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날 아침, 문득 차를 몰고 봉화로 향했다.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났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출발, 탁 트인 7번 국도를 시원하게 달리다가 영해면에서 영양으로 가는 918번 지방도로 들어서니

간간히 오고 가는 몇대의 차가 눈에 뜨일 뿐 오고 가는 길이 너무나 한가롭다.

2차선으로 된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숨가쁜 고개를 넘어서니 드디어 봉화읍이다. 

 

읍내라고 하지만 내려쬐는 뙤약볕 아래 지나가는 행인조차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시장 앞 거리.

기웃기웃 요기할 곳을 찾다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문을 밀고 들어섰다. 식당 안 역시 한산하다.

식사를 시켜놓고 봉화읍 지도를 펴 살펴보고 있으려니 친절한 주인이 어디를 가보실 예정이냐고 묻는다.

워낭소리 할아버지댁을 가보려 한다고 하니 주인이 난색을 표하며

"거기 가 봤자 별로 볼 것도 없을텐데요. 그 할배 지금 집에도 없고 병원에 계시는데 오늘 내일..... 한다던데요?"한다.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3시간 반이나 차를 몰아 봉화까지 온 것은 단지 최원균 할아버지를 만나보기 위함이었는데

지금 현재 병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집에는 아무도 없다니......

음료수라도 한통 사 들고 찾아가서 영화 정말 감동적으로 보았다고 인사라도 드리고 근황을 살피고 오려고 했는데......

안 계신다니 발걸음을 돌려야 하나.....생각하다가 그래도 영화에 나왔던 집이라도 먼발치에서 한번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원래 계획대로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란 네비 아가씨의 목소리를 듣고 주변을 살펴보니

<워낭소리 주연 최원균, 이삼순 부부의 집 200m>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대인 300만의 관객을 모은 영화 '워낭소리' 주촬영지인 이곳. 봉화군에서 가만히 놓아둘 리가 없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명소가 되어 버린 할아버지의 집 앞은 워낭소리공원으로 변모되어 있었다.

 

 

 

 

워낭소리공원은 영화 장면을 담은 포토월이 반원 형태로 둘러져 있고

공원 가운데에는 할아버지와 늙은소 누렁이의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포토월에는 영화의 스틸 사진과 함께 영화 '워낭소리'를 보지 않은 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까지 곁들여져 있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이야 "아이구....번듯하게 잘 해놨네.."하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워낭소리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는 부분이다.

 

 

 

 

 

 

 

다리가 불편하신 최원균할아버지는 항상 늙은소 누렁이가 끄는 달구지를 자가용으로 타고 다녔는데

달구지 조형물에 앉으신 할아버지는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이 흥겨운지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는 모습이다.

 

 

 

 

워낭소리공원을 뒤로 하고 할아버지댁으로 가기 위해 약간 경사진 언덕으로 올라가본다.

누렁이가 할아버지를 태운 달구지를 힘겹게 끌고 올라가던 장면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집 입구 길에는 이렇게 워낭소리 영화 이후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장승들도 눈에 뜨인다.

영화 촬영지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타나 보인다.

 

 

 

 

그런데 집앞에 이르니 영화에는 안 보이던 녹색 철문이 새로 생겼다. 영화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철문에는 '부모님 건강상 이유로 집을 당분간 개방 못 함.이라는 팻말이 붙여져 있다.

식당 주인의 말대로 할아버지께서 정말 많이 편찮으신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문 앞에 서서 철문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집 내부는 영화에 나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집안에 늙은소 누렁이의 동상도 세워져 있고 장승도 세워져 있는 등 집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영화 성공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여기도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으로 변모시켜 버린 것일까?

 

 

 

 

질퍽하고 어수선하던 마당은 번듯하게 포장이 되고 사시던 집도 일부 보수를 한 듯한 모습이다.

 

 

 

 

철문 앞을 떠나 경사진 길로 내려오니 눈에 많이 익은 나무가 앞에 서 있다.

누렁이가 죽은 후 할아버지께서 누렁이와 항상 함께 하던 워낭을 들고 앉아 허탈하게 들판만 바라 보던 바로 그  나무이다.

 

 

 

 

주변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죽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는 영화에 나오던 모습 그대로여서 마음을 짠하게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 집 앞 밭의 꼴이 말이 아니다. 수백평에 이르는 밭 전체가 수박밭인데 수박이 모두 말라죽어가고 있다.

 

 

 

 

따지도 않은 수천개의 수박은 가지에 달린채로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고 있고 한곳에는 깨지고 터진 수박들이 썩어가고 있는 중이다. 

