
목장의 일부 전경과 멀리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이 보여 이곳이 첩첩산중 고원지대란게 새삼 실감이 난다.





언덕 위의 집은 그랜드호텔이다. 
역시 영화 세트장으로 쓰인 곳인데 지금은 이곳을 호기심으로 다녀간 사람들이 먹고 버리고 간 오물들만 구석에 쌓여있다.





그랜드 호텔을 나와 뙤약볕 속에서 온몸에 흐르는 땀을 닦고 닦으며 한참이나 걸어가니
저멀리 야산 등성이에 범상치 않은 한무리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200mm 렌즈의 줌을 땡겨 사진을 찍고 확인해보니 역시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던 세트가 분명하다.
 



야산 등성이를 향해 한참이나 걸어가니 여러채로 되어 있는 세트가 나타난다.
국군의 기습 침투전을 촬영한 이곳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로케이션 장소 중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다.
 





원래 한천공장 부지인 이곳을 제작진은 한달 동안 포크레인과 인력을 동원해서 크고 작은 건물들을 제작했다고 한다. 





길게 자란 목초들과 스산한 폐건물들의 조화는 흡사 전쟁의 포화가 방금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느껴진다.





치열했던 전쟁의 상황을 알려주는 듯 세트장 주변은 아직까지 폭격의 잔해들로 가득하다.





그을린 벽들과 무너져 쌓여 있는 벽돌들은 바로 며칠 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처럼 생생하고 처절하게 다가온다.




세트장 벽 여기저기에 써져 있는 낙서에는 온통 마릴린 먼로에 대한 동경이 가득하다.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당시 마릴린 먼로는 미군들을 위문하기 위해 머나 먼 한국에까지 왔다고 한다.





필자가 돌아본 곳 말고도 이 산중에는 전쟁 영화 촬영지와 버려진 세트가 더 있다고 하지만 
이미 더위 속에 너무 많이 걸었던지라 더 돌아보지 못하고 그만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필자의 암곡 순례길은 전쟁 영화 촬영지를 위주로 돌아본 탐사지만 
꼭 영화 촬영지가 아니더라도 이 지역은 오프로드 라이딩에는 최적의 장소.
올레길처럼 걸어서 돌아보아도 좋고 산악자전거나 사륜구동차를 이용해서 돌아보기엔 안성맞춤이다.

200 여만평이나 되는 너른 고원지대에 오르면 맑은 공기와 함께 시계가 탁 트여 가슴까지 후련해지는데
맑은 날에는 덕동댐, 보문단지, 포항 시가지까지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았던 경주의 마지막 오지,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이곳도 그 모습을 간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주 보문단지에 새로 개장한 블루원 리조트의 부속시설인 식물원과 골프장이 이 일대 120 만평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이후 공사가 시작된다면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이 신비로운 대지는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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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필자는 '경주 벚꽃 지금 어느 정도 피었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4월 10일경 경주 벚꽃이 경주 전역을 새햐얗게 뒤덮었지만 보문은 아직 때가 이르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지난 일요일에 보문 벚꽃놀이를 다녀가신 분들은 아직도 꽃봉오리 상태인 벚꽃을 보고
"다음 일요일에 오면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산책할 수 있으려나?"
하며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예년의 경우를 들자면 시내 대릉원이나 알천북로, 황성동의 벚꽃이 활짝 만개하고도
1주일은 지나야 보문 호숫가의 벚꽃이 만개하는게 통상적이었기 때문에
4월 12일 정도 피기 시작한 꽃이 17일 일요일까지는 예쁘게 피어있으리라고 예상했는데....웬걸....
일요일에 꽃봉오리 상태에 지나지 않던 보문 벚꽃은 며칠 후 화요일에는 활짝 피어나
수요일에는 보문 호숫가의 거의 모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산책길 전체를 새하얗게 뒤덮는 장관을 이루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미친 듯이>마구 마구 피어난 보문 벚꽃은
금요일에는 급격하게 떨어져 꽃비가 내리더니 일요일에는 남아 있는 벚꽃이 없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보통 일주일은 피어있어야 통상적인데 이번에는 봄날이 쌀쌀했던 관계로 꽃봉오리 상태로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날이 따스해지자 경주의 모든 벚꽃이 모두 한꺼번에 피어나선 3~4일 만에 그 수명을 다 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17일 일요일 보문을 찾은 모든 상춘객들은 다 떨어져 버려 빨갛게 꼭지만 남은 벚꽃을 감상하느라 
벚꽃 상태를 전혀 모르고 밀려든 많은 인파와 교통 체증 속에서 짜증을 견디고 참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보문호에서 조금만 핸들을 틀면 이제야 활짝 만개하기 시작하는 멋진 벚꽃 터널을 만날 수 있는데 그곳은 바로 경주시 보덕동이다.

보문 대명 콘도를 지나 대형 물레방아를 지나 좌회전하면 아주 경치좋은 2차선 국도가 나오는데
천북면 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암곡동, 무장산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5분 정도 운전해가면 금새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길이 좌우로 펼쳐지게 된다.




보문단지가 사람으로 발 디딜 새 없을 때에도 이곳은 아는 사람이 거의 많지 않은지라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가족 단위 상춘객 몇 팀이 와서 느긋하게 간이 텐트를 펴 놓고 점심도 먹고 뛰어놀고 있고 간간히 몇몇 진사들이 다녀갈 뿐이다.




이 길로 쭈욱 가서 암곡의 골짜기를 따라 깊숙히 들어가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의심될 정도로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강원도 산골이 연상될만큼 깊숙한 골짜기와 야산 등성이에 여기저기 펼쳐진 밀밭들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라
선덕여왕이나 태극기 휘날리며, 전우 등......의 많은 영화의 전투신들이 암곡동 이곳저곳에서 촬영되었다.




벚꽃길 바로 옆에도 이렇게 폐허가 된 집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건물들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던 세트장이다.





여느 영화 세트장처럼 잘 보존되지도 관광객이 찾아오지도 않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

많은 사람들이 이길로 지나가지만 대부분은 그저 시골에 흔히 있는 버려진 집이거니....하고 들여다 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곳이다.




벚꽃길 옆 샛길로 내려가 갈대와 잡초가 우거진 길을 헤치고 가면 바로 앞에 나타나는 세트장, UN 만세라는 글귀가 아직도 선명하다.






세트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벚꽃길을 보니 암곡의 벚꽃은 이날이 완전 절정이다.





버려진 회색빛의 벽돌 건물과 말라비틀어진 잡초들만이 남아 있는 이곳에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함께 새봄이 찾아 왔다.






마을 뒷편 산의 나무들에도 연둣빛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간간이 피어난 산벚꽃이 마치 그림같이 눈앞에 펼쳐진다.

 




필자는 이 세트장에 사진 찍으러 여러번 와 보았지만 계절마다 느낌이 참 색다른 곳이다.






영화 세트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쓰다가 버려진 시골 정미소 같은 느낌이랄까? 그저 이 동네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건물 같다.






이렇게 폐허로 변한 벽에다 모델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다면 사진 초보라도 멋진 작품 사진 하나 건질 수 있을 듯 같다.






2~3일 내로 보문단지에 오시는 분들은 호숫가 벚꽃이 져버렸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암곡으로 오시면 경주의 마지막 벚꽃을 감상하실 수 있을 듯......

아울러 암곡동 골짜기와 무장산으로 들어가신다면 경주의 숨은 비경을 눈에 담고 가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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