올여름 남부지방을 강타한 최악의 가뭄으로 수박들이 다 말라죽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수박을 가꾸던 할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쓰러져 입원하셨기 때문에 돌볼 사람이 없어 폐기된 것일까?

잘 자라던 수천개의 수박이 전부 내동댕이쳐져 썩어가는 모습은 할아버지의 병환 소식 만큼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할아버지댁을 나와 워낭소리공원에서 6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누렁이의 무덤을 찾아보았다.

포크레인으로 파서 매장한 후 둥그렇게 봉분을 해놓았던 누렁이의 무덤은 기념비와 함께 꽃밭처럼 단장되어 있었다. 

 

 

 

 

'누렁이(1967~2008)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이 30년을 부려온 소.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이 소의 나이는 무려 40살까지 살다 갔다.

소와 인간의 교감과 진심이 빚어낸 울림은삶의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었던 소, 누렁이 여기에 잠들다.'

 

 

얼마전까지도 시간만 나면 누렁이의 무덤 앞에서 한참이나 앉아 있다 갔다는 최원균 할아버지.

"이 소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거여...."하던 할아버지는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누렁이를 따라 갈 준비가 되신걸까?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나도 모르게 먼산을 바라보았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종이던 최원균 할아버지께서

2013년 10월 1일 향년 85세로 임종하셨습니다.

고인의 빈소는 봉화해성병원 장례식장이고 발인은 10월 4일 오전 9시입니다.

할아버지는 본인의 뜻에 따라 먼저 간 누렁이의 곁에 나란히 묻힌다고 하는데

누렁이는 별세 3일전 9월 28일 워낭소리 공원 묘지로 이장되었습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삼순 씨(82)와 9남매가 있습니다.

 

비록 할아버지는 영면에 드셨지만 워낭소리 영화와 함께

최원균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할아버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 입니다.

사랑하던 누렁이와 함께.....

삼가 최원균 할아버지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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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모처럼 맞이한 여유를 즐기며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머리 맡에 둔 휴대전화에서 윙~~~하며 진동이 울린다.

"뭐 하세요? 오늘 계림초등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대요~"하는 지인의 목소리.

내용을 들어보니 최강희, 봉태규 주연의 '미나문방구'라는 영화를 찍는데

그 배경이 바로 계림초등학교 앞이고 오늘 그 영화의 운동회 씬을 찍는다는 것이다.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다니.....보기힘든 구경거리임에 분명하다!

아침을 대충 대충 차려먹고 카메라를 챙겨들고는 서둘러 계림초등학교로 향했다.

 

 

 

 

계림초등학교 앞 골목에 이르니 골목이 뭔지 모르게 고색창연하게 탈바꿈했다.

105년 역사를 지닌 계림초등학교는 경주 구 중심가에 위치한지라 원래부터 오래된 건물이 근처에 많지만

간판이나 근처 상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돌아간 듯 그 모습이 더욱 바래어졌다.

 

 

 

 

학교 앞 벽에 붙은 광고판엔 추억의 SKC 비디오 테이프 광고가 붙어 있고 

 

 

 

 

썩은자는 유흥가로 애국자는 일터로.......라는 입간판도 80년대를 연상케 한다.

 

 

 

 

아! 계림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미나문방구 오픈세트가 만들어졌다.

원래는 계림문구사였다는데 미나문방구로 새옷을 갈아 입었다.

그런데 완전 낡아빠진 간판에 붙은 이름은 '미나 문방구'가 아니라 '미나 방구'!

간판 이름부터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미나문방구의 내부에는 각종 오래된 학용품과 장난감들이 그득했는데

스텝이 지키고 앉아 철저히 촬영을 막는 바람에 내부 촬영은 하지 못했다.

 

 

 

 

계림학교로 들어가니 색색의 깃발이 하늘 높이 내걸리고 그 아래 체육복,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대기 중인데

완전히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현장의 모습이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 등의 구호가 쓰인 개선문 아래 청백기를 든 아이들의 응원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운동회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서운한 법. 피자와 치킨 등 먹거리 난전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피자나 치킨이나 다 속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통.

 그래도 완벽한 장면을 위해 소품 하나하나까지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영화에서도 이 학교의 이름은 계림초등학교인가 보다.

"계림초등학교 가을대운동회", "아자아자! 화이팅! 계림 화이팅!" "푸른 꿈을 펼치는 계림한마당" 등

계림초등학교 가을 대운동회를 알리는 플래카드들이 차양막마다 내걸린 것이 보인다.

 

 

 

 

선덕여왕이나 대왕의 꿈 촬영하는 것을 지척에서 여러번 보기도 했지만 영화 촬영은 처음 보는 일.

촬영 장비들이 정말로 많고 카메라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는 운동회의 꽃인 계주 씬 촬영을 위해서 아역배우들에게 연기 지도가 한창이다.

 

 

 

 

뽀사시한 얼굴을 위해 반사판이 높이 들려지고 붐마이크도 세팅이 완료되었다. 드디어 계주 씬 레디~~~~액션!

 

 

 

 

배턴을 받아든 아역들이 전력질주하면 운동장에 둘러선 아이들은 "이겨라~ 이겨라~"하면서 목청 돋우어 응원을 한다.

 

 

 

 

하지만 한컷에 OK 싸인이 떨어지는 법은 없는 법. 똑 같은 씬을 수십번 촬영하기도 하니 지루한 기다림dms 계속된다.

 

 

 

 

이날 운동회 씬 촬영을 위해 약 200명 정도의 아동들이 운동장에 모였는데

주조연급의 아역배우를 제외한 대부분 출연 아동들은 계림학교와 인근학교에서 일시조달한 보조출연 아동들이다.

 

 

 

 

그런데 보조출연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뚱뚱해도 너~~~~무 뚱뚱하다.

가을운동회 촬영이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초겨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아이들이 추울까봐 학부모들이 체육복 안에 내의를 겹겹이 입힌 것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패딩을 체육복 안에 입기도 해서 꼭 눈사람이 굴러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은 통제가 안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스텝들은 아이들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고......

따라온 학부모들은 추운 날씨에 빨리 안 찍고 아이들 고생시킨다고 여기저기서 푸념을 하니

영화 하나 찍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실감 나는 현장이다.

 

 

 

 

경험 삼아 보조출연으로 참가한 계림초등학교 아이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추운 날씨에 바들바들 떨며 운동장에 서 있었는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따스한 물을 먹이고 연신 담요를 둘러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긴 기다림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겐 마냥 신나고 즐거운 경험인 영화 출연.

 

 

 

 

영화 '미나문방구'에서 운동회 씬은 두번 나온다고 한다.

한번은 어릴적 추억의 운동회로 80년대 풍의 운동회인데 지난번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고 하며

오늘 찍는 두번째 운동회는 미나와 강호가 어른이 되어서 만나는 2012년 현대의 운동회 모습이다.

 

 

 

 

32살 처녀가 고물문방구를 새 단장하면서 소중한 추억과

잊혀진 사랑을 파는 문방구로 바꾼다는 로멘틱 휴먼 드라마 '미나문방구'.

32살 처녀 미나역엔 최강희가, 계림학교 선생인 강호역에는 봉태규가 열연한단다.

 

그런데 도대체 주연인 최강희와 봉태규는 어디에 있는거야?

하도 출연진이 많은지라 주인공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기가 힘들다.

 

 

 

 

어! 드디어 최강희가 나타났다. 날씨가 너무 추워진지라 커다란 패딩코트로 중무장을 했다.

 

 

 

 

오버사이즈의 패딩을 입었지만 뽀얀 피부가 빛이 나는 최강희.

 옆 모습이 특히 이쁘다. 최강희 팬들은 강짱이라 한다지?

 

 

 

시골 문방구 주인에 어울리게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연이는 촬영으로 인해 약간은 피곤해보이는 최강희.

 

 

 

 

아역배우들의 계주 씬 촬영이 끝나고 이제 드디어 최강희가 등장할 차례이다.

패딩을 벗고 약간의 메이크업을 한뒤 촬영을 위해 기다리는 최강희는

머리를 질끈 묶고 운동화에 촌스런 옷차림을 했지만 너무 날씬하고 이쁘기만 하다.  

 

 

 

 

"강호야~!"하고 부르면서 군중 속으로 달려가는 씬을 찍는 최강희.

한컷을 찍기 위해 몇번이고 달리가며 똑 같은 씬을 찍는 것을 보고 촬영장을 나섰다.

 

안강, 영천 등에서도 촬영이 진행되었다지만 주촬영장소는 역시 계림초등학교 앞 미나문방구이다.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는 했지만 앞으로 얼마 동안은 이곳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설날에 개봉할 예정이라는 '미나문방구'. 어떤 영화가 되어 개봉될지 참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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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필자는 '경주 벚꽃 지금 어느 정도 피었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4월 10일경 경주 벚꽃이 경주 전역을 새햐얗게 뒤덮었지만 보문은 아직 때가 이르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지난 일요일에 보문 벚꽃놀이를 다녀가신 분들은 아직도 꽃봉오리 상태인 벚꽃을 보고
"다음 일요일에 오면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산책할 수 있으려나?"
하며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예년의 경우를 들자면 시내 대릉원이나 알천북로, 황성동의 벚꽃이 활짝 만개하고도
1주일은 지나야 보문 호숫가의 벚꽃이 만개하는게 통상적이었기 때문에
4월 12일 정도 피기 시작한 꽃이 17일 일요일까지는 예쁘게 피어있으리라고 예상했는데....웬걸....
일요일에 꽃봉오리 상태에 지나지 않던 보문 벚꽃은 며칠 후 화요일에는 활짝 피어나
수요일에는 보문 호숫가의 거의 모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산책길 전체를 새하얗게 뒤덮는 장관을 이루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미친 듯이>마구 마구 피어난 보문 벚꽃은
금요일에는 급격하게 떨어져 꽃비가 내리더니 일요일에는 남아 있는 벚꽃이 없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보통 일주일은 피어있어야 통상적인데 이번에는 봄날이 쌀쌀했던 관계로 꽃봉오리 상태로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날이 따스해지자 경주의 모든 벚꽃이 모두 한꺼번에 피어나선 3~4일 만에 그 수명을 다 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17일 일요일 보문을 찾은 모든 상춘객들은 다 떨어져 버려 빨갛게 꼭지만 남은 벚꽃을 감상하느라 
벚꽃 상태를 전혀 모르고 밀려든 많은 인파와 교통 체증 속에서 짜증을 견디고 참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보문호에서 조금만 핸들을 틀면 이제야 활짝 만개하기 시작하는 멋진 벚꽃 터널을 만날 수 있는데 그곳은 바로 경주시 보덕동이다.

보문 대명 콘도를 지나 대형 물레방아를 지나 좌회전하면 아주 경치좋은 2차선 국도가 나오는데
천북면 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암곡동, 무장산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5분 정도 운전해가면 금새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길이 좌우로 펼쳐지게 된다.




보문단지가 사람으로 발 디딜 새 없을 때에도 이곳은 아는 사람이 거의 많지 않은지라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가족 단위 상춘객 몇 팀이 와서 느긋하게 간이 텐트를 펴 놓고 점심도 먹고 뛰어놀고 있고 간간히 몇몇 진사들이 다녀갈 뿐이다.




이 길로 쭈욱 가서 암곡의 골짜기를 따라 깊숙히 들어가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의심될 정도로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강원도 산골이 연상될만큼 깊숙한 골짜기와 야산 등성이에 여기저기 펼쳐진 밀밭들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라
선덕여왕이나 태극기 휘날리며, 전우 등......의 많은 영화의 전투신들이 암곡동 이곳저곳에서 촬영되었다.




벚꽃길 바로 옆에도 이렇게 폐허가 된 집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건물들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던 세트장이다.





여느 영화 세트장처럼 잘 보존되지도 관광객이 찾아오지도 않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

많은 사람들이 이길로 지나가지만 대부분은 그저 시골에 흔히 있는 버려진 집이거니....하고 들여다 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곳이다.




벚꽃길 옆 샛길로 내려가 갈대와 잡초가 우거진 길을 헤치고 가면 바로 앞에 나타나는 세트장, UN 만세라는 글귀가 아직도 선명하다.






세트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벚꽃길을 보니 암곡의 벚꽃은 이날이 완전 절정이다.





버려진 회색빛의 벽돌 건물과 말라비틀어진 잡초들만이 남아 있는 이곳에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함께 새봄이 찾아 왔다.






마을 뒷편 산의 나무들에도 연둣빛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간간이 피어난 산벚꽃이 마치 그림같이 눈앞에 펼쳐진다.

 




필자는 이 세트장에 사진 찍으러 여러번 와 보았지만 계절마다 느낌이 참 색다른 곳이다.






영화 세트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쓰다가 버려진 시골 정미소 같은 느낌이랄까? 그저 이 동네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건물 같다.






이렇게 폐허로 변한 벽에다 모델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다면 사진 초보라도 멋진 작품 사진 하나 건질 수 있을 듯 같다.






2~3일 내로 보문단지에 오시는 분들은 호숫가 벚꽃이 져버렸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암곡으로 오시면 경주의 마지막 벚꽃을 감상하실 수 있을 듯......

아울러 암곡동 골짜기와 무장산으로 들어가신다면 경주의 숨은 비경을 눈에 담고 가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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